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와 선거
헤럴드경제 이윤미 기자 /2014. 6. 3.
'무지개 원리'의 저자이자 희망멘토로 유명한 차동엽 신부가 강의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 있다.
간디 이야기다. 어느날 한 엄마가 사탕을 입에 달고 사는 아들을 데리고 간디를 찾아왔다, 아이가 사탕을 너무 먹어서 이가 다 썩었는데, 자신의 말은 듣지 않으니 선생님이 좀 타일러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에 간디는 뜬금없이 한달 후에 데리고 오면 얘기해 보겠노라고 했다. 아이 엄마는 간디의 말대로 한달 후 다시 찾아왔다. 이때도 간디는 다시 한달 후에 오라는 말 뿐이었다. 아이 엄마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달 후에 또 찾아갔다. 그때서야 간디는 아이에게 타일렀다. "얘야, 오늘부터 사탕을 먹지 마렴. 무엇보다 네 나이 때엔 이를 튼튼하게 지켜야 한단다." 아이는 끄덕였다.
아이 엄마는 간디에게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아이에게 그 말씀 한마디 해주시는데 왜 두 달씩이나 걸렸나요?" 간디는 웃으며 나도 사탕을 좋아해 즐겨먹는데 어떻게 아이한테 먹지말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나도 두달 걸려 겨우 끊었다오. 이제 아이한테 당당히 말해줘도 되겠다 싶었어요." 스스로 해낼 수 없는 일을 아예 입에 담으려 하지 않은 것이다.
주자의 학설에 이견을 제시했다가 송시열로부터 사문난적으로 지탄을 받았던 윤휴는 '백호전서'에 말을 경계하는 글을 남겼다.
윤휴는 하지 말아야 할 말로, 자기 자랑을 하는 말, 다른 사람을 헐뜯는 말, 사실이 아닌 말, 바르지 않은 말을 꼽았다.
또한 그는 말을 신중하게 해 자신의 허물을 줄이려 했다. 학문의 경지가 높아 당대 추앙을 받은 인물의 도의 근본은 말이었던 셈이다. 6.4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후보들의 가족사 폭로전이 점입가경이다. 지키지 못한 말, 지키지 못할 말이 만들어내는 독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