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따먹기

[김기연 (베네딕도)]

"내려오는 길에 곶감 좀 따다 주세요."

강아지이 운동시키려고 옥상에 올라가는 뒷꼭지에서 아내의 시킴 소리가 러브리하게 들려온다.

가을날 틈틈이 칼로 깍아 일일이 새끼줄에 달아 두었던 추녀밑 곶감이 꾸덕하게 건조가 되어서 이제 먹을만 해졌다.

오래 말리면 딱딱해져서 잇몸이 연약한 이는 먹기가 곤란한데,
올해는 적당한 햇볕과 가을 바람이 좋은 덕분에 반숙으로 건조가 되어서 맛이 참 좋다.

젯상에 올리기 위해서 시장에서 사는 곶감은 너무 단맛이 강해 느끼하여 많이 먹을 수가 없지만, 우리 농장에서 수확하여 손으로 정성껏 깍아 말려서 그런지 여러개를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겨울철에 곶감이 생각날 때면 옥상의 처마밑에 달아 놓은 말린 곶감을 따다가 예쁜 접시에 담아놓고 티브를 보면서 한개씩 집어 먹으면 쫄깃한 식감에 신선이 부럽지 않다.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시면 햇살이 따뜻한 창가의 탁자에서 꽃향기 그윽한 허브차와 함께 잘 말려둔
곶감속에 잣과 호두, 대추를 넣고 예쁘게 썰어서 접시에 꽃처럼 앙증맞게 담아내면 좋아하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