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체코 여행 감회

“프라하성과 구시가 신시가에 들어서면 일상과는 동떨어진 현실이 전개된다. 프라하성만 가도 프라하 여행의 반을 한 것이라는 체코의 상징 프라하성. 거기엔 현재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는 프라하성을 중심으로, 사암으로 지어진 웅장한 비투스 성당과 조지 교회 등 여러 역사적 건물들이 배열되어 있다. 황금소로는 아담하고 소박하지만 우리나라 인사동거리나 삼청동길에 비하지 못할 곳. 구시가 신시가엔 틴 성당, 천문시계탑, 바츨라프 동상, 국립박물관 등 사람들이 붐비는 광장이 있고, 거기 각종 상점들이 줄지은 거리를 따라 체코 국민들과 여행객들이 섞여 붐빈다. 감성에 잠긴 도시, 섬세한 거리, 빨간 전차들, 블타바 강이 흐르는 까를교, 황금소로, 거리의 악사들, 광장 공연자들, 젊은 연인들, 기념품 가게, 노천카페, 자유분방한 움직임들... 그런 감성적 풍치는 분명히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내 프라하 기행문의 인용이다.  도시를 걷는 동안 도시를 구성하는 각종 구조물과 소품들이 여행자의 눈을 견인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나의 고질적 성향이 발동했다. 동행자들과의 자유로움 속에서도 내 심장으로 새록새록 파고드는 이질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게는 국내 여행이든 국외 여행이든 여행이란 게 자유로움과 애달픔의 결합 개념이다. 자유로움은 감각적인 영역에서 애달픔은 영적 영역에서 흘러나온다. 눈보라치는 북해도의 거리에서 그랬고, 이르쿠츠크의 바이칼 주변에서도 그랬고, 바르샤바와 프라하의 해맑은 하늘 아래서도 그랬다. 나의 이런 심리의 이유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바르샤바의 조용하고 깨끗한 거리와, 좀 구름 낀 선선한 하늘 아래 프라하성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 도시가 눈에 어린다. 폴란드 상인들은 친절했고, 체코의 거리엔 인간적 훈훈함이 있었다. 폴란드의 노비슈비아트와 잠코비 광장, 체코의 프라하성과 구시가지 신시가지는 훌륭한 거리였다. 나는 폴란드와 체코에 내재한 문화적 가치를 존중한다. 고전적 가치를 중요시하며 그것을 적극적으로 보존하려고 하는 그 국민들의 의지가 보였다. 하지만 영적인 문제는 다르다. 영적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원칙은 어디서나 동일할 것이다. 그 문화적이고 감각적 유산들, 감성에 잠긴 도시, 각종 상점들,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 흐르는 그 훈훈한 인간적 광장 속에서도 영혼은 이방인이다. 그들이 나를 소외시킨 것이 아니다. 그것은, <1> 사람이 만든 도시의 장려함 뒤편에 존재하는 불신앙, <2> 이 세상이 중시하는 감각적 가치 속에 깃든 허망함, <3> 본향을 생각지 않고 그림자에 열중하는 초라한 존재에 대한 통찰에 기인한다.  <1>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세상에 대해 쏟는 관심과 열정에 비해 갖는 형편없는 영적 관심 때문이다. 그렇게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는 그들이 하나님과 영적 세계에 대해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쿠트나호라의 해골 성당이 특별해 보이기보다는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없는 그 공간을 빨리 나오고 싶었던 것처럼. <2>는, 사람이 아무리 자기들의 나라와 도시를 아름답게 꾸며도 신앙 없는 감각적 가치는 허망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발전은 필요하지만 그리스도 밖의 그것은 인간에게 행복의 본질을 줄 수 없는 것이다. <3>은, 인간은 아버지의 집 밖에 있으며, 해질녘 등불이 비치는 어느 행복해 보이는 집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고아와 같은 처지라는 것이다. 가톨릭 27% 개신교 2%라는 종교 인구를 가지고 있는 나라 체코에서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신앙 안에 있고 진정한 본향은 하늘에 있다. 우리는 이 세상 어디서나 나그네일 뿐이다. 프라하성, 비투스 성당, 까를교 구시가 신시가, 그리고 낙조가 내리는 틴 성당, 천문 시계탑, 구시가 광장, 바츨라프 광장 등 그 훌륭한 구조물들 사이로 흐르는 동안 내겐 떠오른 성경 구절이 있었다.아브라함의 유랑(히11:13). 여행은 나에게 이런 소회를 일으켜 준다는 데 교훈적 가치가 있다. “주여! 주는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셨나이다.”(시90:1)  2014. 8. 25 이 호 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