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엄마 생각
최 명 자
새끼를 꼬던 아버지 옆에서
양말 깁던 엄마는
애기 주먹만 한 눈깔사탕을
망치로 탁 치셨다
별이 부서진
달콤한 파편을 주워 먹으며
통나무 집은 작은 배 되어
은하수를 건너 옛 이야기 구성진
넓은 세상으로 헤엄쳐 나갔다
주판을 놓는 큰 아들
순한 막둥이 어르던
활처럼 휜 뒷 모습에
등을 먼저 보여 가슴 저리던 날
이슬 한 방울로 맞이하는
그 옛날 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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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팔리지 않는 집 / 최명자
소나무 심던 날 바람이 불었다
솔 잎 끝이 붓이 되어
한 달 이자를 적고 있다
울타리가 없는 벽돌 건물
죽어서도 천년 산다는 주목 나무가
주인을 기다리지만
이 분기 대학 등록금이 코 앞인
유월이 다가와도 소식이 없다
배꼽을 노랗게 내놓고
저희들끼리 붙어 키들거리던 채송화가
비싸 비싸
흥정하는 중계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입을 다물고
주인보다 더 예민해진 신경초만
온몸이 오그렸다 펴지면서
작은 바람에 자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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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맷 돌 / 최명자
같은 방향으로 함께 돌려야 순탄히 사는 거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삐걱거리는 손잡이를 서로 당겼다
어처구니가 빠진 날
그들은 윗돌과 아랫돌로 나누어져
팽팽함과 느긋함으로 줄다리기 중이다
배꼽을 내놓은 아랫돌
잔디밭 디딤돌 된 지 몇 해가 지났다
입 벌린 윗돌의
무게 없는 하품도 허허롭기만하다
떨어져 사니 갈아 댈 일도 없네
평생을 눌려 살았어
돌덩이 같은 가슴도 다 닳아 버렸다구
돌아 앉은 어머니 등 위에 서릿발 치는데
졸혼을 앞둔 속없는 아버지
나 죽으면 네 어미와 합장해라
틀니 빠진 입가엔
공허한 바람만 여지없이 드나들고
어처구니~ 맷돌의 손잡이
첫댓글 <팔리지 않는 집>
<맷돌> 두 편 선정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