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산5 ㅡ 구봉산의 재발견 - 실로 오랜만에 미세먼지의 포위에서 벗어나 맑고 쾌청한 하늘을 보여주는 날이라 서둘러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구봉산을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가보기 전까지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갔다 오고서는 팁 하나를 제공할 수 있다. 가수원에서 시작해 봉곡저수지까지 직선로의 코스인데 방동저수지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러니 버스는 2002번 202번은 대전역에서 시작하고 42, 43, 45, 46, 47번 버스는 서부터미널 종점에서 출발하여 방동저수지를 경유하니 거기서 내려서 가면 되는데 사실 이 것도 찾기 쉽지 않다. 거기서 봉곡저수지쪽으로 가다가 고속도로 지하터널을 통과하여 들머리를 잡아야한다. 거기서부터는 이정표가 잘 설치돼있어 외길로 괴곡동까지 일직선 코스로 쭉 오면 되고 중간에도 하산하고 싶은 곳으로 내려오면 된다.
오늘 난 구봉마을7단지에서 내려 9단지를 거쳐 고속도로 지하터널을 통과해 성애노인요양원에서 시작하는 행로를 거쳤다. 오늘이 세 번째지만 차를 가지고만 와서인지 헷갈리기도하고 예비군훈련장에서 시작했던거 같다.
산행지도를 보면 느리울아파트에서 시작하는게 맞을 것 같다. 성애원 입구에 화장실과 에어건이 있어 이 쪽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나보다 했는데 산에 올라보니 하산길이 세 군데나 있는 걸 보면 관저동 분들은 이 길을 제일 많이 이용하나 보다.
구봉산은 대전의 서쪽에 있다. 호남고속도로와 논산가는 국도에서보면 아홉개의 봉우리가 죽순 솟듯 뾰죽 머릴 내민 형상으로 일렬로 나란히 있으면서 그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엔 팔각정이 세워져 있고 봉우리 사이로 두 군데의 구름다리가 세워져 있어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봉우리가 아홉개라 구봉산인데 봉황의 봉자로 해석하기도 하나보다. 봉황을 논할 정도로 전경이 좋다. 산의 높이는 삼백미터도 안되지만 (264미터)산정 남쪽의 노루벌은 물도리 혹은 물굽이라 부르는 곡류하천의 실체가 뚜렸하고 북쪽과 동으로는 대전의 대단지 아파트 밀집지역이 있다. 한쪽은 스스로 이뤄진 자연의 황홀한 광경 그 반대편은 인간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결과물을 고개만 돌리면 번갈아 볼수 있다. 천연과 인공의 구분, 원시와 첨단 (과장되었지만)의 경계,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산의 콘텐츠만 가지고 산의 등급을 정한다면 대전에서는 여기 구봉산을 최고로 치고 싶다. 구체적 내용을 밝히자면 첫째 위에 언급한 정상에서의 조망이다. 높진 않으나 시야를 가리는 게 없이 툭 트였다. 서쪽으로 계룡산 천왕 관음 삼불봉들과 그 조금 위로 도덕 금수봉이 보이며 북으로 계족산과 그 너머 뭇 산들이 있고 동쪽으론 보문산과 식장산이 버티고 있고 남동쪽에는 둥근 구조물은 안보이지만 멀리 서대산도 윤곽을 내보인다. 둘째 정상은 암봉이라 밑에서보면 전체산이 바위산처럼 여겨지지만 정상의 20~30%만 암봉이라 오르고 내리는데는 굉장히 편한 산이다. 이는 그만큼 오는 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배려다. 난 성야원에서 조금 가파른 시멘트 길에서 왼편 옆으로 난 조붓한 오솔길로 들어가 괴곡동 끝까지 가서 다시 구봉정을 향했는데 길이 지극히 편한 육산의 흙길이라 걷기 정말 편했다. 8부 능선쯤부터 정상의 암부는 나무가 많지 않아 좌우 조망을 편하고 쉽게해 정상에서의 성취감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세째 정상 봉우리를 연결하는 구름다리의 효과적 설치로 편리와 조망의 두 토끼를 다 잡았다. 지금까지 여러 산들을 다녀봤지만 비용이 낭비된 느낌보다 단출한 예산 투입으로 효과적 결과물인 가성비가 훌륭한 케이스는 실로 드물었는데 여긴 점수 줄만하다.
네째는 스토리가 있다라는 것이다. 물도리의 노루벌을 얘기했듯 풍수에 있어서도 구봉귀소의 지형 (아홉 봉이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형상을 얘기함)이나 군신입조형 (여러 신하가 사열하는 모양의 산세 ㅡ 동에서 서의 일직선 산세를 표현함)등의 포장된 스토리에 여지도서에는 아홉 봉황의 산이란 구봉산이란 표기등은 이 산의 얘깃거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훌륭한 감미료가 되었다.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않다. 부족한 점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 산의 접근이 시원찮다. 버스 노선도 그렇고 표기나 정보도 거의 없다. 차로 가기위해 네비를 쳐도 마땅한 장소가 뜨질 않는다. 관계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하나 바람이 있다면 정상과 노루벌까지의 짚라인을 설치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샹각도 해 보았다. 긍정의 햇빛과 그에따른 부정의 그림자도 있겠으니 많은 고려가 필요하겠다. 상상이 되는 그림이라 제안해본다.
오늘 구봉산은 오래전 와서 느끼고 보지 못한 새로움을 찾은 산이었다. 묘한 인연은 색다른 행로에서 비롯된다. 매력이 넘치는 산으로 자신있게 소개할 만한 산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구봉산의 재발견이란 제목을 달았다.
대전의 산은 다 올렸다. 둘레길도 있으나 카테고리가 다른 만큼 논하긴 그렇고.
나의 산 이야기는 이제 이 지역을 벗어나 확장성이 필요한 시점인데 미세먼지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생긴다.
제발 항상 보던 파란 하늘과 푸른 산 좀 보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