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 11회
놀이터. 두 사람은 그네에 나란히 앉아있다.
탁예진:승찬아
백승찬:예
탁예진:나 아까 니 방에 잠깐 혼자 있을 때..
백승찬:알고있습니다.
탁예진:알고 있다고?
백승찬:어.. 방에 들어갔는데 인형 위치가 바뀌어 있어서 짐작했어요.
탁예진:아.. 그래... 그랬구나.. 너는 참 애가 꼼꼼해서 이런것도 바로바로 눈치채고 너네 부모님 말씀처럼 넌 참 똑똑해. 암튼 야 너도 많이 놀랐겠다. 나도 많이 놀랬어 야.. 나는 너에 그런 마음을 진짜 .. 나는 전혀 몰랐고.. 니가 왜 나를? 아니야 상상도 못 했지 난..
백승찬:선배.
탁예진:어?
백승찬:그러니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예고는 된 거죠?
탁예진:..어? 뭐가?
백승찬:제가 살면서 처음 있는 힘을 다해 용기를 내서 고백할거라는.. 예고.
(승찬, 예진의 그네를 잡아당겨 뽀뽀한다. 입술에 떼어지고 두 사람은 놀란다)
탁예진:너 뭐하냐?
백승찬:어..어...
탁예진:너..
백승찬:저.. 죄송..
탁예진:야 너 뭐가 죄송한데? 나한테 뽀뽀한거? 아님 나 지금 자빠질 뻔 한거? 아.. 너 정말.. 야 (일어난다) 여기 안되겠다. 자리 옮겨 가자.
백승찬:예.(따라 일어난다. 승찬은 미끄럼틀 위에 앉아 있고 예진은 그 밑에 서 있다.)
탁예진:야. 지금 니 표정. 누가보면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한 줄 알겠다. 너 지금 심장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거든?
백승찬:아.. 정말요?
탁예진:아오.. 정말이겠냐.. 아니 그렇게까지 떨리고 놀랠걸 아니 왜 뜬금없이 그렇게 용기는 내가지고.. 일단 진정이나 해라.
백승찬:예.(미끄럼틀에서 내려와 예진에게 다가간다)
탁예진:왜 또 와. 그냥 거기서 얘기하라니까.
백승찬:(예진을 마주보며)
탁예진:왜. 뭐.
백승찬:아무래도.. 선배는 저를 그냥 어리고 말 잘 듣는 가끔 귀엽고 뭐 그런 후배로만 보시는 것 같은데요. 지금 이 순간 이후론 저를 여태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보실 수 있는 그 어떤 계기를 제가 좀 전에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탁예진:내가 뭘 어떤 다른 시선으로 널 볼건데?
백승찬:선배와 제가 비록 회사 선후배 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게 넌 몇기 난 몇기 이렇게만 규정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요. 전 그걸 깨고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꼭 전해야 할 것 같아서..
탁예진: 뭘?
백승찬:제.. 마음..
탁예진: 그러니까 방금 그 일은 널 어리고, 그리고 말 잘 듣고 그냥 가끔 귀여운 후배로만 보던 나에게 뭔가 그.. 니 마음을 전하고 이게 어떤 그 단순한 선후배 관계를 깨고 싶어서 니가 던진 돌멩이 같은거네? 어?
백승찬: 돌..멩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긴 하지만 위미는 대충 맞는 거 같습니다.
탁예진: 근데 던져놓고 니가 더 놀래면 어떡해?
백승찬: 저도.. 제가 그렇게 상상한걸 실천에 옮기는 용기가 있었는지는.. 몰라서..
탁예진: 음.. 승찬아
백승찬: 예
탁예진: 가끔은 말이야 관계를 깨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거 보단 원래 관계를 지켜내는게 더 소중하기도 해. 지켜낸다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백승찬: 네.. 그렇지만.. 그.. 관계를 지키려다가 기회를 놓치면요? 지키려다가.. 기회를.. 놓쳐봤거든요 저도.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원래 지키려던 관계가 뭐였는지조차 기억이 안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