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동항과 마주해 있는 아름다운 섬 마을 소록도. 한평생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헌신하다 몇 년 전 고국으로 돌아간 오스트리아의 두 수녀님 일화로 유명한 한센인들의 보금자리인 곳이다.
섬은 이제 다시 세상과 ‘소통’을 통한 희망의 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올 초 소록 대교가 개통되면서 갑작스럽게 늘어난 외지인들의 관심과 방문이 다소 당황스럽고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고 반갑기만 하다. 외로움의 땅에서 치유의 섬으로 거듭나기까지, 소록도의 역사를 뒤적이다 보면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져 온다.
1916년 조선총독부는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내쫓고 섬을 강제 매입해 나병 전문 요양원인 자혜의원을 설립한 후 한센병 환자들을 이곳에 강제로 격리 수용했다. 병으로 인한 고통에 더해 원장의 사리사욕과 전쟁 물자 보급을 위한 끊임없는 노동 착취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이들. 고달팠던 이들의 생애를 푸른 초목이 알까나, 옥빛 바다가 알까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많은 이들이 방문하며 감탄해 마지않는 소록도의 중앙공원은 바로 이러한 원생들의 피땀 위에 세워진 것이다.
격리 수용된 이들을 위로하고 달랜 건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나온 수녀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레트 피사레크 수녀였다. 그녀들은 모두 20대에 소록도로 건너와 40년 넘게 섬 주민들을 보살폈다.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장갑도 끼지 않는 손으로 상처를 어루만지고, 자신들의 생활비까지 퇴원하는 이들의 노자비로 챙겨줄 정도로 헌신하고 봉사했던 두 수녀는 “이젠 나이가 들어 짐이 될 수 있다”며 떠날 때도 새벽에 편지 한 장만을 남긴 채 조용히 배에 올랐다. 손수 환자의 피고름을 짜내던 모습을 본 직원들이 그간의 편견들을 지우고 환자들과 악수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두 수녀가 남긴 희망의 씨앗들은 적지 않다.
소록도는 고립과 격리, 편견과 차별로 점철되어온 과거사를 넘어 이제 조금씩 ‘희망’이라는 계단을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한승수 국무총리는 직접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인 냉대와 차별, 편견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한센인 가운데는 재판을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강제 격리 수용에 대한 피해 보상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아직 치유해야 할 마음의 상처가 깊지만 그 예전 벽안의 두 수녀들처럼 정성어린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은 이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
귀한 수목들로 가득한 중앙 공원을 비롯해 이들이 가꿔온 소록도는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이다. 이곳을 지켜온 한센인들을 좀 더 이해하고 품어나갈 때, 소록도는 더 이상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누구에게나 희망 가득한 ‘우리들의 천국’으로 남지 않을까.
소록도 둘러보기
녹동에서 500m가 채 안되는 곳에 있는 섬으로 섬의 형상이 작은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 부르며, 주변에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유람선관광과 소록도 해수욕장이 있다. 현재 일반인 출입은 안내소에서 중앙 공원 까지만 허용되며 숙박과 취사는 금지된다. 여름 시즌에는 소록해수욕장까지 개방하기도 한다. 안내소에 차를 주차 하고(무료) 중앙 공원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가는 길에 수 탄장과 추모비, 감금실과 검시실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중 앙 공원 입구에는 한센병 자료관이 자리해 있다. 주의할 점은 소록도 내에서 외지인의 숙박이 금지돼 있어 저녁 6시 이전에 반드시 육지로 돌아와야 한다.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들어서 있는 섬으로 유명하다. 전남 고흥반도의 끝자락인 녹동항에서 1㎞가 채 안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고 불리운다. 과거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섬이지만, 현재는 700여명의 환자들이 애환을 딛고 사랑과 희망을 가꾸고 있다. 섬의 면적은 4.42㎢에 불과하지만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절경, 역사적 기념물 등으로 인해 고흥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고흥반도를 가로질러 녹동항 부둣가에 서면 600m 전방에 작은 사슴처럼 아름다운 섬 '소록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녹동항에서 소록도까지는 15분 간격으로 선박이 운항된다. 이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갈 수는 있지만 섬에 도착하면 소록도내 제2검문소부터서는 도보 관람만 가능하다.
국립소록도병원의 역사는 1916년 일본 명치천황이 하사한 기금으로 설립된 소록도 자혜의원에서 시작되는데, 이 병원은 당시 조선 내의 유일한 한센병 전문의원이었다. 이곳의 중앙공원은 1936년 12월부터 3년 4개월 동안 연인원 6만여 명의 환자들이 강제 동원되어 19,834.8m²(6천평) 규모로 조성되었다. 지금도 공원안에 들어서면 환자들이 직접 가꾸어 놓은 갖가지 모양의 나무들과 함께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빼어난 조경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공원 곳곳에는 환자들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기념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공원 입구에는 일제 때의 원장이 이곳에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을 불법감금하고 출감하는 날에는 예외없이 강제로 정관수술을 시행했던 감금실과 검시실이 있다. 이 검시실 앞에는 25세 젊은 나이에 강제로 정관수술을 받은 환자의 애절한 시가 남아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또한 소록도병원의 역사와 환자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갖가지 자료가 전시된 생활자료관에서는 한 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이 밖에도 공원내에는 나환자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일본인이면서 조선 환자들을 가족처럼 아껴주며 헌신적으로 보살핌으로써 소록도의 슈바이처라 일컬어지는 '하나이젠키치 원장'의 창덕비, 그리고 “한센병은 낫는다”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구라탑 등 환자들의 애환과 박애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념물들이 세워져있다. 섬내에는 울창한 송림과 백사장이 잘 어우러져 있는 소록도해수욕장이 있어 병원 방문과 연계하여 하루를 보내기에 적합하다. 주의할 점은 섬 내에서는 숙박이 금지돼 있어 저녁 6시 이전에 반드시 육지로 돌아와야 한다.
소록도 인근에는 둘러볼 만한 관광지가 많이 있어 조용하고 시원한 여름휴가를 보내기에 좋다. 녹동항에서 운항되는 유람선을 이용하면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활개바위, 거북바위 등 갖가지 기묘한 바위들과 함께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인근에 있는 나로도 해수욕장은 완만한 해안선과 얕은 수심으로 가족휴양객들의 피서지로 적격이다. 또한 녹동에서 승용차로 5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팔영산자연휴양림을 찾으면 산과 계곡, 일출의 장관을 즐길 수 있고,숙박시설로 휴양림내 산막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돌아오는 길에 고흥의 특산물인 유자나 마늘, 김 등을 구입하는 것도 좋다.
- 길안내 : 호남고속도로 주암IC, 또는 순천IC - 벌교(15·27번 국도) - 고흥(27번 국도) - 녹동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