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카이(禪海1687~1774) 스님의 인생은 소설 같다.
스님의 어린 시절 이름은 이찌구로였다.
어느 세력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방탕하고 불량했다.
그 결과 열 다섯 살 때 이미 아버지의
미움을 사고 집에서 쫓겨나 당시의 수도인 에도로 나왔다.
에도에서는 나카가와라는 사람의 집안에서 일했는데,
어느 날 사소한 일로 원한을 품고 주인을 살해한 뒤 도망을 쳤다.
그 뒤로 그는 어느 깊은 산중에
들어가 한 여인을 아내로 삼고 산적이 되었다.
어느 날 밤 이찌구로는 여행 중인
여자를 죽이고 옷을 벗겨 가지고 집으로 돌아 왔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가져온 물건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
“이렇게 멋진 옷을 입은 여자라면 분명 장신구도 좋은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오.
거기다 머리카락도 돈이 되는데 그것을 버리고 오다니 당신은 그것들이 아깝지도 않소?”
이런 말을 남기고 아낙은 남편이 죽인 여자를
찾아가 장신구와 머리카락은 물론 돈 나갈 만한 것은 모두 털어 왔다.
그것을 보고 이찌구로는 아내와 함께 살며 악업을 짓다가는
나중에 어떤 과보를 받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더럭 겁이 났다.
결국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온 이찌구로는
걸식을 하며 전국 성지를 도는 순례자가 되었다.
순례 끝에는 어느 스님 아래서 머리를 깎고 젠카이라는 이름의 승려가 됐다.
그 후 여러 곳을 방랑하는 도중 지금의 후쿠오카 현 동부와 오이타 현의
북부에 해당하는 부젠 지방의 야바케이라는 계곡의 잔도에 다다르게 됐다.
잔도란 험한 산의 낭떠러지와 낭떠러지
사이에 다리를 놓듯이 만든 길을 말하는데,
옛날부터 그 곳은 때때로 길손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있을 정도로 길이 험악했다.
오죽하면 그 잔도에 ‘오야시라즈’라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돌아볼 수 없을 만큼 위험한 길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여졌을까! 그
것을 안 젠카이는 그 길에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자신의 손으로 바위를 뚫어 안전한 굴길을 내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그것이 젠카이 나이 마흔 아홉 때의 일이었다.
젠카이는 가까운 절에 몸을 맡기고 탁발로 생활을 하며
매일 혼자서 정 한 자루를 가지고 바위를 쪼아 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젠카이는 하루도 쉬지 않고 정을 잡아
마침내 말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통과할 수 있고,
또 햇빛이 들도록 사오 미터에 하나씩 창을 낸, 길이 308간(54.60m)의 굴길을 완성했다.
그 때가 젠카이의 나이 예순 넷으로, 30여 년이 걸린 대 사업이었다.
그런데 젠카이가 살해한 나카가와의 자식 중의 하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어려서부터 무술을 배워 뛰어난 기량을 갖추게 됐다.
그 뒤 그는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전국을 돌다가
마침내 굴길을 뚫고 있는 젠카이가 그 사람임을 알게 됐다.
그 때는 젠카이가 굴길을
뚫으려고 자신의 온 힘을 다하고 있던 때였다.
그를 만난 젠카이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말했다.
“나는 나의 죄를 인정하오. 하지만 이 공사를 모두 마칠 때까지만
내 목숨을 살려 줄 수는 없겠소? 일을 마치면 그 때는 당신 마음대로 하시구려.”
다행히 그가 젠카이의 뜻을 받아 들였다.
“좋다. 그렇게 하자. 하지만 하루 빨리 이 공사를 끝내라.”
이렇게 말하고 그는 젠카이를 도와 굴길의 완공을 서둘렀다.
그가 젠카이를 도운 것은, 그것이 아버지의 원수를 하루라도 빨리 갚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이서 매일 바위를
깨 내는 동안 그는 젠카이의 큰 서원에 감화를 받았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아버지의 원수인 것도 잊고,
그 원한을 망치질로 녹이고 에도로 돌아갔다.
그 후 젠카이는 굴문 근처의 작은 암자에서 여든 여덟 살까지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첫댓글 지나가는이2 님의 정보는 끝이 없군요 ㅎㅎ 싸랑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