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이하 황금사자기) 결승전의 주인공은 천안북일고와 장충고가 됐다. 결승전은 4일 우천 취소로 인해 5일 오후 1시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다. KBS N 스포츠는 이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천안북일고는 2005년 무등기 우승 이후 전국대회 우승이 없다. 지난해 대붕기를 준우승으로 이끌기는 했지만 아쉬움만 더 커질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황금사자기는 최근 침체의 기미가 있는 천안북일고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회 시작부터 천안북일고의 목표는 우승이었고 현재 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예선에서 만난 부경고, 대구상원고, 배재고, 야탑고를 상대로 단 1실점밖에 하지 않은 점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반면 장충고는 최근 2년간 3번의 우승(지난해 대통령배·황금사자기, 올해 무등기)을 거둔 팀이다. 뚜렷한 실적으로 시작부터 전문가들이 뽑던 우승후보 1순위로 거론되곤 했다. 투타에 걸쳐 균형 잡힌 전력이 단연 압권으로 지난해 황금사자기 우승팀답게 2년 연속 대회 우승으로 '야구명문'의 이미지를 굳히고 싶은 것이 장충고의 속내다.
예선에서는 세광고와 배명고를 상대로 의외의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광주동성고를 어렵게 잡아내 급격한 상승세를 그리게 됐다.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감만큼 좋은 수확은 없다.
최원제와 윤기호의 맞대결
5일 펼쳐질 예정인 결승전에서는 양팀의 에이스인 최원제와 윤기호가 동시에 나설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감독의 취향에 따라 선발 등판은 장담할 수 없지만 '내일이 없는' 결승전에서는 계투로라도 에이스를 투입한다. 이미 300개 이상의 공을 던진 두 투수에게 4일 우천 취소로 인한 하루의 휴식은 꿀맛과도 같았을 것이다.
장충고의 최원제는 이번 대회에서 제구력 난조로 고전하고 있으나 여전히 강력한 구위의 소유자다. 휴식으로 인해 시속 140km이상의 빠른 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관심사다.
최원제는 타석에서도 무서운 존재다. 1개의 홈런을 포함 워낙 맹타를 휘두르고 있어 결승전에서 '투타의 핵'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올 무등기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박민석도 가세해 마운드는 더욱 든든하다.
지난해보다 뛰어난 성장세를 보이며 마운드를 이끄는 천안북일고의 윤기호도 '요주의 인물'이다. 직구의 스피드가 시속 140km이상으로 향상되면서 특유의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능력까지 빛을 보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윤기호는 완봉승, 완투승을 각각 거두며 쾌조의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투수만큼은 전국최강을 자부하는 천안북일고답게 윤강민과 고원준이라는 든든한 백업요원도 버티고 있다. 장충고의 어지간한 마운드도 천안북일고에게 우위를 점한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더욱더 선전할 필요가 있는 최원제와 얼마 뒤 펼쳐지는 2차 지명을 놓고 선전을 펼쳐야 하는 윤기호의 입장이 비슷하다. 에이스간의 맞대결이 더욱 치열해지는 이유다.
타격은 장충고가 한 발 앞서
▲ 결승전 이전까지 양팀의 기록. 다소 차이는 있지만 상대한 팀과 상황이 다르기에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
ⓒ 조지승
이번 대회 양팀의 공격기록을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는 장충고의 공격력이 좀 더 뛰어난 편으로 평가된다. 장충고는 중심타선을 거쳐 확실한 득점루트가 있는 팀이다.
2안타에 그친 백용환의 상대적 부진을 감안하더라도 3번 타자 김경모와 4번 타자 최원제의 타격은 굉장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둘은 이번 대회에서 10안타 9타점 7득점을 합작했다. 특히 좌타자인 최원제는 상대 투수들이 앞다투어 정면승부를 피해갈 정도다. 만약 이 상태에서 백용환 마저 살아난다면 장충고의 화력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반면 천안북일고의 경우 1번 타자인 유급생 이동호가 많은 안타를 때려내고 있으나 고원준과 조윤준의 뒷받침이 없다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5번으로 나서는 정진원의 선전이 돋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약점때문에 4번 조윤준을 중심으로 장타가 나와야 결승전에서 손쉬운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천안북일고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점도 투수력을 타력이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금사자기 우승을 위해서는 타선의 분발이 몹시 중요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갖가지 예상이 있더라도 승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오직 양팀 선수들의 몫이다. 황금사자기는 과연 누구의 품으로 돌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