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신 마리아(32차 2주간의 기도체험 피정자,한국 의정부)
<57년을 살아오면서 내안에는 9살의 어린 혜신이와 균형 있게 성장하지 못한 어른 혜신이가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가톨릭으로 세례를 받은 지 37여 년이 되었고 미션 스쿨 대학을 졸업하고 사제 수도자들과 나눔을 하며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였지만 그건 나의 예수님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나는 결혼도 수녀원도 선택하지 않은 채 어린이로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내가 어린이로 사는데 한몫 했던 것은 막내로 태어나서 부모님의 사랑이라고 포장된 어머니 덕분이었고 그런 어머니를 2017년도에 준비 없이 하늘나라에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혼자 지내면서 직장이라도 다니며 지내었는데 건상상의 이유로(녹내장으로 시력악화) 지난해 12월 이른 퇴직을 하고 물리적으로 혼자 지내게 된 올해(2023년) 5월 산티아고 순례길 800키로를 완주하고 그래도 남아있는 일상의 외로움에서 더 이상 이대로 살고 싶지 않은 원의가 32차 2주 마음기도 피정에 초대된 것 같습니다
9살의 어린 혜신이는 면담 첫 시간부터 전화목소리 만으로 여실히 신부님이 낚아 채셨고 신부님께서는 어린 혜신이를 다독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2주 동안 3번의 면담으로 진행되는 마음기도에 다독일 시간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신부님께서는 위로를 받고자 하면 다른 피정을 찾아보라 하였고 나는 오래전 이긴 하지만 19번 영신수련과 수도자들과 8박9일 피정까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신부님의 2주 마음기도 피정이 아니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울먹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의 간절함이 신부님께서 피정을 허락하신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피정은 신부님께서는 첫 전화면담 후 당일 추가로 전화면담시간을 더 내어 주시면서 정성을 들이시며 하느님의 큰 사랑을 전해 주시고자 하셨던 것 같습니다. 또한 피정 1주일 전부터 매칭된 봉사자매님의 마음기도 연습과 친절한 안내 덕분에 기도여정을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주어진 성서구절중 제가 머무르게된 성서 구절은 시편 8편에서는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온 땅에 당신이름...하늘위에 당신의 엄위를 세우셨습니다... 우러러 당신의 하늘을 바라봅니다”등의 성서구절을 반복하였습니다. 이 성서구절들을 통해 나는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하면서 타인을 돌보고자 하였으나 나는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반발심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실은 내가 돌봄 받기를 거절한 것이 맞습니다) 다행스럽게 반발심은 곧 사라지고 깊은 평화를 느끼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반복했던 구절이 없어지고 호흡만 남아 있는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평화만 지속되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로움보다 더 깊은 고독함이 엄습하였습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해가 저물자 친구들은 각자의 집으로 가 버렸는데 9세 혜신이는 그 자리에 멍 한히 머물러 있는 이미지였습니다. 함께 놀던 친구들이 다 떠나가버린 해질녁 어둑해지는 공터에 혼자 남아 있는 느낌... 굳이 친구들처럼 급하게 집에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집에는 혜신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공무원인 아버지 월급으로는 5형제가 동시에 공부하고 찾아오는 시골사람들이 많았던 서울살림을 하셨던 어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대학교까지 식당을 하였습니다) 아마 혜신이는 어두운 집을 들어가기 싫었을 것이고 저녁 늦게 들어오시는 어머니 앞에서는 괜찮은 척 친구들과 잘 지낸 척 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멍 한이 있었던 시간은 혜신이 마음에만 꼭꼭 숨겨 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꼭 숨겨둔 9세 혜신이 마음은 57세가 된 어른 혜신이의 마음안에 그대로 웅크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사야 43장 에서는 “내가 너를 구원하였으니 두려워 하지 마라. 너는 나의 것이다. 너의 구원자이다”등의 성서 구절을 반복하게 되었는데 저에게 온 느낌은 두려워 말라 하시니 감사하나 그러나 저의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았고 너는 나의 것이라는 사랑고백에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구원자라면 새로운 나로 인도하고, 9세 혜신이를 57세 어른으로 성장하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자 기쁘고 흥분되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세야 11장 에서는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다”“다시 제 집에 살게 하리라”“그들은 내가 자기들의 병을 고쳐준 줄을 알지 못하였다”등의 성서 구절을 반복하게 되었는데 제가 받은 느낌은 내 뒷배경에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든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아무런 장애물 없이 편안하게 쉬어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알지 못한 것을 아는 척 했던 나의 어리석음에 대한 후회스러움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느낌조차 신부님께서는 생각이 많아서 느낌이 성장을 못한다고 하시며 두려움도 기쁨도 다 괜찮으니 생각 놓기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부족한 다정함을 요구하셨습니다. 성서 단어들에 좀 더 다정하게 다가가 보도록 하였습니다.
성서 단어들에 좀 더 다정하게 다가가 보기로 하면서
이사야43장 “내가 너를사랑하기 때문이다” 호세야11장 “내 마음이 미어지고 연민이 북받쳐 오른다” 시편8편 “당신 손의 작품들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 아래 두셨습니다” 를 반복하게 되었고 그 시간을 통해 나의 노력 없이 무상으로 전해주신 하느님의 큰 사랑 다정히 받고 그 사랑으로 파견 받은 느낌이 듭니다. 나의 일상으로...
이제 나의 예수님을 나의 일상에서 실제로 뵙는 일만 남았습니다
빈 집에 기다리고 계셨던 하느님의 손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