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윗(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 카라밧지오 -
101 x 125 cm / 캔버스, 유채 / 1609 - 10 년작
로마, 보르게제 미술관
17세기의 거장 “카라밧지오”의 마지막 작품!
빛과 그림자의 강한 대비는 그의 개성으로, 많은 추종자를 만들게 된 기법이다.(하늘그림 22번, 50번 참고)
이 작품은... 그의 후기 작품의 대표작이면서, 화가 자신의 삶의 여정이 담긴 작품이다.
그림 속 두 사람의 얼굴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작가 자신의 얼굴인 까닭.
소년 다윗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고귀하고 신앙심 깊은 집안 출신인 카라밧지오의 소년시절의 모습.
골리앗은... 진흙탕을 뒹굴 듯 광폭하게 살아온 그의 말년의 모습이지요.
괴팍한 성격으로 뒷골목 사람들과 어울리며, 감옥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그림의 장면은... 소년 다윗이 블레셋의 적장 골리앗의 머리를 베어 들고 있는 모습.
“다윗이 이같이 물매와 돌로 블레셋 사람을 쳐 죽였으나 자기 손에는 칼이 없었더라.
다윗이 달려가서 블레셋 사람을 밟고 그의 칼을 그 칼집에서 빼내어 그 칼로 그를 죽이고 그의 머리를 베니...”
(사무엘상 17 : 50, 51)
다윗이 들고 있는 적장 골리앗의 머리, 이마 한 가운데... 물맷돌의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반대편 손에 쥔 것은 골리앗의 칼.
일반적으로 칼에는 칼의 주인의 이름이나 가문의 문장, 혹은 칼을 만든 장인의 이름이 새겨진다는데...
그런데 카라밧지오는 이 칼에,
“교만한 자의 발이 내게 이르지 못하게 하시며 악인들의 손이 나를 쫓아내지 못하게 하소서.”(시편 36 : 11)
라는 말씀을 새겨 넣었다 한다.
무슨 뜻일까?
그 말씀의 칼에 머리가 잘리었다는 것은...!
사무엘상 17 : 43 ~ 44에는 골리앗의 교만이 기록되어 있고...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인 사무엘상 17 : 45 ~ 47에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나아가는 겸손한 다윗의 거룩한 분노가 있다.
겸손하지 못한 자의 마지막을 베어버린 칼...!
승리자라고 하기에는 착잡한 표정의 다윗.
다윗의 마음에 들끓던 거룩한 분노가 차츰 연민으로 바뀌고...
죄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다.
그리고... 피흘리는 골리앗의 머리가 용서를 구한다.
그의 괴벽스런 생활과 달리, 화가로서 선풍 같은 인기로 유럽을 들끓게 한 작품들을 남긴 카라밧지오.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친 첫 피난지, 나폴리에서 그린 마지막 작품... “다윗!”
당시 유럽 최고의 화가였던 그는 이렇게 뛰어난 솜씨로 자신의 삶을 고발하며,
다윗도 골리앗도 모두 우리 자신일 수 있음을 알려주므로,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내 눈 속의 ‘들보’보다 더 커 보였던 너의 ‘티’
그래서 거침없이 물맷돌을 날렸다.
허나... 참으로 누구를 향해 던지었던가!
하나님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가 살펴보자
나를 향해 던졌어야 마땅한 물맷돌을...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로마서 7 : 2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