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진핑(아래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아래 왼쪽) 총리가 지난 3월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photo AP | 3월은 중국 연중 최대 정치의 계절이다.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라는 양대 회의(양회)가 3월 3일과 3월 5일에 열리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항상 춘절(春節), 국경절 같은 긴 휴가를 앞두거나 양회 같은 국가의 큰 행사가 있기 전에 분위기를 띄운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3월 1일, 양회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투자가 늘고 소득이 늘어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금리인하 후 주가가 속락했다. 금융주 주도로 상하이 증시가 2% 넘게 폭락을 했다. 채권 보유가 많은 금융주들이 금리인하의 최대 수혜주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뜨린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외국인도 홍콩 시장을 통해 중국 상하이 A주식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후강통(沪港通)제도를 도입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 17일 후강통을 실시하고 나서 바로 직후인 11월 22일에 금리를 0.25%포인트나 내렸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던 조치였다. 그리고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한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자 2007년 이후 7년간 속락했던 중국 증시가 후강통 도입을 계기로 ‘벌떡’ 일어섰다. 지수 2000대에 머물던 주가가 두 달 만에 3300선대로 진입해 60%가 넘는 급등세를 실현했다. 주도주는 금융주와 철도 건설주였다. 금리인하의 수혜와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수혜주가 시장을 선도한 것이다. 이번에도 3월 3일 양회를 앞둔 금리인하에 증시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정반대였다. ‘역사는 항상 반복되지만 그 모양은 항상 다르다’는 말이 바로 중국의 금리인하가 가져온 증시의 변화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도대체 중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중국은 겉으로는 사회주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서방세계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나라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자본주의의 꽃인 증권 시장이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 규모도 장난이 아니다. 미국 다음의 세계 2위의 시가총액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의 당이라는 중국공산당의 핵심의결기구인 정협과 전인대의 대의원을 보면 중국 100대 부호 중 36명이 포함돼 있다. 36명 중 전인대 대표가 15명이고 정협 대표가 21명이다. 이들 36명 부호의 재산을 보면 1조2000억위안(약 210조원)에 달한다. 이들의 재산규모는 중국 서부 칭하이성(靑海省) GDP의 5배가 넘고, 베트남 전체 GDP보다 크다. 이런 중국을 보면 중국은 진정 ‘사회주의 탈을 쓴 자본주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지금 화폐유통량이 미국보다 더 큰 세계 1위다. 중국의 통화량(M2)은 GDP 대비 200%대다. 그런데 GDP의 2배에 가까운 돈이 풀렸음에도 민간기업은 항상 자금난으로 허덕인다. 은행의 분기·반기 결산기마다 민간기업은 돈 가뭄이 주기적으로 생긴다. 이유는 바로 대출구조다. 중국은 상장사 기준으로 74%가 국유기업이다. 그리고 은행대출의 80% 이상이 국유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국유기업이 ‘은행 돈 먹는 하마’다. 국유기업은 국가가 책임지는 기업이기 때문에 절대로 부도가 나지 않는다. 은행으로서는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민간기업보다는 부도 위험 없는 국유기업 대출이 안전하다. 국유기업은 정부가 의도하는 목적에만 충실하면 되지 이익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래서 국유기업은 은행으로부터 이자의 높낮이에 관계없이 돈을 빌려 투자한다. 은행은 돈 떼일 염려가 없어 무한정 대출해도 안전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다. 이것이 지금 중국의 제조업 과잉투자, 은행 잠재부실의 원인이다. 그래서 중국의 대출은 이자에 민감하지 않다. 서방세계처럼 금리인하가 곧바로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소득에 영향을 주는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중국은 금리 같은 가격변수가 아니라 대출총량규제를 통해 투자를 조절한다.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매월·매분기·연간의 총대출한도를 설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은행이 대출의 시기를 조절하는 구조다. 금리의 가격기능이 잘 먹히지 않는 특성 탓이다. 따라서 금리인하가 바로 대출과 투자 그리고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고리가 매우 약하다. ‘사회주의 탈을 쓴 자본주의’ 중국의 시스템은 서방과 비슷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운영은 판이하다. 정책 효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스템 때문에 서방의 경제학원론과 화폐금융론은 작동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서방세계에서는 금리인하, 지준율 인하는 경기부양책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부양에 가장 중요한 금융정책에서 핵심인 가격정책수단이다. 따라서 중국의 금리인하, 지준율 인하는 경기부양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중 유동성 보충수단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중국은 지준율이 작년까지 20%에 달했다. 이는 외환보유고 급증으로 매년 4000억~5000억달러의 외환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에 대응해 외환 분야에서 통화증발로 인한 인플레를 막기 위해 지준율을 올리다보니 그리된 것이다. 최근 중국이 지준율을 내리고 금리를 내렸지만 증시는 무덤덤했다. 이유는 지준율과 금리인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유동성의 보충과 실질금리 인상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에 그쳤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중국 정부의 해외투자 장려로 처음으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외환 부문에서 통화증발 요인이 사라지고 유동성 유입이 줄어들자 이를 보충하기 위해 지준율을 내린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 역시 물가하락 때문에 수동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3% 하락했다. 그래서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자 중국 정부는 금리자유화를 통해 금리를 낮추어 사회 전반의 자금조달 코스트를 낮추고 싶어한다. 리커창(李克强) 정부가 ‘보이는 손’을 쓴 것이다. 금리를 소비자물가 하락분만큼 낮춰 실질금리를 낮추려는 것인데, 주식 시장이 하락한 것은 그 폭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물가하락이 0.3%였는데 금리는 인민은행이 인하 단위를 0.25%씩 하다 보니 물가를 반영한 실질금리는 여전히 이번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0.05%만큼 높아진 것이다. 주가와 금리는 역상관관계이기 때문에 영악한 증권 시장이 이를 즉시 반영한 것이 금리인하에도 중국 증시가 속락한 진짜 이유다. 중국 금융당국의 목표는 2016년까지 금리자유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대출금리를 자유화했고, 예금금리를 자유화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중국의 금리인하에서 주목할 것은 기준금리 상한선의 폭이다. 기존의 1.2배에서 1.3배로 높인 것이다. 경직된 금융기관의 금리결정 관행에 변동폭을 단계적으로 높임으로써 서서히 변화를 주어 금리자유화로 인한 금융 시장의 충격을 줄여간다는 전략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