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창섭님의 편지
( 답신 )
화가 이창섭 님
또 한해가 지나다보니 언제나 보고 듣는 뱃고동 소리지만
세월 탓인지 요즘 들어서는 더더욱 출항하는 객선들의
뱃고동 소리에 추억어린 향수를 많이 느끼게 된답니다.
때마침 머나먼 바다에서 온 편지 한 장이 마치 길 떠났던
연인이 사랑의 물결에 맴돌다가 해풍에 밀려온 노랑잎새의
세레나데처럼 아련히 눈쉬울을 맴돌게 합니다.
사람들은 추억에 얽매이지 말라고들 합니다만 그래도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의 낭만과 꿈들이
지금도 소설과 시집으로 캔바스 속에 가득 채워지고 있기에
특히 명성호 선상에서의 꿈들은 지금도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교향곡이요 주옥같은 시집이랍니다.
그 어떤 편지보다도 떠나간 연인이 다가온 모습처럼 간절함을
더해주는 소식만으로도 사색의 꿈을 간직할 수가 있답니다.
명성호에서의 만남과 떠남의 추억들을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운 시운을 보내주시어 가장 간절하였습니다.
2009. 11 .5 -오 세 효-
첫댓글 사람 호흡이 느껴지는 편지를 언제 받아보았는지 기억이 아물 아물 합니다.좋으시겠어요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기쁜건지 알거든요.그런데 이 창섭 선생님 글씨도 엄청 예술적이네요
엇그제 온 편지인데 젊은 베르테르의 시인의 연서처럼 오래전부터 잊을만 하면 이따금씩 띄워보낸 오랜세월동안 도불을 거쳐서 바다 먼 나라에서 보낸 서양화가의 편지입니다. 한 때 시운에 사로잡혀 바다여행을 같이 하면서 숫한 추억들을 남겼던 젊은 친구 였습니다.
마치 제 옆자리에서 같이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린 분처럼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화실에 대한 느낌과 선생님에 대한 그리운 생각들이 같은 시간을 함께 건너온 듯 느껴집니다. 그건 아마도 선생님께서 늘 같은 자리에서 변치않는 모습으로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젊은 남자의 마치 연인처럼 대하던 벗인데 어떻게 같은 시기에 이국땅에서 돌아 온 것 같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