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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수도원과 기도원의 입지적 특징은 대개 깊은 산속이나 계곡에 위치해 도시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사에 나오는 수도원들도 주로 세상과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강원도 원주 치악산국립공원 끝자락에 자리잡은 명성수양관은 예외다.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30분 남짓 달려가다가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다시 남원주 출구를 벗어나 조금만 가면 명성수양관이 보인다. 옛날 교통이 불편했을 때는 심산계곡이었겠지만 고속도로가 뚫려 지금은 접근하기 쉬워졌을 것이리라. 결과적으로 현재 이곳은 전국 어디에서나 3시간 안에 닿을 수 있게 됐다.
명성수양관은 일찍부터 한국 교회에서 새벽 집회의 모델이 되고 있는 명성교회(당회장 김삼환 목사)가 1980년부터 조금씩 부지를 매입,1992년 15만평에 건립한 것으로 21세기 이후를 내다본 초현대식 영성훈련장이다. 무엇보다 치악산국립공원 서남쪽 끝자락에 수양시설을 건축하게 된 것부터가 기적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립공원 인접 부지에는 건축 허가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명성교회 성도들의 오랜 기도에 응답하셔서 마침내 합법적으로 수양관 건축을 가능하게 하신 것이다. 매일 새벽 5부 새벽기도회를 갖는 명성교회의 기도의 위력을 입증한 사례라 하겠다.
명성수양관은 시설도 초현대식이지만 건강하고 울창하게 자란 백년송의 자연조림이 더 돋보인다. 가히 예술작품과도 같은 소나무들과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계곡물,우거진 숲과 시원한 바람이 천혜의 영성도장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이런 자연적 환경 속에 3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본당을 비롯,연건평 6300평에 6500명이 집회를 가질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다.
600명이 숙박할 수 있는 본당을 비롯해 2600명이 잘 수 있으며 10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도 구비돼 있다. 단체나 교회 단위의 웬만한 대형집회는 넉넉하게 치를 수 있는 규모다. 무엇보다 각 건물에 분산해서 집회를 진행할 경우에도 중앙집중식 모니터 및 통제 시스템을 통해 집회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명성수양관을 찾은 날에도 명성교회 자매교육기관인 경북 영주 영광여중학교 학생 200여명이 벧엘관에 입소하여 영성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런 여러 장점 때문에 명성수양관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의 굵직한 행사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제6차 아시아교회대회가 개최된다. 아시아복음주의협의회가 주관하고 한국복음주의협의회와 명성교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에는 22개국의 개신교 지도자 400여명이 참가,21세기 아시아교회 주도의 세계선교 전략 및 교회지도자 영성훈련이 실시된다. 명성교회는 아시아지역 복음화를 촉진하기 위해 열리는 이번 대회에 장소 제공은 물론 행사비 일체를 부담하고 있다.
김삼환 목사는 이같은 21세기형 영성훈련장을 마련하게 된 취지에 대해 다음과 설명했다. “한국 교회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훌륭한 기도원과 수양관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서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미래형 수양관’이 필요하다고 생각,국제적 수준의 영성센터를 건립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주신 무공해 자연환경은 목회에 지친 목사님들과 교회 봉사와 생업에 바쁜 성도들에게 새 힘을 공급할 것입니다. 저도 자주 이곳을 찾는데 싱싱한 솔바람과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잠시 노동의 땀을 흘리면 여기가 마치 지상낙원 같아서 마냥 머물고 싶습니다.”
김 목사는 최근 명성수양관 관장으로 순교자 이기풍 목사의 손자인 이성근 목사를 초빙,순교자 후손들의 후원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김 목사는 미래형 수양관다운 반가운 구상을 밝혔다. 드넓은 숲에 청소년들을 위한 기독교문화 공간을 만들고 도서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속문화에 망가지고 있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복음과 함께 절실히 필요한 것은 성경적인 ‘생명의 문화’이며 ‘사랑의 문화’라는 것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이곳에 교회의 청소년은 물론 인생의 참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세상의 청소년,대학생들을 초청해 세상에서는 맛볼 수 없는 기독교문화를 선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 프라미스’도 처음에는 대도시에서 시작된 뮤지컬이 아닙니다. 텍사스주 글렌 로즈라는 작은 시골에서 시작한 기독교예술작품이 소문이 나면서 인기 뮤지컬이 됐고 지금까지 15년간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공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세속문화 속에서도 진리를 담은 문화는 힘이 있다는 증거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기독 문화의 영적 본산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치악산 기슭에서 기독교 문화예술의 횃불을 높이 치켜들겠다는 김 목사의 생각이야말로 미래형 영성센터에 걸맞은 비전이라 하겠다.
오늘날처럼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있는 세속문화 속에서는 신학교육과 교회교육도 청교도처럼 하지 않으면 교회가 세상을 이길 수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명성교회 성도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지원 속에서 명성수양관에 이상적인 청소년 문화 공간이 건설되어 한국 교회의 청소년 뿐 아니라 이 땅의 청소년들을 세속문화로부터 구출해내는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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