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焦烟)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碑木)이여
먼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碑木)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엄정행(Tenor)
김청자(Sop.)
* 노래 가사가 쓰여진 배경에 대하여
1950년 6.25전쟁 발발, 전쟁이 치열했던 강원도 화천!
1964년 중동부 전선의 백암산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육군 소위 한명희는 잡초 우거진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던 중
양지바른 산모퉁이에서 이끼가 끼인 채 허물어져 있는
돌무덤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느 이름 모를 무명 용사의 무덤인 듯한 그 옆에는
녹슨 철모가 뒹굴고 있었고 돌무덤 머리에 꽂힌
썩은 십자 나무기둥 묘비(墓碑), 그리고 고즈넉이 피어있는 산목련,
한 소위는 그 병사의 나이가 자신과 비슷한 것을 생각하고
차마 그 돌무덤 앞을 떠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후 4년 뒤 한명희는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던 화천의 비목(碑木)과
젊은 무명용사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비목(碑木)을 작사하였고
이 헌시(獻詩)에 곡을 붙여 탄생한 노래가 바로 가곡 비목(碑木)이라는군요.
그리움이 이끼되어 맺히고, 지나던 사람들이 올려놓은 돌이
무덤위에 봉오리 되어 쌓인 걸 보고, 젊은 소대장이
전사자 넋을 위로하며 헌시(獻詩)를 지어 곡을 붙인 것이
"비목(碑木)" 이란 훌륭한 가곡으로 태어난 것이다.
"비목(碑木)"은 나무로 만든 묘비이고 "초연(焦烟))"은 화약연기라는 것을
알고나서 詩를 음미해보니 비장함이 감도는 휴전선 근처
그 쓸쓸하고 초라한 무덤가에 서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 애절히고 가슴아픈 헌시(獻詩)를 쓴 소대장! 충북 중원 출신의
"한명희"라는 분인데 현재의 동정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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