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색소변성 환자의 눈 검사에서 동공을 통해 검은 점들이 가득 퍼져 있는 망막이 눈에 들어왔다. 망막색소변성이다. 젊을 때 야맹증이 있다가 중년 이후에 시야가 좁아지며 시력의 손실이 올 수 있는 유전성 망막질환이다. 치료법은 없다.
중세 왕들은 환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왕은 네게 안수하며, 신이 너를 치료하시리라"라고 기도했다. 많은 환자가 이렇게 안수 기도를 받으면 병이 났는다고 믿었다.
당시 유행했던 피부샘 병은 결핵균이 목 맆프절을 침범해 목 주위에 주렁주렁 염증 덩어리가 생기는 병이다. 고름을 째면 감염이 확산돼 문제가 더 커졌다. 몸은 말라갔고, 눈도 세균에 침범당해 실명 위기에 처했다. 당시 유일한 치료법이 왕의 안수였다. 영국의 에드워드 1세는 한 달에 533명에게, 프랑스의 앙리 4세는 한 번에 1500명에게 '왕의 안수'를 줬다. 왕의 손길을 받은 병의 증상과 다양한 치료법, 효과는 1768년 영국인 몰리에 의해 책으로 남겨졌으며 1824년까지 42회 증보판을 냈다.
유전성 색소변성뿐 아니라 황반변성의 경우도 시원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망막의 경우 컴퓨터 칩을 넣어 환자가 사물을 인식하도록 하는 치료법인데 아직은 그림자 인식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향후 화상인식기술만 발전되면 충분히 인공망막으로도 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성진 순천향대병원 안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