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31.
남원에 대하여
“남원을 얼마나 알고 계시는가요?”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제일로 꼽고 싶다. 광한루원 어느 구석에서 가슴 뛰는 눈맞춤 한 번으로 밤새 콩닥거렸을 사랑을 상상하면 남원이라는 도시는 분홍빛 낭만으로 가득하다. “암.행.의.사. 출두야!”를 외치며 뛰어든 애달픈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광한루. 여말선초 문신인 방촌 황희가 일재(逸齋)라는 조그만 서재를 헐고 새로운 누각을 지어 광통루라 했고 후일 정인지가 광한루라고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보존을 위해 누각에 오를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성계의 황산대첩도 남원 땅의 역사다. 역대 최대 규모의 왜구는 아기발도(阿其拔都)를 대장으로 하여 전라도와 경상도를 약탈과 살육으로 짓밟다가 운봉에서 전멸당한다. 황산대첩비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해 파손되었지만, 현재는 파비(破碑)석과 복원한 비석 등이 그 현장에 잘 보존되어 있다. 흔해빠진 ‘당한 유적’을 보다 일본을 아작내버린 유적지에 서니 속이 후련해진다.
만복사지에는 보물이 4개나 있다. 모두가 석조물이다. 11세기 중엽 창건되어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이 함락됐을 때 왜병의 방화로 소실되었다고 전해진다. 매월당 김시습의 금오신화(金鰲新話)에 실린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정도는 학창 시절 네모난 교실에서 들어 봤으리라 믿는다. 절터에 남아있는 고개를 90도 돌린 석인상은 아주 인상적인 유물이다.
실상사는 평야에 지어진 사찰이다. 경내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경사지가 없다. 하지만 보물이 6개나 되는 천년고찰이다. 실상사 동삼층석탑은 기단부와 탑신부의 보존이 아주 양호하다. 더불어 상륜부의 노반, 복발, 앙화, 보륜, 보개, 수연, 용차, 보주 등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탑으로 유명하다. 경주의 수많은 석탑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하지만 실상사를 답사하면 그 한을 풀 수 있다.
벅수. 돌장승 혹은 석장승이라 한다. 남원은 벅수의 고장이다. 주천 호기리에 주천 석장승이 있으며, 운봉 서천리에 2기, 북천리에 2기, 권포리에 4기의 돌장승이 있다. 인월 유곡리에 2기와 아영 의지리 2기, 산내 실상사 입구에 3기가 있다. 총 16개의 돌장승이 현존하고 있으며, 정해진 시기에 동제를 지내는 등 마을 단위로 관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지리산의 서북쪽을 품은 땅 남원은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관광객들이 뜸해지는 저녁 7시면 시내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도농 복합도시이다. 하지만 역사가 산재해 있으며 문화가 꿈틀대는 도시이다.
첫댓글 아는게 참 많다
조금 알면 공부해서 넓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