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직원이 한때 1200여명에 이를 만큼 번성했던 풍기의
'인견직산업'이 날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더니, 요즈음 들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인견패션산업'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인견제품들이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인견제품 전문
판매업체수가 10년 전 3개에서 34개(소규모까지 총 74개)로 늘어났다. 또 이들 업체의 년간 매출액도 200억원 대를 넘어서 현재 그
생산액의 규모가 '풍기인삼산업'의 20%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의 '인견산업'은 나날이 번창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 내용을 조금만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너무나 허술하고 불안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조직화되거나 체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인견' 관련 '조합'이나 '단체'가 아직 없을 뿐 아니라, 지역 내
특화된 '인견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판매조직을 갖추거나 통일된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며, 제품의 기획·제조·판매의 모든
단계가 체계화되지도 못했다. 또 그렇다고 특별한 발전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이와 같이 불안한 구조의 우리 인견산업은
자칫 잘못하다 보면, 50년 동안 일구어 온 우리의 인견 상권을 타 지역에 빼앗겨버릴 수도 있고, 지역업체들 간의 불필요한 경쟁으로 우리
스스로가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경기침체나 원가(수입원사가격) 상승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해 과거처럼 퇴락하는 산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조직과 체계를 갖추고, 당면한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면, 또 새로운 '성장산업'으로의 활로를 잘
모색해 나간다면, 반대로 대박을 터트리는 산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성장산업'이란 '인견패션산업'을 말한다.
'인견패션산업'이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실용성만 내세우던 기존의 인견산업에서 벗어나, 디자인까지도 자신 있게 나타낼 수 있는
'인견패션산업'으로 가야 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인견제품이 시원함과 부드러움과 저렴함을 무기로 삼았다면 앞으로는 맵시나 색상을 잘
표현한 패션상품으로 그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를 위한 몇 가지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본다.
▶
'인견조합'을 결성하자
지역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 산업단체의 조직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지역산업들은
'조합' '협의단체' '법인체' 등의 조직을 통해 성장해 왔다. 우리지역의 '인삼조합' '양계조합' '과수조합' '축협조합' 등이 다 이러한
산업단체들이다.
그런데 유독, 요즈음 뜨고 있는 우리지역의 '인견산업' 만 아직 '조합'이나 '단체'가 없다. 물론 우리지역에는
'풍기직물조합'이 있지만 이는 성격이 다르다. 이 '직물조합'의 조합원 업체 중에 인견직 생산업체는 있지만, 디자인·가공판매업체는 없어,
'인견산업'의 발전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질 못한다.
따라서 인견산업체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는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인견조합'의 결성은 필요하다. '인견축제'나 판매전시회도 주관하고, 산·학·관 협의체도 구성하며, 인견제품의
디자인·패션대회나 포럼, 교육세미나, 등의 주체는 물론, 조합원 간의 정보교환으로 기술적 과제도 해결하는, 그런 '조합'이나 '협의단체'가
하루빨리 결성돼야 우리의 '인견산업'은 발전하는 것이다.
▶ '인견패션의 거리'를
조성하자
외부에서 인견제품을 사러 와도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살만한 시장이 없다. 풍기IC에서 나오다 보면,
인견시장은 없고 전시판매장 두 곳 밖에 보이질 않는다. 골목 안에 있는 판매장은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인견의 고장'이란 말이
조금은 무색할 정도다. 구색이 잘 갖춰진, 명물(?) 인견시장이 있다면 우리의 인견산업은 훨씬 빨리 성장했을 지도 모른다. 특화된 거리, 특화된
시장만이 시선을 모을 수 있고 홍보효과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려한 조명이 있는 특화된 '인견의 거리'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물론 아케이드가 설치되어 있거나, 야외패션쇼가 열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이면 더 좋다. 장소는 풍기IC 일대의 도로와 인접한 곳으로서
시선을 모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이유는, 이미 이 쪽에 몇 개의 인견직생산단지와 인견제품전시판매장이 들어서 있을 뿐만 아니라,
영주시가 2011년까지 68억원을 들여, '풍기인견타운'을 봉현농공단지 내에 설립할 계획이어서, 이와 연계한다면 많은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위한 부지조성이 여의치 않다면, '도시지역' 확대나 '도시개발'을 통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봉현농공단지'나 '풍기직물공단' 내에 있는 몇몇 곳의 전시판매장 만으로는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전문판매점 디자이너
등이 밀집해 시장의 면모를 제대로 갖춘 '인견패션의 거리'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 거리가 조성되면 이는 곧 산업의 '집적화'로도 이어져,
디자인, 봉제, 제직, 염색 등의 관련 산업체의 유치와 고용창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 '친 환경
고급원단' 개발이 과제
'인견패션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고품질의 원단개발은 필수 조건이 된다. 그래서 이러한 원단
개발의 일환으로 '석유화학섬유'를 섞은 교직 원단이 요즈음 우리지역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본격적인 시도는 이미 지난
2001년 '인견직과 화섬의 만남' 이란 주제의 '풍기인견페스티벌'에서부터였다.
그런데 '인견'은 시원하고 부드럽다는 것 외에,
'천연펄프로 만든 섬유'라는 이미지가 또 하나의 생명력을 가진다. 그래서 이와 같이 '천연소재섬유'가 아닌 '석유화학섬유'와의 결합은 오히려 그
이미지를 퇴색시킨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천연소재섬유'를 사용하여 이미지도 살리고 품질 수준도 높일 수 있는, '친 환경
고급원단'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섬유 몇 가지를 알아본다.
- '리오셀'
- 펄프에서 추출한 천연섬유로,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피부친화적이며 쾌적성이 높다고 한다. 또 그 강도가
폴리에스테르 섬유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물에도 강해 세탁 후 형태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한다.
또 어떤 패션관련자료에는 '리오셀'은
실크처럼 부드러운 감촉, 고급스럽고 우아한 실루엣, 자연스러운 색깔, 견고한 내구성, 쾌적한 착용감, 고급감, 실용성 때문에 점점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 '폴리락틱' 섬유 - 옥수수, 감자 등 천연 식물성 물질로부터 유산을
얻고 이를 고분자로 합성하여 만든 섬유로 면 섬유에 비해 먼지와 보풀의 발생이 적고 내구성, 속건성이 뛰어나며 광택과 촉감이 '인견'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 섬유로 만든 제품은 면티 5만 8000원, 양말(한켤레) 2만원 등으로 굉장히 비싼 편이다.
※
기타 천연섬유에는 콩섬유, 대나무섬유, 유기면, 바나나섬유 등 많이 있는데 이 중 가장 효율성이 있고 실용성 있는 섬유로 '친환경고급원단'
개발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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