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철도탐사여행기 6편 <에비노고원을 넘다>
설잠이 들은 것도 잠시, 어느새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하는 안내방송이 잠을 깨웠다. 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니 도착까지는 앞으로 20여분. 잠을 자도 통 잔것 같지가 않은 몸으로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바지를 갈아입고, 짐을 챙겼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종착역인 니시카고시마 였다. 다음에 탈 열차까지 20분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잠깐 밖을 둘러보았다. 아직 해가 안떠서 그런지 주위는 어두웠다. 옆에 편의점에 가서 커피우유를 하나샀는데, 어쩌다보니 또 시간이 급박해져서 아침부터 막 뛰었다(-_-;;) 헐레벌떡 역에 도착해서 역무원에게 레일패스를 보여주고 계단을 막 뛰어 올라가니 우리가 탈 키리시마2호가 대기하고 있었다.
탑승열차-5 485계 L특급'키리시마2호'
이용구간-니시카고시마(西鹿兒島)→미야코노죠우(都城) 6:14 ~ 7:30
이동거리-75.9KM
정상운임-2,850엔
열차평가-★★☆☆☆

우리가 탄 지정석칸의 모습.
2*2배열에 저 시트는 일본올때 타고온
비틀의 그 시트와 같다!
니시카고시마와 미야자키를 잇는 특급 키리시마는 485계 특급형 전동차가 사용되는데, 이게 꽤나 오래된 차량이라 그런지 승차감이나 시설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시트도 그다지 많이 안 재껴지고, 소음이나 편의성같은 측면도 많이 딸렸다.(우리나라 구형 무궁화호와 비슷한 수준?) 우리는 아까 산 커피우유를 마신뒤, 잠이 부족했던 지라 졸면서 앉아 있었는데... 나는 내가 아까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걸 떠올렸다. 잘때 벗어놓았던 스웨터를 드림츠바메의 짐칸에 드대로 두고 내려버린 것이다! 나는 한참동안 안절부절 하다가 어차피 나중에 니시카고시마역에 다시 돌아가게 되므로 그 때 물어보기로 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집들.
나는 저런 아담한집을 좋아한다.
졸다가, 경치보다가, 졸다가 하다보니 어느새 미야코노죠우에 다와있었다. 미야코노죠우는 남큐슈중에서는 그나마 번화한 곳이라 역도 어느정도 규모는 되었고, 주변에 큰 건물들도 보였다.

미야코노죠우역의 모습. 관광객들을 노리는
택시가 한대 서있다.(하지만 이런 아침에 과연 손님이
있을것인가...)

호텔로 추정되는(?) 높은 건물.
나는 처음에 여기는 시골인줄 알았는데,
저런 건물도 있는걸 보고 약간 놀랬다.
다음에 탈 열차가 바로 9분 뒤였기 때문에, 역사진만 살짝 찍고 한번 주위를 스윽 훓어보고 다시 타는곳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탈 열차는 보통열차. 일본에서 처음 타보는 보통열차인지라(그것도 구형 디젤동차) 묘하게 흥분되었다.
탑승열차-6 키하47계 보통열차
이용구간-미야코노죠우(都城)→요시마츠(吉松) 7:39 ~ 9:11
이동거리-61.6KM
정상운임-1,250엔
열차평가-★☆☆☆☆

키하47계 원맨열차의 모습.
디자인부터가 '나는 노장이오'라는 듯하다.

내부의 모습 앞뒤 전환이 안되는
고정식 크로스시트를 채용하고 있다.

기관사님과 차장님의 모습. 원맨열차인데
의외로 두명이 탔었다. 통근시간이라 그런가?

현재 요금을 알려주는 전광판.
원맨열차라서 버스처럼 현재의 요금을 표시해준다.
우리가 탄 열차는 킷토선(吉都線-애칭-에비노고원선)을 운행하는 원맨형 열차 였다. 원맨열차란 기관사 혼자서 운전하고, 문열고 돈 받고 다 하는 그런 열차로 시골로컬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열차는 초 구형차량답게 엄청 낡았었다. 단 한가지 좋은 점이라면, 창문이 열린다는 점인데, 엔진소리가 좀 시끄럽긴 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갈수 있다는게 좋았다. 열차내부를 구경하고, 자리를 잡고 앉으니 열차는 부릉부릉 하는 디젤엔진소리를 내면서 에비노고원을 힘차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펼펴지는 풍경은 우리나라의 시골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논,밭,하천이 이어지는 그런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등교 시간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제법 많이 탔었는데, 말투가 완전 시골사투리였다. 듣다가 웃겨 죽는줄 알았다(억양이 참 재밌다.) 그리고 역시나 일본답게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의 치마가 엄청나게 짧았다-_-;;


계속 펼쳐지는 한적한 시골풍경들
이런 풍경을 앉아서 즐길수 있다는게
철도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1시간30분여를 달려 열차는 드디어 종착역인 요시마츠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더 위쪽(히토요시 쪽)으로 가기위해서는 열차를 갈아 타야 된다.환승시간은 단 3분이지만 이미 저쪽 옆쪽에 우리가 타야할 열차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차는 멈추고, 우리는 기관사아저씨에게 돈대신 레일패스를 보여주고 내린다음 후다닥 뛰어서 다리를 건너서 반대편 열차쪽으로 건너갔다.
탑승열차-7 키하147계 보통열차
이용구간-요시마츠(吉松)→히토요시(人吉) 9:14 ~ 10:10
이동거리-35KM
정상운임-720엔
열차평가-★★★★★(풍경때문에 만점;;)

아까탄 키하47계를 고마력 개조한
모델이라고 한다. 생긴건 같다.

이 열차는 예전에 관광용으로 쓰인탓에
이렇게 방석도 놓여있고, 앉아서 갈수 있게
개조해놓았다. 꽤 좋았다!
이 열차는 히사츠선(肥薩線)과 킷토선이 분기하는 요시마츠(吉松)에서 히사츠선을 따라 히토요시(人吉)로 가는 단거리 원맨열차인데, 이 구간중 마사키(眞幸)-야타케(矢岳)간의 경치는 너무나 빼어나서 일본철도 3대 차장중에 하나라는 소리가 있었다. 이번에 이렇게나 스케쥴을 빡빡하게 잡아서 이 열차를 탄 이유는 바로 그것을 보기 위한 거였다. 출발시각이 되자 열차는 부릉부릉 하면서 출발하였고, 산속을 해치며 나아갔다.



아직 마사키역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런 멋진 경치가 펼쳐졌다.
과연 3대차장이라 불리우는 그곳은 어떤곳일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마사키(眞幸)역. 과연 산속의 역다웠다.
하루에 이용객이 몇명이나 될런지...
마사키역을 지나자 갑자기 열차는 뒤로 가기 시작했다. 스위치백을 넘기 위해서다. 이 마사키역과 야타케역사이는 너무 경사가 져서 열차가 바로 못 올라가는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그재그식으로 Z자를 그리며 열차가 산을 넘을 수 있도록 하는것을 스위치 백이라고 한다.(우리나라도 영동선에 유일하게 한곳이 남아있는것으로 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열차.
볼때마다 느끼지만 이런 산속에
잘도 철도를 놓았다는 생각이...


열차는 지그재그로 위로 올라간다.
우리가 지나온 철길과 역사가 보인다.
스위치백을 넘어서 위로 올라간 열차는 긴 터널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터널을 빠져나오자... 창 밖에 펼쳐지는 절경이란...정말 말로 할 수 없을 정도 였다.우리는 창문을 열어 재끼고 마구마구 사진을 찍어댔다.(이곳의 경치는 말이 필요없으니 사진들을 보시길)






저 멀리 희뿌연 구름과 그 아래의 마을의 모습 그리고 그 뒤에 장엄하게 서있는 산들...정말 헉! 소리가 나는 풍경이었다. 그때야 비로써 이곳이 왜 사람들이 그토록 빼어나다고 칭찬을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혹시 큐슈에 여행갈 일 있는 사람은 무리해서라도 꼭 가보길 바란다...초 강추!

절경을 지나 도착한 야타케역의 역명판.
열차는 험준한 산을 돌고 돌아 드디어 열차의 종착역인 히토요시(人吉)역에 도착했다. 다음에 탈 급행'쿠마가와'의 출발시각까지는 9분정도의 여유가 있었기에 우리는 역 사진도 찍고 바람도 쐴겸 잠시 밖으로 나왔다.
6편입니다~ 3대 차장중의 하나인 이곳은 정말 멋진 곳이지요~
큐슈에 간다면 꼭! 가봐야 할 곳(?) 이라고 감히 추천드립니다^^
그럼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첫댓글 여러번 봐도 끝내주는 곳이지요... 마이엠에서 보고 여기서 또 보니까 느낌이 색다릅니다.^^
여행기 잘봤습니다^^ 히사츠선.. 스위치백으로써나 최고의 비경으로써나 기대만땅(;;)입니다.ㅎ근데. 디카 기종이 쿨픽스3500 이신가요?^^(무례한 질문이라면 사과드립니다;; 저도 쿨픽스라서;; 그냥;)
정말 멋있었어요. 하야토노 카제를 타고 갔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