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am
전기포트에 꽂혀 있는 온도계는 빠르게 온도 상승을 하며
물이 빠져 나가는 분출구에서는 뜨거운 김이 먼저 모락 모락 올라 옵니다.
적정량의 커피를 분쇄하여 여과지에 담아 내고 물을 부으며 오늘에 있을 오름 투어를 상상해 봅니다.
어떤 그림을 그려 가며 길을 찾아 낼까~~~?? 과연 가축과 테우리의 땅 오름은 우리에게 내어줄 길은 있는걸까?
오전 8시 썬마트님의 차가 커쉬에 도착하고 간단한 눈인사와 함께 서둘러 보조석에 앉아 오름을 향해 출발 합니다.
오늘....우린 좌보미오름에서 부터 시작을 합니다.
좌보미오름 중간 -> 백약이오름 -> 문석이오름 -> 거미오름 -> 월랑지 -> 좌보미오름 끝
4개의 봉우리가 둘러쳐 있는 좌보미오름은 어릴적 아버지께서 멀리 출장을 다녀와 사오신
다양한 과자들로 하나의 박스로 이뤄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오름 입니다.
한순간도 지루할수 없는 다양한 개성을 띄는 오름의 능선에서 내려다 보는 다양한 각도의 오름 파노라마는
계절별 시간별 눈과 코를 즐겁게 합니다.
좌보미에서 백약이를 바라보며 이미 관광객들이 찾아 다니는 루트가 아닌
썬마트님과 헤메게될 새로운 길 "선마트루트"를 찾아 닻을 올리고 방향타를 틀어 댑니다.

백약이를 가기 위해서는 철조망을 넘어야만 합니다.
아마도 고사리를 캐려는 사람들이 길을 찾아 헤메다 철조망을 늘려 그 사이로 길을 낸것은 아닐런지?
간간히 이와 같은 개구멍이 있는데....우린 이런 개구멍을 낮은 포복으로 기어 넘어야만 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백약이 뒷편으로 길이 있었습니다.
관광객이 다니는 지나치게 친절한 데크 깔린 길이 아닌
숲을 헤집고 오르는 노루, 산짐승들이 먹이 찾아 다니는 루트를 찾은 겁니다?
그렇게 오른 정상에는 백약이 최정상과 가까운 지점과 만나는 곳였습니다.
이순간 저절로 환호와 하이파이브가 나오는 겁니다. 와우!~ 짝!~~
백약이 정상에서 철죽나무 사이로 방금 다녀온 좌보미 오름을 내려다 봅니다.
어디에 카메라 랜즈를 들이대도 모두가 작품이 되는 겁니다.

정오에서 10분이 모자란 시간...백약이 정상에서 간단하게 김밥 한줄로 뱃속을 달래 줍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을 지인들에게 문자를 날리며 자랑질을 해봅니다.
나 여깃소오~~~ㅋㅋ
다음으로 옮겨갈 곳은 문석이오름과 거미오름 입니다.
척박하게 마른땅으로 차량 한대가 춤을 추며 먼지를 일으키며 스쳐 갑니다.
백약이에서 문석이 오름까지 가는길에 오프로드 느낌이 있더군요. ㅎㅎ
4륜차로 달리면 재밌겠는데요? ^^
두개의 오름이 하나 같은...문석이 오름은 잔디 깔린 거미오름의 앞마당 같습니다.
그린 카페트를 밟으며 문석이오름을 지나 거미오름으로 진입합니다.

정상 까지는 제법 숨을 헐떡이며 오릅니다. 뾰족한 산봉우리는 한라산의 클라이막스와 같습니다...^^
연초에 갔을때도 바람이 매서웠는데...이날의 바람도 대단 하더군요.
거미오름이 기본적으로 바람이 많은가 봅니다? 아마도 이곳이 코지인가 봅니다??
썬마트님이 앞장서서 바람에 맞서 저항하며 바람의 세기를 분산 시켜 줍니다. ㅋㅋ

골이 깊은 협곡의 경사도는 아찔한 느낌을 줍니다. 누군가는 뭐 좀 지리겠는걸요?
헌데 그 협곡의 능선에 누군가는 산소를 썼습니다. 햐~ 대단한 효자인겁니다. ㅋㅋ

거미오름을 내려와 이날의 마지막 코스 월랑지로 갑니다.
월랑지는 길을 내자고 벌목을 하는건지? 벌목을 하다 보니 길이 나진건지?
편백이 쓰러진 자리 주변으로 붉은색 노끈으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 표식을 따라 어렵지 않게 오름을 갔으나, 편백이 지천에 깔려 밟히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생목이라면 죄 입니다. 고목이라도 저걸 베게로 쓰거나....의자를 써도....아이고~~~
중간에 끊어진 표시는 이 오름의 끝이 될꺼라는 추측과 함께 차가 달리는 소리를 따라 점차 하산 합니다.
오름을 내려와 고사리를 캐는 사람들을 만났는데...월랑지를 오르는 사람이 있는줄 몰랐다며 우릴 신기하게 봅니다. ^^
월랑지를 내려와 목장 같은 넓은 초지를 따라 주차가 되어 있는 좌보미오름의 끝점을 향해 걸어 갑니다.
가는길에 보니 차도로 나오게 되더군요?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돌아가면 차길로 가야겠고?
차길을 안간다고 하면 길이 안보이는 나무로 덮힌 숲으로 다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사실 이미 숲을 처절하게 헤집고 나온터라...다시 들어 가기가 살짝 버겁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도보의 성격상...다시 한번 고지를 향해 탱크처럼 밀고 갑니다.
음...하지만 앞서 헤집고 다녔던 오름의 숲은 잔디 였던겁니다.
4개의 좌보미오름의 봉우리중 가장 큰 오름의 숲은 가시넝쿨로 이뤄졌습니다.
밀고 들어가 보니 이젠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려 정상을 향해 치고 가는수 밖에 없습니다.
썬마트님께서 앞장서 가시받이가 되어 갑니다. ㅋㅋ
먼저 올라가 가시를 헤집곤 손을 내밀어 주면 그 손을 붙잡고 뒤따라 오릅니다. 샤이샤이~ㅎㅎ
힘겨운 길이였으나 그럼에도 두렵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아직은 확신 할수는 없지만....그곳에는 분명 희망이 있습니다.
오늘 계획한 여정의 끝이며, 가시넝쿨의 끝이며, 이 길의 끝은 오늘 오름 투어의 화룡정점이 되는 겁니다.
하늘과 나무의 끝이 맞닿은 그곳으로 부터 빛이들며 터널의 끝이 나옵니다.
바로 오늘 오름투어의 하일라이트인 숲터널 끝인 광명의 문 입니다.
이는 마치 천지창조의 개벽과 같으며, 이상한나라 폴의 딱풀이를 통한 제3세계 터널의 시작 인겁니다.
오름투어를 마치고 한동안 말없이 차가 있는곳 까지 걸어 갑니다.
이순간 더이상 말은 안하지만....
오늘 여행을 침묵과 함께 정리하며 발부터 머리까지 성취감의 시그널을 공유 하고 있습니다.
수고했어...잘했어...라며 내 자신에게 격려를 해줍니다.
커쉬에 도착하여 썬마트님과 하이파이브로 오늘의 오름투어를 마감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함께한 시간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썬마트님~~~ㅎㅎ
첫댓글 부~럽다
6월5일~이제 얼마 안남았다.
나도 갈수있다~ 오름 이번에 원없이 가 보련다.
아~썬마트길 가보록 하죠~ㅎㅎ
아~ 아쉽다 삼촌아~~
담에는 정말이 이 태양마트길 가봅시다..아~ 아쉽다...
그리고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도 될것같은~~
네, 갈곳이 있어서 기대하는....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워요. 조금씩 나눠 드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