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서양식의 파티가 성행하기 시작했다.현대사회는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복잡해져 가고 있고 또 다양화 되어 가고 있다.이것은 사람들의 만남이 많아져가고 있다는 것을 뜻 하기도 한다.
서로 관계가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얼굴을 익히는데는 파티이상 더 좋은 것이 없다.파티에는 그것을 여는 호스트의 목적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고, 따라서 파티의 성격에 따라 처신 하는 방법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그러나 어떠한 파티가 되던 간에 파티를 여는 사람이나 초대받아 참석하는 사람 모두가 바라고 노력하는 것은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파티가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고 둘째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서로 알게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슬기로운 Party Goer는 파티에 참석하면 누구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친하게 될 뿐만 아니라,파티분위기까지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필자는 국내외에서 수많은 파티에 참석해 보고 또 호스트가 되보기도 했지만, 늘 안타깝게 생각된 것은 외교를 전문하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일반적으로 한국사람들은 파티에서의 처신이 다른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많이 뒤쳐져 있다고 느낀 것이다.국제인으로 자격을 갖추어 나가는데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것이 아마도 이 파티, 특히 칵테일 파티에서의 처신이 아닌가 생각되기에 한국인의 일반적인 경향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溫故知新-
온고지신이란 말은 원래 중국의 논어(論語)에 나오는 표현인데 이 표현이야말로 파티,특히 칵테일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이 꼭 기억해 둬야 할 원칙이 될 수 있는 명구이다.파티와 관련해서 풀이한다면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과는 대강 가벼운 인사로 그치고 새로운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만나서 교제함이 슬기롭다"는 뜻이 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는 파티에 가보면 오히려 반대의 현상을 보게된다.모르는 사람은 본체만체 하고 이미 잘 아는 사람을 굳이 찾아내어(심한 경우는 구세주 만난듯 반기기까지 하면서) 이미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모처럼의 파티에서 "冷新知故"하고만 있다.많은 사람들과 만나려면 한 사람하고만 오래 이야기 해서는 안된다.상대방이 놓치기 싫은 美人이라고 해서 늘어붙어 있는 모습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며,열을 올리며 장장 자기 이야기만을 연설조로 늘어 놓는 것도 환영받지 못한다.파티에서 심각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논쟁의 분위기를 조성하거나,지나치게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슬기로운 일이 아니다.
파티에서는 자기 이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으며,적절하고 재치있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지혜롭다.그렇다고 너무 말없이 가만히 서 있다던지 먹고 마시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스스로는 실속차리고 있다고 생각할런지는 모르나 의외로 눈에 잘띄는 법이며,호스트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사람은 다음 파티에는 부르고 싶지 않은 손님으로 인상이 남게된다.
-누비고 다녀라-
파티에서는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셋씩 혹은 넷씩 그룹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그렇게 함으로써 한꺼번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화제도 다양해지며, 다른 자리로 옮길 때도 남아있는 손님에게 큰 실례가 안될 뿐만 아니라,새로운 사람을 소개받는 데도 그중 누군가에게 소개 받을 가능성도 크다.자리를 뜰 때에는 화제의 진전을 잘 감지하여 크게 실례되지 않도록 해야하며 꼭 "Excuse me" 하고 양해를 구하고 뜨는 것이 좋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소개를 받는것이 제일 좋겠지만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경우 주저할 필요는 없다.파티라는 곳은 적어도 국제기준에 의하면 일단 초대받고 참석한 사람들사이에서는 누구라도 서슴치 않고 만날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 곳이다.상대방이 일국의 대사도 좋고 Miss Universe 라도 좋다.서슴치 않고 접근하여 "May I introduce myself?" 또는 "Please let me introduce my self." 하고 자기 이름을 대고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다.
국내의 파티에서 흔히 보는 현상으로는 높은 사람이 있을 경우 접근하려고 하지 않고 멀리 서서 바라보기만 한다. 결국 높은 사람들끼리 지루한 대화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되는 꼴이되고 만다.물론 높은 사람도 사람나름이다.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나서서 아랫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일줄 아는 사람도 있다.그런 사람들이야말로 바람직한 國際人이라고 할 수 있다.
-소개는 간단히-
소개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파티에서의 소개는 절대 길어서는 안된다.어디어디에서 근무하는 누구누구라는 이름과 직책만으로 족하다.나머지는 자신들의 대화속에서 얼마든지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아랫사람을 윗사람에게 소개할 때는 윗사람의 허락을 일단 얻고 소개하는 형식 즉 "Mr Johnson, May I introduce my friend Mr Kim?"을 취함은 국내외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적인 소개법이다.
일단 소개받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조금전에 이름을 대고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잊어버리고 "What is (또는 was ) your name?''한다던가 "Don''t you remember me?''등의 대화는 상대방에게서 유쾌한 반응을 얻는데 지장을 주는 표현이므로 될수 있는 한 피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이름을 주고 받을 당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어야 하며,주위가 시끄러워 잘 파악이 안되었을 때는 당장에 다시 물어서 확인하는 것이 지혜롭다.이때 명함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편리한 것이긴 하나 서로 잘 알기도 전에 명함부터 교환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국제적인 관례로서 어느정도 서로 알게 되고 유익할 것이라는 확신이 선 다음에 명함을 교환하는 것이 바른 소개법으로 되어있다.이쪽에서 미리 내어놓으면 저쪽에서도 내놓지 않을 수 없을테니 내놓고 싶지 않은 상대방을 본의 아니게 당황케 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불필요한 인사-
한국인 Party Goer들이 파티에서 흔히 쓰는 인삿말 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호스트나 다른 참석자 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서 "저번에는 참 고마웠습니다." 라던가 "어제 당신친구 파티에 갔었는데.." 한다던지 "여기서 또 만나는구만" 하는 것들이다.이런 말은 다 이를 듣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음,나는 빼놨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것으로 자기가 매우 인기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결과는 될지는 몰라도 파티를 호스트하는 사람에게나 다른 참석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이다. 지혜롭고 세련된 Party Goer 를 보면 초저녁 파티에서 만났던 사람을 또 다른 파티에서 다시 대면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일부러 모른체 한다.그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사람의 기분에 거슬리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예법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파티에서는 다른 사람의 인간관계와 관련된 어떠한 발언도 삼가하는 것이 현명 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혹,언어구사력이 부족해서 파티에서 환영 받는 참석자로서 행세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비관 하거나 체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언어구사야 잘하면 잘할수록 좋겠지만 말만 잘한다고 대접받는 Party Goer 가 되는 것은 아니다.외국어를 잘해서 파티에서 혼자서만 떠벌이는 사람보다는 외국어는 그리 유창하지 않지만 필요한 이야기를 또박또박 알아듣게 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차분히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오히려 환영받기 때문이다.
외국어 실력이 별로 없으면서도 파티에서는 언제나 인기가 있는 필자의 친구를 소개하고자 한다.그의 영어 회화실력은 중하에 속한다.그러나 그는 파티에 가면 누구에게나 서슴치 않고 접근하여 자기소개를 하고 상대방의 이름을 잘 기억해두며,남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모르는 말이나 내용에 대해서 서슴없이 물어본다.그리고 어느새 상대방의 좋은 점을 발견하여 칭찬해주고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또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가곤 하는데 명랑한 성격탓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하겠다는 생각으로 파티에 임하고 그 거동이 자연스러워서 어느 파티에 가나 환영받는다.
세련되고 한영받는 Party Goer 는 남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삼가하며,한군데에 오래 머믈지 않고 이른바 "헤엄치듯" 파티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