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로 잡은 참가자미, 자연산이다.)
생선회 맛을 떨어뜨리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육질에서 가시가 씹힐 때이다. 부드러움만 생각하고 먹다가 날카로운 가시가 나오면 회의 가치는 급속도로 떨어지고 만다. 또 핏기가 보일 때도 시각적으로 맛이 달아난다. 둘 다 깔끔하지 못한 손질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다. 생선회는 깨끗하고 깔끔하다는 인식이 강한만큼 다른 음식에 비해 특히 위생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맛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뼈가 씹혀야 제 맛인 것도 있으니 이른바 ‘세꼬시’라 불리는 뼈째썰기 한 회이다. 보통 잡어를 그렇게 해서 먹는데 대부분 자연산이라 인기가 오르는 건 당연지사. 그 덕분에 요즘엔 양식된 어린 광어까지 합세하고 있다.
(참가자미)
뼈째썰기 한 회중에서 도다리를 으뜸으로 쳐주지만 견줘 뒤지지 않는 게 참가자미 뼈째 썬 회다. 그 맛을 아는 사람만 먹는다는 가자미는 횟집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물고기이다. 아직까지 양식이 되지 않는데 이유가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물량은 어부들에 의해 낚시로 잡힌 것에 의존하고 있다. 당연히 물량이 많지 않다.
때문에 광어나 도다리 같은 것을 가자미라 속여 파는 경우도 있으니 수족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 등 쪽을 보고 구분하기는 쉽지 않지만 배 쪽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미는 배에 노란색이 있는게 특징이다.
(고양시 원당에 있는 흑산도수산)
28일 지인과 함께 고양시 원당에 있는 한 횟집을 찾았다. 지인이 농어로 할까? 묻는다. 농어가 맛있어지는 철이긴 하지만 요즘 농어는 중국에서 많이 들어온다는 말을 들은 터. 고개가 저어진다. 동해 자연산 참가자미 세꼬시라고 써 붙여진 게 눈에 들어온다.
“가자미로 합시다.” “가자미? 그래! 그러자.”
(참가자미 뼈째회(앞) 35,000원. 멍게(뒤) 10,000원)
한 접시에 3만5천원하는 참가자미를 주문하자 수족관에서 뜰채로 가자미를 건져내는데 배 쪽에 노란색이 선명하게 보인다. 또 입에 물려진 낚시 줄도 보여 자연산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방금 전까지 팔딱거리던 가자미가 하얀 살점이 되어 접시위에 차려졌다.
(야들야들 참가자미 뼈째회)
순수하게 가자미회 맛을 느끼고자 양념에 찍지 않고 입으로 가져간다. 연약한 쫄깃함 뒤에 부드러움이 남는다. 약간 까칠하게 씹히는 뼈 맛이 살점과 잘 어울린다. 쫄깃함과 부드러움, 부드러움과 까칠함, 이질적인 촉감이 하나의 맛으로 어울리기 쉽지 않지만 조화를 이루니 놀랍다.
(부드러운 육질과 까칠한 뼈가 조화롭다)
회는 깨끗한 맛으로 먹는다지만 어쩌면 이리도 깨끗할까? 맛의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다면 거기에는 한 방울의 깨끗한 물이 있을 것이다. 생명의 근원이자 맛의 근원인 그 물이 변해 가자미 육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 순수한 맛 앞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온 갓 인위적인 맛에 길들여진 나의 미각이 그저 초라해질 뿐이다.
옥호: 흑산도수산 전화: 031) 966-7012 메뉴: 참가자미 뼈째회 35,000원. 그 외 여러가지 회와 수산물 위치: 원당역(3호선) 4번출구로 나와 신호등 건너서 직진. 신원당 아파트 지나서 좌회전 후 첫번째 골목으로 또 죄회전 한다.
2007.4.30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보태기/ 참가자미는 물량공급에 한계가 있으니 미리 전화해서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날 참가자미 회를 맛 보여주겠다고 부천까지 찾아와서 기어이 맛객을 원당까지 데리고 간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원당까지 간 보람이 있었답니다. |
출처: 맛있는 인생 원문보기 글쓴이: 맛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