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7:40-51
찬송가 321장 ‘날 대속하신 예수께’
‘반구십리(半九十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백 리를 가려는 사람이 구십 리에 이르러서도 겨우 반 정도 온 것으로 여긴다는 뜻입니다. 즉, 자신이 목표한 일과 맡겨진 일을 할 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이것은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할 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함을 떠올려 봅니다.
솔로몬은 두로 왕 히람에게 부탁하여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게 했고, 본문은 성전의 외부,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각종 기구들까지 제작 완료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오늘 본문의 성전 건축을 마무리하는 히람과 솔로몬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일에 대해 어떠한 마음으로 임해야 할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성전 건축의 완성(40-45)
(40) 히람이 또 물두멍과 부삽과 대접들을 만들었더라 이와 같이 히람이 솔로몬 왕을 위하여 여호와의 전의 모든 일을 마쳤으니
히람이 성전의 모든 일을 마쳤다고 언급하면서 41절부터 45절까지 그 내용을 다시금 요약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45) 솥과 부삽과 대접들이라 히람이 솔로몬 왕을 위하여 여호와의 성전에 이 모든 그릇을 빛난 놋으로 만드니라
히람이 성전의 모든 그릇을 빛난 놋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고, 또한 그 그릇들을 열심히 갈고 닦아 반짝반짝 윤이 나는 최상의 그릇이 되도록 했다는 뜻입니다. 다윗과 솔로몬을 위해, 또한 그들이 섬겼던 하나님을 위해 히람은 최고의 것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성전 건축에 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은 나의 최고봉’이라는 묵상집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 장씩 1년간 주제 성경 구절을 가지고 묵상할 수 있는 글이 소개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오스왈드 챔버스입니다. 책의 제목은, 1월 1일의 묵상에 나오는 “최상의 주님께 나의 최선을 드리는 것(My Utmost for His Highst)”이 신앙의 중심이라는 말씀에서 따 왔습니다. 챔버스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다니며 복음을 선포했고, 1911년에 런던의 클래펌에 성경 대학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 중 이집트에서 군목으로 사역을 하다가 그곳에서 43세의 나이로 별세하였습니다. 남편이 죽고 나서 속기사였던 챔버스 부인은 그가 전한 말씀들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힘썼고 그 결과로 40여 권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책의 제목처럼 스스로 주님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삶을 살다 갔습니다.
우리의 인생 중에 가장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았던 기억이 언제인지 떠올려 보기를 원합니다. 입시를 치르기 위해 매진했던 고3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직장에 막 입사해서 가장 열심히 일했던 경험이 떠오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위해 그토록 최선을 다해서 열정을 쏟았던 때는 언제였는지 떠오르십니까? 그때가 아직 오지 않은 분도 계실 것이고, 아득한 추억처럼 떠오르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우리의 남은 삶이 최고의 주님께 최선의 것을 드렸노라고 고백할 수 있는 날들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심히 많은 성전 기구와 재료(46-51)
(46) 왕이 요단 평지에서 숙곳과 사르단 사이의 차진 흙에 그것들을 부어 내었더라
숙곳과 사르단 사이의 지역은 주물하기에 적합한 좋은 흙이 풍부했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이곳에서, 많은 청동 유물들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솔로몬이 이곳을 기물들을 제작하는 장소로 직접 정한 것을 보면, 그가 성전 기물을 제작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47) 기구가 심히 많으므로 솔로몬이 다 달아보지 아니하고 두었으니 그 놋 무게를 능히 측량할 수 없었더라
놋으로 만든 기구들의 무게를 측량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성전 건축을 향한 열망이 컸던 다윗은 생전에 이러한 재료들을 쓰고도 남을 정도로 많이 준비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경외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케 해 줍니다.
(48-50) 솔로몬이 또 여호와의 성전의 모든 기구를 만들었으니 곧 금 단과 진설병의 금 상과 내소 앞에 좌우로 다섯씩 둘 정금 등잔대며 또 금 꽃과 등잔과 불집게며 또 정금 대접과 불집게와 주발과 숟가락과 불을 옮기는 그릇이며 또 내소 곧 지성소 문의 금 돌쩌귀와 성전 곧 외소 문의 금 돌쩌귀더라
성전의 모든 기구를 솔로몬이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분향단과 진설병 상, 등잔대 등 금으로 만든 기구들은 히람이 만든 놋 기구들과는 달리 성막에서 쓰였던 것들을 만들었던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기술들이 전수되어 왔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성막 제작 당시 브살렐과 오홀리압에게 지혜와 총명과 재능을 주셔서 맡은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지금 솔로몬에게도 지혜를 주셔서 성전 건축을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도우셨습니다.
성전 내부와 성전 안에서 사용할 기구들은 주로 금으로 만들었으며, 성전 밖에서 사용될 기구들은 놋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상징하는 성전의 내부 기구들을 보다 귀한 재료인 금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내부와 외부에서 사용된 기술이 이스라엘과 이방인의 합작품이듯, 이 성전은 이스라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방인을 위한 목적도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방인들이 와서 솔로몬 성전을 보고 감탄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구원의 길에 들어서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깊은 의미를 후에 망각하고 선민사상이라는 교만에 빠져 스스로 멸망의 길로 가고 말았습니다. 성전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성전 된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셔서 이스라엘과 이방인을 구원하실 하나님의 구역 역사를 미리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솔로몬이 이렇게 최고의 것으로 하나님께 드리고자 하는 마음 자체는 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불어 왕궁을 화려하게 건축하고, 이후 우상 숭배의 길로 나아갔던 그의 모습을 보며, 본래 자신을 높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변질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향해 최선의 것을 드리고자 하는 그 마음이 한결같도록, 변하지 않도록 우리 마음을 잘 지켜야 하겠습니다.
(51) 솔로몬 왕이 여호와의 성전을 위하여 만드는 모든 일을 마친지라 이에 솔로몬이 그의 아버지 다윗이 드린 물건 곧 은과 금과 기구들을 가져다가 여호와의 성전 곳간에 두었더라
솔로몬이 성전 건축을 위해 금, 은, 놋을 많이 사용하였지만, 성전 완공 이후에도 그것들이 많이 남아서 곳간에 보관했다고 말씀합니다. 보관을 했다는 것은 이후 성전이 노후화되거나 수리가 필요할 때 사용할 것을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전 건축 완공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이 가나안 땅에서 성취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님과 자기 백성과의 교제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목적이었습니다. 신약에서도 우리를 구원하신 목적은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과 교제하기 위함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성전에 임재하기를 원하셨던 것처럼, 오늘도 구원하신 주의 백성들 가운데 임재하시고 함께 교제하기를 원하십니다.
40절과 51절에 성전의 모든 일을 마쳤다고 반복하여 언급합니다. 모든 일에 마무리가 중요함을 생각해 봅니다. 연초에 많은 계획을 세우고 어떤 것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한 계획들, 일들이 참 많이 있음을 봅니다. 계획했던 일이 마지막까지 완성에 이른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나의 노력, 그리고 주변의 도움 등 많은 것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가끔씩 공사를 하다 멈춰 있는 그래서 약간은 흉물스러운 건물을 볼 때가 있습니다. 저 건물은 왜 공사를 하다가 말았을까? 부도가 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 인생도 언젠가 마지막 종착점에 다다를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언제인지 우리는 알 수 없기에 주어진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인생의 마무리를 향해 끝까지 주님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우리 인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본문을 통해 헌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봅니다. 연말이면 구역장과 봉사팀장, 봉사자를 세우기 위해서 교역자들이 많은 권면을 드립니다. 그때 기꺼이 수락하시고 헌신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큰 귀감이 되고 또 감사가 흘러나옵니다. 얼마 전 주일예배 때 한 장로님이 하신 기도가 귀에 꽂혔습니다. 우리 모두, 내 집 앞은 내가 쓴다는 마음으로 봉사의 자리에 기쁨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성령님께서 마음에 소원을 주시는, 감동하시는 봉사의 자리는 어디이십니까? 우리를 부르시고, 몸 된 교회를 또한 세워가도록 이끄신 주님 앞에 우리의 마음과 사랑을 담아 헌신의 한 걸음을 뗄 수 있는 귀한 결단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찌그러진 통에 불과할지라도’라는 책이 있습니다. 캐나다 선교사로 조선에 내한해서 교회를 세우고 교단까지 설립한 침례교단의 말콤 펜윅 선교사님이 자신을 투영해서 쓴 소설 형식의 책입니다. 펜윅 선교사님은 젊은 시절, 자신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부르시고 복음을 위해 먼 타국 조선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앞에 온 열정과 젊음을 바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습니다. 한국말로 된 성경을 번역하고 조선인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갓을 쓰고 조선인들의 삶 깊은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의 고백이 이러합니다. ‘비록 녹슬고 찌그러진 통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구하는 물을 나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역시 세상에서는 찌그러진 쓸모없는 깡통과도 같은 존재들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를 귀하다 여기시고 불러주시고 하나님의 자녀 삼아 주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구원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함으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시고, 또 당신의 뜻대로 사용해 주심에 감사와 기쁨으로 우리를 보내신 그 자리에서 충성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날마다 이기신 주님과 동행함으로 다윗과 솔로몬과 히람과 같이, 오스왈드 챔버스와 펜윅 선교사님과 같이 찌그러진 통과 같은 인생을 부르셔서 귀하게 사용해 주시는 하나님 앞에 끝까지 충성하며 최선의 삶으로 드려지는 귀한 인생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가정과 교회와 사회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더욱 더 변화되고 개혁되어 감을 함께 목도하는 이 시대의 종교개혁자들로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 말씀을 통해 솔로몬 성전의 건축이 완성되기까지 다윗과 솔로몬, 히람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음을, 그리고 최고의 것으로 드리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보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우리 삶에서도 하나님께 최상의 것을 드리기를 힘쓰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시고, 보내신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주님의 백성들 되게 해 주시옵소서. 또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끝까지 충성되게 감당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와 능력을 더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나아갈 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하루도 이기신 주님과 동행하며 약속의 말씀으로 우리 자신을 계속해서 변화시켜 가는 이 땅의 개혁자들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다윗과 솔로몬은 하나님께 최고의 헌물을 드려 성전을 건축하고자 했습니다. 나의 삶에서 하나님께 최선을 다해 드렸던 적은 언제였습니까?
2. 하나님께서 히람을 사용하셔서 성전 건축을 마무리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사와 달란트는 무엇이며 그것을 지금 어떻게 사용하고 있습니까?
3. 성전 건축이 마무리되며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습니다. 나의 인생 마무리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더욱 힘써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4. 오늘 하루 이기신 주님과 동행하며 삶의 자리에서 말씀으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결단하시겠습니까?
(작성: 최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