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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슬로우가 말했듯이 사람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불만이 나타날 수 있다. 음악가는 음악을 만들고 화가가 그림을 그려야 궁극적으로 자신의 내부에서 평정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의 일이라면 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어떤 일에 스스로 몰입하여 힘들게 만들어낸 행복감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는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몰입의 순간에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암벽을 타는 산악인이 고난도의 동작을 하면서 짬을 내 행복감에 젖는다면 추락할지도 모른다. 일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지난 일을 돌아볼 여유를 갖고 그 체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했는가를 다시 실감하는 것이다. 되돌아보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몰입없이도 행복을 맛볼 수는 있다. 고단한 몸을 눕혔을 때의 편안함과 따사로운 햇살은 행복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런 수동적인 행복감은 외부 상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몰입에 뒤이어 오는 행복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것이어서 우리의 의식을 그만큼 고양시키고 성숙시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즐겁게 몰입하여 이루어 낸다면 이후의 행복감, 다시 말해 자아실현의 만족감은 더욱 커진다는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이다.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처럼 재미있게 느끼는 수험생이라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일은 흔히 두 가지 동기에 의해 일어난다. 일 안에서 만족감을 추구하는 ‘내재적 동기 Intrinsic Motivation’와 일을 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결과를 추구하는 ‘외연적 동기 Extrinsic Motivation’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좋아서 그림 그리는 것은 내재적 동기이고, 돈을 벌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외연적 동기에 의한 활동이다. 이상적인 직업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장기적인 목적도 달성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강제적으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단지 피아노가 좋아서 피아노를 가까이 한 케이스다. 그에게 다가온 최초의 음악은 TV 만화연화 주제가였다. 매일 피아노만 치고 있는 애들이 부러워서 유치원을 다니다가 옆에 있는 피아노 학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혼자 남아 연습하길 좋아하던 이 사내아이는 한 유학파 교수와 인연이 되어 각종 콩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15살에 혼자 오스트리아 유학을 유학을 떠나 빈 국립음대 최연소 수석 합격자가 된다. 후에 파리 고등 국립 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에 들어간 최초의 한국인으로, 거장 자끄 뤼비에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 살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항상 바쁘게 지내지만 그는 피아노를 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단다.
게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게이머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으나, 사실 아직도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는 자녀들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부모들이 많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넘어 게임프로그래머의 인생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이기정은 최고의 게임 개발자로 인정받으면서도 그는 정작 게임 관련 정규 수업을 받아 본 적은 없이 독학을 했다고 한다. 공부를 시작하며 만든 게임이 만화 드래곤 볼을 기초로 해서 제작된 ‘드래곤 볼’, ‘날아라 거북선’ 등이었다고 한다. 그는 회사 업무가 끝난 뒤에도 3D 게임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판단 아래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를 계속했다. 또한 모바일게임이 하나의 대세를 이룰 것으로 판단하여 선진기술을 배우기 위하여 미국으로 6개월간 단기 유학길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는 이후 많은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고 하여 불평하는 타입이 아니다. 자신이 나서서 독학을 해서라도 더 나은 환경이 되도록 개선하려는 그에겐 게임개발자로서의 자부심과 꿈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본업 외에도 자신이 진정 원하던 꿈, 취미생활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위하여 지금 자신이 하고 있던 것을 과감히 버리고 떠나는 모험을 하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면서 한편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유형이 있다. 그러나 단순한 취미를 넘어 어느 것이 본업인지 모를 정도로 몰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울에서 치과를 개원하고 있는 이정래 원장은 의사보다 ‘대금 연주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20여 년 동안 밤무대에서 대금 연주를 해오고 있다. 그에게 출연을 해달라는 업소들이 줄을 잇는데, 재미있는 것은 손님들이 그가 의사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밤무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다. 삶에 찌든 세상 사람들에게 정신적 오아시스를 주기 위해서란다. 그는 국악과 ‘뽕짝’, 클래식이 어우러진 대금음반도 낼 예정이다. 낮에는 사람들의 육체의 건강을 위해, 밤에는 사람들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 오늘도 몰입을 하고 있다.
누워서 만화책 볼 때가 가장 행복한 한의학 원장님이 있다.
이경제 동희 한의원 원장이다. 그는 그을 깨치기도 전인 다섯 살 때부터 만화채과 친해졌다. 그는 만화책을 보는 것을 유독 좋아해서 지금까지 모은 만화책만 5,000권에 달한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한의원에는 만화방도 마련했다. 만화 속 캐릭터를 사상의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체질을 연구하는 것도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라고 말한다. 또한 상상력을 기르는 데 만화보다 좋은 교재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원장은 TV에도 출연하여 건강 상식을 전하기도 하는데,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매개체로 만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반인들도 한의학을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화라는 매체를 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잇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의 장점을 자신의 직업인 한의학에 접목하여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그는 퓨전과 통합, 창의성을 요구하는 이 시대를 앞서 예견하고 실천해 나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한 가지의 재능도 발견하지 못하고, 설사 발견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을 계발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한 가지가 아닌 두, 세 가지의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하여 살아가고 있다. 조각가 유대균은 미술뿐 아니라 음악, 운동에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는 특이한 미술인이다. 그는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발휘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점에서 음악과 운동을 통한 감동은 조각작업에도 통한다고 말한다. 유씨의 전공인 조각은, 여가 겸 취미생활인 음악·체육과 뒤섞여, 그로선 일과 취미를 따로 떼어 내어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맞물려 있다. 실제로 그에게 있어, 음악과 체육과 같은 비전공분야의 활동은 조각 작업에 열정과 영감을 더해주는 활력소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한다. 조각으로 입체를 만들다가 생각이 막히면 그림을 그리다가 그래도 안 풀릴 대는 트럼펫을 꺼내 소리를 만든다. 그러면 풀리지 않던 형상은 소리를 통해 절묘하게 되살아나 다시 조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음악은 조각작업 중 무언가가 풀리지 않는 순간에 그에게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스트레스 해소용이자 돌파구이다. 그는 자동차 트렁크에 흙봉지와 악기를 싣고 다니며 어디서든 흙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악기를 불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미술시대 작가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진정한 삶의 조각가이기도 하다.
정리: 자아실현의 욕구와 설득
자아실현된 사람들은 현실을 부정하거나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자기의 약점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수치심이 없다. 이유 없는 죄책감이 없고 자기 욕구를 억누르지 않는다. 행동이나 사고가 자연스럽고 자발적이고 즉흥적이며 창조적이다. 자기 문제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 외부 권위와 독립된 독자적인 도덕 체계가 있다. 다른 사람들을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초월적이다. 자아 실현된 삶은 종종 산 정상에 선 듯한 체험(Peak Experiences)을 하는데 이는 궁극적인 진리를 의식하고 세상과 하나가 되며 시공간에 대하여 잊어버리고 환희를 느끼는 경험이다. 이들에겐 그들이 원하는 자아실현이 성취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설득의 접근이 필요하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라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범수라는 인물은 소왕을 만나고자 하였으나 쉽게 알현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소왕에게 상서를 제출했다. 그 속에 그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나서 소왕이 끙끙 앓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극히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 서면에 굳이 적지 않겠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렇게 호기심을 당기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소왕은 서둘러 범수를 인견했다.
역사상의 중요한 일을 한 사람 중에는 호기심이 엄청나게 많았던 경우가 많다. ‘노트르담의 꼽추’를 지은 빅토르 유고의 경우를 보자. 그가 어느 날 노트르담 성당을 관람하고 있었는데 구석진 벽에 희미한 글씨로 ‘ANAYKH’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운명’이라는 의미였다. 이 글씨가 왜 여기 씌어 있을까 호기심이 난 그는 여러 가지로 추리하고 생각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상상을 덧붙이기 시작하여 결국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대작을 만들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발명왕 에디슨의 경우를 보아도 그는 지식에 매우 탐욕스러운 사람이었다. 그가 전구를 발명할 때도 사실은 2,400종의 물질을 접합시키는 끊임없는 노력과 호기심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여기 호기심을 활용하여 어느 작가가 자기의 책을 판 이야기를 보자. ‘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셋 모옴이 무명 시절 때의 이야기다. 그가 처음으로 책을 출판했으나 출판사에서는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광고를 내지 않았다. 오랜 노력 끝에 써낸 책이 팔릴 기회조차 없어지자 서머셋 모옴은 크게 실망하며 괴로워했다. 모옴은 적은 비용으로 자기의 책을 알릴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민했다. 결국 그는 다음과 같은 짧은 내용의 신문광고를 실었다. “마음 착하고 훌륭한 여성을 찾습니다. 나는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하고 성격이 비교적 온화한 젊은 백만장자입니다. 제가 바라는 여성은 최근에 나온 서머셋 모옴의 소설 주인공과 모든 점에서 닮은 여성입니다. 자신이 서머셋 모옴이 쓴 소설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생각되는 분이 있다면 지체하지 마시고 즉시 연락해 주십시오.”
결과적으로 책은 불티가 났고 서머셋 모옴은 어느새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독자들의 인간으로서 욕구를 읽었고 그것을 조그만 쪽지 광고를 통해 지적인 호기심의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어느 날 한 여행객이 말을 타고 길을 가는데 비가 내렸다. 온몸이 젖어서 추위에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결국 어느 여인숙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그 여인숙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안쪽에 놓여 있는 난로 곁으로 도저히 다가갈 방법이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한 그는 여인숙 주인을 불렀다. “물고기를 제 말에게 먹여주십시오.” “말은 물고기를 먹지 못합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말한 대로 해주십시오.” 여인숙에 있던 사람들은 이 이상한 부탁을 듣자 모두 밖으로 나가서 말이 물고기를 먹는 장면을 보려고 했다. 결국 난로 옆에는 여행객 혼자 나게 되었으며, 여행객은 난로 옆에 앉아서 불을 쬐었다. 이윽고 여인숙 주인과 사람들이 돌아왔다. 주인이 말했다. “당신의 말이 물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럼 물고기를 상 위에 놓아주십시오. 옷이 다 마른 후에 제가 먹겠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았다. 새롭고 진기한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그들의 욕구를 알고 잠시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호기심은 똑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커지고 또한 그들을 쉽게 따라 하게 된다. 일종의 모방효과이다. 심리 실험에서도 한 사람이 서서 맞은편 건물의 창문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경우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40퍼센트가 그 사람을 따라 위를 한번 슬쩍 쳐다보고, 4퍼센트가 걸음을 멈추고 제대로 위를 올려다본다고 한다. 하지만, 약 15명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위를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을 경우에는 지나가는 사람들 중 80퍼센트가 창문 쪽을 올려다보고, 그 중에서 40퍼센트의 보행자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한다.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던지는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그 행동을 모방하는 사람들의 수도 많아지는 것이다.
앞서 살핀 영화 ‘올드보이’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대수의 의문, 우진의 복수 또는 대수의 복수, 우진의 의문. 어쨌든 두 요소의 혼란으로 관객들은 이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극중에서 대수는 우진을 죽일만한 직접적인 기회가 있다. 보통 지나친 복수심에 불타게 된다면, 살인이라도 불사하겠다고 하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인데 대수는 우진을 죽일 수가 없다. 그것은 ‘그가 왜?’라는 의문일 것이다. 대수가 15년 동안 8평 남짓의 독방에 갇혀 있었어야 하는 이유는 오직 우진만이 알고 있다. 자신을 가둔 자가 우진이라 할지라도 그 이유를 모르기에 대수는 우진을 죽일 수 없다. 인간은 이러한 호기심에 의해 본인은 원하지 않지만 행동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겪게 된다. 스팸 전화, 영업사원들의 이야기, 스캔들 기사까지 ‘왜?’라는 의문 때문에 이유도 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 지하철 영업에 파란을 일으킨 양반의 경우를 보자. 다음은 한 친구의 목격담이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 신도림 쯤에서 어떤 아저씨가 가방을 들고 탔다. 아저씨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손잡이를 양손에 잡고 가방을 내려놓고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안~녕하쉽니까. 제가 이렇게 여러분에게 나선 이유는 가시는 걸음에 좋은 물건 하나 소개드리고자 이렇게 나섰습니다. 물건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 프라스틱 머리에 솔 달려 있습니다. 이게 무엇입니까여? 칫~솔입니다. 이걸 뭐 하려고 가지고 나왔을까여? 팔려고 나왔습니다. 한 개에 200원씩 다섯 개 묶여 있습니다. 얼마일까여? 천~넌입니다. 뒷면 돌려 보겠습니다. 영어 써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이게 무슨 뜻일까여? 수출했다는 겁니다. 수출이 잘 될까여? 망했쉽~니다. 자 그럼 여러분에게 한 개씩 돌려보겠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칫솔을 사람들에게 돌린다. 사람들은 너무 황당해서 웃지도 않는다. 그런데, 칫솔을 다 돌리고 나서 아저씨는 다시 말을 이었다. “자 여러분, 여기서 제가 몇 개나 팔 수 있을까여?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합니다. 잠시 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나도 과연 칫솔이 몇 개나 팔렸는지 궁금했다. 잠시 후 계속되는 아저씨의 말, “자 여러분, 칫솔 4개 팔았습니다. 얼마 벌었을까요? 4개 팔아 4천원 벌어 쉽니다. 제가 실망 했을까여? 안 했을까여? 예. 쉴~망 했쉽니다. 그렇다구 제가 여기서 포기하겠쉽니까?” “다음 칸 갑니다!” 하면서 아저씨는 가방을 들고 유유히 건너간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거의 뒤집어진다.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했다면 주의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업 맨은 사람들이 가진 호기심의 욕구를 알고 있었다. 메시지마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유도하면서 동참케 하고 있다. 물론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조금 더 주었다면 더 많이 팔 수 있는 아쉬움은 있지만, 적절한 유머와 함께 고객의 주의를 끌어 들이는 흡인력은 대단한 실력이라 볼 수 있다.
유머로 반전시켜라
자기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이 많으면 위기의 상황일 지라도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상대의 지식과 이해에 대한 욕구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외무장관을 지낸 이누가이는 한쪽 눈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국회에서 국제 정세를 설명하는 그에게 한 야당의원이 “당신은 한쪽 눈밖에 없는데 복잡한 국제 정세를 잘도 보시는군요”라고 빈정거렸다. 이런 노골적인 인신공격에 대해 보통 사람 같았으면 흥분을 할 일이었겠지만 이누가이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의원께서는 일목요연하다는 말도 못 들어 보셨습니까?”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던진 하급의 유머를 재치 있게 대답하여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다.
과거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무학 대사의 슬기를 시험하려고 이렇게 말했다. “대사, 우리 상대방을 헐뜯는 농담이나 합시다. 나는 대사가 꼭 돼지처럼 보이는군요.” 이 말을 들은 무학대사는 화를 내지 않았다. 상대와 같은 논법으로 전하가 바보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가지고는 이 시험에서 이길 수 없었다. 그는 상대를 높이는 듯 하면서 실은 깎아 내리는 응답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나를 돼지라 부르는 저 상대를 돼지로 만드는 방법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전하가 꼭 부처님처럼 보입니다.” 그러자 이성계는 물었다. “내가 농담을 하자고 하는데 어찌 아첨을 하는 거요?” 이에 무학대사는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니옵니다. 저는 사실대로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자고로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는 법이지요.” 다 같이 알고 있는 법문에 나오는 지혜를 이용하여 상대의 논리를 뒤집은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대답을 “돼지의 눈에는…” 했다면 유머도 되지 않을 뿐더러 상대의 감정만 다칠 뿐이다. 이것을 반어법으로 하여 상대로 호기심을 돋우게 하여 답을 듣고 싶어 하게 만드는 것이 재치이며 고급 유머이다.
링컨이 젊은 시절 하원의원으로 출마할 때였다. 정견발표회에서 그의 경쟁후보는 링컨이 신앙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나서 청중을 향해 “여러분, 천당에 가고 싶은 분들은 손을 들어 보세요”라고 소리쳤다. 모두들 손을 높이 들었으나 링컨만은 손을 들지 않았다. 그 후보는 링컨을 향해 “당신은 손을 들지 않았는데, 그럼 지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이요?”라고 물었다. 링컨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상대가 만든 선택구도를 벗어나서 현재 의원출마자로서의 선택구도로 바꾸었다. 그는 빙긋이 웃으며 “천만에요. 나는 지금 천당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소. 나는 국회로 가고 싶소!”라고 응수했다. 청중은 폭소를 터뜨렸고 상대는 이쪽의 재치와 유머수준에 손을 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