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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싸움으로 그들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았다. 반목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해도 쉽게 해결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니까 싸울 수도 있지, 그렇게만 생각했다. 현민의 말로는 둘을 화해시키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었다고 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갈수록 심각해지기만 했었다고 했다. 그나마 지금 정수가 합창단을 하면서 조금씩 변하며 싸움이 적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번 일은 내가 나서기에는 벅찰듯하다. 결국 명식 선배가 상담해보기로 했다. 민환의 일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형량을 단축시킨 사실을 알아서 그런지 철구 형이나 나보다는 명식 선배에게 더 큰 신례감이 있는 것 같아서 가장 적합한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명식 선배가 중간 역할을 하면 잘 될 거라고 믿었다. 그들이 철천지원수가 아닌 다음에야 서로 화해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 했다. 아이들과 연습하는 시간에도 상담실에 온통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 모두가 똑 같은 마음으로 정수의 무사 귀환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명국과 어떤 형식으로든 화해를 하고 평화로운 생활이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정우와 마주해서 이야기 들으며 그들이 반목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여느 아이들이 싸우듯이 그렇게 몇 번 주먹다짐이 있었고 본의 아니게 두 파로 나뉘다 보니 그들의 사이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된 것 같았다.
"정수야 명국이와 화해하고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 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놈과 내가 사이가 좋아 질수나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놈과 내가 무슨 원수가 졌는지 모르지만 이곳에 온 날부터 녀석은 내게 시비를 붙였어요. 유독 그놈만 그렇게 했어요. 아마 내가 오기 전까지 자신이 이곳의 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내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느꼈는지 사사건건 내게 시비를 붙었죠."
"그래...이번 일은 그럼 누구 잘못 같니? 머...어차피 저질러진 일이지만 그래도 왜 그래야 했는지 그냥 참을 수는 없는지 반성하는 시간이 있어야 다음에 그러한 일이 반복 될 때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것 같아서..."
"선생님 저도 솔직히 제가 잘못한건 압니다. 그러나 그 놈..."
"잠깐 그놈이란 말 빼고 명국이라고 하자 그러면 아마 말하는데 있어 흥분이 좀 가라앉을 거야 자 다시 시작해봐"
"좋아요 명국이가 우리 연습하는 시간에 아이들과 쿵쾅거리며 뛰어 다녔어요. 전 그러지 말라고 말렸어요. 우리 연습하는 동안만 조금만 조용해 달라고요. 저도 압니다. 제가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잘 참아내지 못했다는 걸요. 합창을 하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멀었는지 제가 먼저 주먹을 날렸습니다. 그것이 아이들까지 끌어 들이는 싸움이 되었어요. 합창단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혹시 이번일로 합창단이 해체될 가봐 마음 졸였습니다. 선생님 그런 일은 없는 거죠?"
"그래 아직 그런 말은 없다. 하지만 소장님이 고민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 넌 내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많이 참았구나. 근데 말이다. 너 혹시 밥은 해봤니? 밥을 하기 위해선 쌀을 씻고 적당한 물 양을 조절해서 밥솥에 올리고 밥이 되길 기다리고 있어야 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야. 시간이 지나면 전기밥솥은 밥이 다되면 띵하고 신호를 보내 그럼 참을 만하다가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치지, 그래서 소리가 나는 즉시 달려가 밥통을 열면 어떤지 아니? 그래 조금 설익은 아직 2% 부족한 상태라는 걸 알게 되지. 분명 다되었다는 신호를 들었는데도 그래 즉 띵 소리가 나고도 5분에서 10분 정도의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해 그러면 정말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거야. 즉 너는 잘 참아줬어. 예전 같으면 그 기다리는 시간조차 필요 없었겠지 바로 주먹부터 날리고 봤겠지 그런데 그 뜸 들이는 시간을 조금만 더 가졌다면 지금 넌 웃고 있을 지도 몰라 나와 이렇게 앉아서 이런 이야기 말고 아주 재미난 농담을 할 수도 있었을 거고 스스로 합창단에게 해가 될 가 해체나 되지 않을 가를 고민 안 해도 되었을 거야. 참는다는 건 그 상황이 끝날 때까지 이겨내는 걸 참는다고 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아니?"
"선생님 하지만 ..."
"네가 하고 싶은 말 나도 알아, 무슨 일을 할 때 과정도 정말 중요해. 아니 어떻게 보면 결과보다 중요 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은 개인이었을 때의 이야기야, 나 혼자 결과에 상관 없이 이일을 하기위해 난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말 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거울삼아 결과가 부족했다면 보완하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실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우리처럼 이렇게 단체 일 때는 틀려 우리가 이루고자 노력하는 이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결과가 중요하지 왠지 아니? 바로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네가 생각하듯 나로 인해 죄 없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야. 정수야 이제 난 너와 가진 시간처럼 명국이 와도 이야기를 나눠 볼 거야. 그 아이가 너에 대해 어떤 말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아마 그것은 나만 아는 비밀이 되겠지, 너희들이 서로에게 아무리 나쁜 말을 해도 난 너희들을 화해시키려고 해. 어렵겠지 하지만 네가 내말을 이해했다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난 정수 너를 믿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나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무슨?"
"너의 모든 거 화나는 일 아니면 어렸을 때 즐거웠던 일, 지금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걸 내게 들려줄래?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그냥 너에 대해 궁금해서 그래 내가 볼 때 넌 나쁜 아이도 아니고 머리가 나쁜 아이도 아니야, 그리고 중요한 건 넌 절대로 과격한 아이가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왜 이곳에 있어야 했는지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듣고 싶다. 누군가 자신을 알고 있다면 그것이 때로는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또 때로는 너도 모르는 사이 위로가 되기도 하거든 내가 너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그래 그냥 제자로서 널 알고 싶다. 어때? 이야기 해 줄 수 있겠어?"
"전 지금껏 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가장 친하다는 수호도 나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하루 종일 붙어 다녔지만 그 녀석은 우리 집도 몰랐어요. 녀석은 자신이 생각했던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에 실망했는지 이곳에 오기 전에 절교를 선언하더군요. 태후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해 드릴게요. 물론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요. 그냥 선생님만 알고 계시고 언제고 제가 선생님을 찾는 날이 있으면 힘들었구나 하면서 그냥 술이나 한잔 따라주세요."
"그래 그러마. 하지만 언제고가 아니라 하루에 한번이라도 난 상관없으니까 찾아와라 내가 얼마든지 술 사줄게 알았니? 아 지금은 말고 성인이 되서 후후"
우리 집은 서울이다. 그래 서울 하고도 특별시 후후 그러나 내가 찾아가 누워있는 곳은 결코 서울하고도 특별시라고 하기엔 절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장마 때면 어김없이 빗물이 넘쳐나고 겨울이면 윗목으로 살얼음이 자리하던 사람이 살고 있기에 집이라고 말할 뿐 어느 것도 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힘든 곳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여동생 하나 그것이 우리 가족의 전부다. 남들에게 다 있는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하나 없는 그런 집이다. 엄마와 아버지는 고아원에서 자랐고 그곳에서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했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정말 열심히 사셨다고 했다. 배운 것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힘 하나로 즉 몸End이 하나로 세상과 부닥쳐서 할 것이라고는 열심히 사는 것뿐이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면 언젠가 좋은 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사고로 결국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는 배운 것이 적은 것이 아니라 약간 모자라신 분이라는 걸 중학생이 되어서야 알았다. 평상시엔 그저 사람 좋은 웃음만 웃으시던 아버지 그러다 술 한 잔 들어가면 그야 말로 폭군이 되었다. 어린 나와 동생 그리고 엄마를 사정없이 팼다. "정수야 미안하다.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다. 내가 너희들을 데려갔으면 좋겠는데 엄마도 아직 갈 곳을 정한 것이 아니라 명숙이만 데려간다. 아빠랑 잘 살고 있어. 엄마가 돈 벌고 자리 잡으면 꼭 데리러 올게 알았지 우리 아들 잘 지내고 있어 아프지 말고" 그 편지만 남기고 엄마와 동생은 내 눈에서 사라졌다. 그날부터 아버지는 술을 먹던 안 먹던 폭군이었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질은 멈추질 않았다. 내가 아버지 힘을 감당할 만큼 컸던 고등학생이 되서야 아버지는 매질을 안했다. 아니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하루 종일 술을 마셨고 내가 학교를 가는지 공부를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자리 잡으면 찾아오겠다던 엄마에게서는 그 이후 어떤 연락도 없었다. 자신들이 외로웠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엄마는 그렇게 떠났고 아버지는 세상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선 패인으로 살았다. 아니 숨 쉬는 시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부뿐이었다. 아이들에게 이길 수 있는 건 그것이 전부였다. 덩치도 물론 아이들에 비해 컸지만 싸움에는 그다지 소질도 흥미도 없었다.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나를 건드려 보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들은 내 눈빛을 보고는 사라졌었다. 언젠가 수호가 지나가는 말을 하듯 넌 눈이 참 무섭다고 했었다. 그 말이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니까 2학년 여름 방학을 며칠 남긴 날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내 속에 어떤 악마가 도사리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 엄마에 대한 원망도 특별나게 없었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없었다. 내가 공부 할 수 있게만 해주면 난 아무 상관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문과로 대학을 갈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을 것이다. 그리고 졸업 후에 이곳을 떠나 미국에서 내 인생을 새로 시작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3학년 개차반이 우리 반에 들어와 깽판만 안 부렸으면 난 그렇게 내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나를 떠났지만 엄마도 있었고 술꾼이지만 아버지도 있었다. 가난하지만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사고 싶은 물건도 없었기에 불편하다고 생각한적 없다.
"오늘 너희 중에 나랑 한판 붙을 놈 없냐? 이 형님이 오늘 기분이 아주 지랄 같거든 그러니까 나랑 한판 붙자 응 너 네 반에 힘 쌔고 싸움 잘하는 놈 없냐? 이 반에 짱이 누구냐? 오늘 나랑 한판만 싸우자 응 어떤 놈이야. 나와... 야 거기 너 덩치 좋은데 힘 좀 쓰겠는데 이리 나와"
그 선배가 손가락질 하는 것이 나라고는 생각 안했다. 난 아이들 앞에서 싸운 적도 없고 힘 자랑을 한 적도 없었다. 단지 시비를 붙어 오는 아이들에게 눈빛으로 쫒았을 뿐이고 덩치만 아이들 두 배 정도였다는 죄 뿐이 없었다. 왜 하필 나를 불렀는지 모른다.
"너 말이야 새끼야 저 새끼 내 말을 씹네"
"저요? 저 싸움 못하는데요."
"그래 너 새끼야 이리 나와 싸움 못해도 좋으니까 이리 나와 새끼야 덩치 좋으니까 맵집은 좋을 거 아니야 새끼야"
난 그가 오라는 대로 따라갔다. 아니 난 싸움 못하니까 그냥 보내달라고 말하려고 쫒아갔다. 학교 뒤에 있던 야산 공터까지 끌고 갔다. 내 고개는 밑으로만 수구려 졌다. 머리가 무거워서 들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수구려 있었다.
"야 인마 고개 들어 나랑 싸우려면 고개를 들어야 할 거 아니야 새끼야"
"난 싸움 못합니다. 그러니까 3학년 형들이랑 싸우세요. 전 정말 싸움 못합니다. 그리고 맞는 것에도 소질이 없습니다. 덩치만 컸지 잘하는 운동도 없습니다. 전 공부해야 합니다."
"지랄 엿 쌈 치기 하네 "
내게 주먹을 날렸다. 정말 대낮에 별이 보였다. 그의 주먹은 정말 매웠다. 내 머릿속은 이곳을 어떻게 빠져 나갈지만 생각 했다. 그가 날려 오는 발길질에 복부를 강타당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뒤 이어 날아오는 무수한 발길질이 아프다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대로 맞다가는 더 이상 공부를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난 아버지처럼 내 아내를 떠나보내야 하고 딸내미를 떠나 보내야하고 술로 내 인생을 허비하며 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그만 하라고 내가 멀 잘못했는데 왜 때리고 지랄이야"
"어쭈 이 새끼 봐라 지랄"
그가 다시 주먹을 날려 왔다. 내 덩치에 머리 하나 정도 작은 깡마른,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이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내게서 공부를 빼앗아 갈 악마로 보였다. 물리치지 못하면 언제고 다시 또 내 공부를 방해 할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구렁에서 구해 줄 단 하나의 돌파구인 공부를 못하게 할 암적 존재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물리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려오는 그를 살짝 피했다. 내게 그런 민첩함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어 등짝을 후려쳤다. 앞으로 꼬꾸라지는 그의 등짝을 밟아 버렸다. 그의 발목을 밟아 버렸다.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렸다. 뚱뚱하진 않았지만 골격이 커다란 내 몸무게가 발목을 부러트려 놓은 듯했다. 그의 비명이 내 귀를 어지럽혔다. 어느 영화에서 들었던 대사가 날 자극했다. 밟으려면 확실히 밟아라. 안 그러면 언제고 다시 등에 칼을 꽂는 다는, 난 다시 그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놈은 더 이상 비명도 움직임도 없었다. 담임선생이 달려 왔을 때는 이미 모든 일이 끝난 뒤였다. 앰브란스가 분주하게 달려오고 녀석이 실려 가고 있는데 선생이든 아이들이든 누구 하나 말 붙이는 놈이 없었다. 결국 그 악마가 내게 공부를 빼앗아 갔다는 걸 알았다. 그대로 학교를 나섰다. 무작정 걸었다. 내 희망은 저곳에 있는데 이제 등 돌리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름 햇살이 그렇게 뜨겁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내 얼굴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눈으로 들어와 쓰리게 했다. 눈물이 났다. 누이동생과 떠난 엄마가 보고 싶었다. 지금도 취해 있을 아버지가 죽도록 미웠다. 찾아오겠다던 엄마가 미웠다. 엄마를 따라나섰던 동생이 미웠다. 아니 세상이 전부 내게 등 돌이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도 갈 곳은 집이었다. 그곳에 경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들에게 연행되는 날 아버지는 보고만 있었다. 내 아들이 무슨 죄를 지었냐고 왜 데려가는지 어떤 항변도 하나 없이 술에 취해 웃고만 있었다. 담당 경찰은 가서 사과하고 합의하라는 말을 했다. 그러난 그럴 생각이 없었다. 합의 할 돈도 없었다. 그냥 법이 하라는 대로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망가 진거다. 여기서 나빠져 바야 얼마나 망가질 가, 그럴 생각 없다고 말했다. 혀를 차면서도 그 형사는 안타까운 눈으로 날 보았다. 유치장에 있는 내게 수호가 찾아와 그놈이 일부러 날 타캣 삼아 왔다는 걸 알려줬다. 그동안 껄렁한 놈들이 내게 시비를 붙였다가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에 앙갚음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수호는 이제 더 이상 친구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전처럼 널 대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무서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냉정히 뒤 돌아 나갔다. 그렇게 수호가 왔다가고 찾아 온 아버지는 그냥 법대로 처리하라고 했다. 능력 없다고 아이들이 싸울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경찰을 부른다는 게 말이 되냐며 술 취한 목소리로 항의도 아닌 탄식도 아닌 소리만 질러대고 돌아갔다.
"후후 아직 어린 나인데 한권의 책으로도 모자라겠는데 속은 시원하냐?"
"네 그런 것 같아요. 확실한 것은 내게 불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나 봐요. 결국 그 3학년 선배에게 화풀이를 한걸 보면요."
"그래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 누군가 내 옆에서 너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있었다면 어떨 가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솔직히 사람들은 많은 것을 숨기고 살거든 자신의 불행도 자신의 모자람도 자신의 슬픔도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지 왜냐면 약하게 보이길 싫어하거든 그런데 너에게 그런 친구 하나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네가 보기에 부족할 것 없는 사람들에게도 고민이 있다는 걸아니? 네 앞에 서 있는 나도 그리고 대기업 회장님 사장님들도 모두 고민거리가 있다. 아 간단하게 예를 들어 볼가? TV에나오는 여자 연예인들 예쁘지? 그런데 토크 쇼나 오락 프로에서 자신의 외모에 불만 있는 곳이 없냐고 물어 보면 대부분 불만 있다고 하거든, 우리가 보기엔 완벽한데도 말이지, 그런 것 같아 누구나 나름의 불만이 있는 것 같아. 하지만 그들은 그것에 억매이질 않아. 왜 그럴까? 바로 자신의 불만을 입 밖으로 내보낸다는 거야. 그래야 그것이 희석이 되서 사라지기도 하고 상대가 해주는 위로가 힘을 주기 때문이지 정수야 꼭 네 맘을 툭 털어 놓을 그런 친구, 그 녀석을 위해서 전 재산을 줘도 아깝지 않을 친구, 그런 친구를 만들어라. 그것이 얼마나 값진 재산이 된다는 걸아는 날이 올 거다. 알았지?"
"내 그럴게요. 그리고 선생님도 약속 지켜야 해요."
"무슨?"
"언제든 찾아가면 술 사주신다는..."
"후후 그래 수고했다. 가서 쉬어라"
"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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