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 토마스], 미국, 2013.
이 영화를 어느 범주에 귀속시켜야 하나? 경쾌한 음악에 코믹한 연기니까 코미디? 아님 죽은 자와 귀신들이 등장하니까 호러? 주인공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펼쳐지니 로맨스? 복잡하다. 영화 [오드 토마스]는 꽤나 복잡하다.
주인공 오드 토마스는 20세 전후의 청년이다. 햄버거 집에서 일하며,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애인 스토미가 있다. 스토미는 대형 쇼핑몰의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일하는 아주 예쁜 아가씨다. 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결혼만 안했지 이미 백년가약을 맺은 사이이니 정말 죽고 못사는 관계다.
토마스에게는 한가지 신비로운 능력이 있다. 바로 죽은 자를 본다는 것이다. 토마스 말고도 이런 능력을 지닌 청년이 있었는데, 우리 말로 저승사자에 해당하는 '바다흐'를 본다는 능력이 바다흐들에게 밝혀지면 죽임을 당한다. 그 친구도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토마스는 죽음의 신호인 바다흐들을 보고도 못본 체 한다.
죽은 자들은 토마스를 찾아온다. 그들은 말을 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토마스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살인범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마을의 경찰서장이 나타난다.
경찰서장 와이어트 포터(윌렘 데포 분)는 토마스의 애인 스토미와 함께 그의 능력을 아는 유이(有二)한 사람이다. 따라서 토마스의 알리바이며, 사건의 재구성 등을 맡아준다. 최대한 토마스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경찰서장 포터가 토마스의 정체를 감춰주지 않으면 토마스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어느날 토마스는 얼굴이 일그러진 체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한 패의 사람들을 만난다. 꿈이었다. 하지만 그건 예언과도 같은 것이다.
토마스는 늘 죽은 자와 대면했지, 살인이 일어나기 전의 징후를 느끼지는 못했다. 토마스는 직감한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는 불길한 징조들을 느낀다.
토마스가 지금껏 본 바다흐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엄청난 수의 바다흐들이 나타나 마을을 돌아다닌다.
결국 토마스가 찾은 건 스토미가 일하는 쇼핑센터에 무장강도들이 들이닥쳐 기관총을 난사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폭탄을 실은 차량을 폭파시켜 쇼핑센터 내 수 백 명의 사람들을 몰살시킨다는 것이다.
그들은 P.O.D(Princess of Darkness)라는 단체 사람들로 이러한 테러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했다.
토마스는 목숨을 다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연인 스토미도 지켜내고, 수 백 명의 사람들도 구한다.
감독은 여기서 한가지 반전을 준비해 두었다.
토마스는 죽은 자를 보는 능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쇼핑센터 사건을 해결한 토마스 역시 부상을 입고 병원신세를 진다. 그의 옆에는 정성껏 간호하는 스토미가 있다. 병원을 나온 토마스는 스토미와 함께 집안에 틀어박혀 그들 만의 달콤한 로맨스를 즐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경찰서장 포터가 그의 부인, 토마스와 함께 일하는 식당의 여종업원(아이 둘의 엄마인데 토마스는 그녀와 아이들을 지켜주고자 무던 애를 썼다)과 함께 방문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토마스, 이제 그만 스토미를 놓아주게나."
그 순간 스토미의 배와 가슴 등에 총상의 흔적이 나타나고, 스토미는 핏자국이 낭자한 채 가련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 스토미는 쇼핑센터 총격 당시 이미 죽은 것이다. 하지만 토마스의 눈에는 살아 생전 너무나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의 한 장면 같다. 가슴 찡하다.
영화 [오드 토마스]는 심령공포물의 범주에 속해야 하는 영화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공포는 배제하고 경쾌하고 코믹하게 영화를 만들었다. 혹자는 이 영화를 B급이네 C급이네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눈에는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로 비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