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울타리 (Rabbit-Proof Fence, 2002). 오스트레일리아. 필립 노이스 감독.
첫 자막 :{"호주 서부, 1931년. 100년간 원주민들(Aboriginal Peoples)은 자신들의 영토를 침범한 백인 이주자들에게 저항해 왔다. 현재는 원주민 특별법에 의해 그들의 생활을 일일이 통제하고 있다. 원주민 보호기구 의장인 A.O. 네빌(A.O. Neville)은 호주 서부의 모든 원주민들의 법적인 후견인이었다. 그는 지역 내의 어떤 가정으로부터든 원주민 혼혈아를 빼앗을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줄거리 : 1931년 오스트레일리아. 다른 곳의 목초지와 한 쪽에 토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Rabbit-Proof Fence'는 호주를 북에서 남으로 크게 이등분하고 있다. 지가롱은 변경 북쪽 토끼울타리에 접한 곳이고, 그곳에 살고 있는 몰리라는 당시 14세 소녀가 겪은 실화이다. 그녀는 어린 동생들과 함께 호주 정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있는 혼혈 원주민이다. 호주 정부는 원주민을 그들의 거주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이주시켜 일정 교육을 거친 후 백인사회에 편입시키고자 고아원 같은 시설을 운영한다. 하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던 몰리는 어린 동생 둘을 데리고 그곳을 탈출, 도보로 1800킬로미터의 길을 추적자들을 피해, 사막을 건너 고향을 찾아간다. 토끼울타리는 그녀가 따라간 호주대륙을 가르던 울타리였다. 영화의 마지막에 실제 주인공 몰리 할머니가 나와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정리한다.
끝 자막 :{네빌은 25년간이나 원주민 보호기구 의장으로 있었다. 그가 퇴임한 것은 1940년이었다. 원주민 아이들의 강제이주는 호주 전역에서 1970년까지 계속되었다. 현재까지도 많은 원주민들이 이러한 정체성과 문화, 가정파괴로 고통 받고 있다. 그들은 '도둑맞은 세대(Thenerations)'라 불리운다.}
호주에도 이렇게 ‘도둑맞은 세대’가 있었던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포리스트 카터의 <작은나무야, 작은나무야>는 부모를 잃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숲속에서 살던 한 아메리카 인디언 소년에 관한 성장소설인데, 이 영화와 비슷하게 백인 정부에 의해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강제로 떼어져 고아원에 잡혀가는 내용이 나온다. 백인들은 문명의 혜택을 원주민에게 준다는 명목으로 원주민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 그리고 인종까지 파멸하려는 기도를 했고, 그것은 꽤 성공적이었다. 더욱 분통을 터뜨릴 일은 무지한 기독교와 천주교의 교회들이 정부의 그런 방침을 실행해주는 앞잡이 역할을 회의 없이 했다는 것이다. 소위 그들은 복음 전파의 사명에만 매달려, 오히려 하느님이 그들 원주민과 함께 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백인의 세계정복 책임과 학살, 그리고 착취는 기독교의 잘못된 전도주의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자신은 옳고 다른 것은 모두 그르다는 태도가 얼마나 잔인하고 위험한지 역사는 수없이 보여주었다.
불행하게도 역사는 강한자의 것이고, 승리자의 것이다. 현대 역사는 백인문명의 역사이고, 백인문명에 의해 파괴되고 사라진 문명은 야만의 허울을 뒤집어 써야 했다. 그러므로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역사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진실을 추구하며, 역사의 야만을 찾아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워 우리가 반성하고 보다 나은 미래도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영광의 역사가 아니다. 수치의 역사다. 그러나 언론과 교육은 영광에만 매달려 개개의 존엄한 가치와 양심을 가려버리곤 한다. 하지만 영광의 역사가 아니라 수치의 역사가 앞으로 인류가 화합하고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역사의 범죄를 살펴보는데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훌륭한 드라마로서 영화 자체의 매력도 있을 뿐 아니라, ‘자유’가 무엇인지 한 소녀의 탈출을 통해 되새길 수도 있다. 자유는 그 무엇으로도 침해할 수 없는 정신적인 것이다. 살아가는 이유이고 목적이며 삶 그 자체이다. 행복은 자유라는 토양에서 피는 꽃이다. 그것은 알 수 없는 그리움이며, 갈증이다. 그리고 일단 그 맛을 본 사람은 다른 어떤 안정과도 자유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미친 사람이 자신의 돈을 위해 자신의 진정한 행복의 근원인 자유를 팔아버리겠는가? 나는 바다와 빈 하늘을 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