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황반변성이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반변성은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과 함께 지속적으로 시력이 떨어진다. 환자는 점점 시력을 잃기 때문에 불안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또 가족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는 미안함도 환자에겐 죄의식으로 느껴진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안과 이성진 교수는 "황반변성은 언제 실명할지 모르고 언제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어 환자들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며 "시력은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안과 우울증의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킬 대학 일차의료센터 '황반변성환자에서 불안과 우울증 유병률'연구에서는 황반변성 발병 후 불안 9.6~30.1%까지 증가했고 우울증도 15.7~44%까지 늘었다.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원 '황반변성 환자의 불안과 우울'연구에서도 비삼출성 황반변성의 평균불안점수는 8.86점, 삼출성 황반변성은 6.81점으로, 혈액암(6.04점), 갑상선암(5.47점)보다 불안정도가 더 심했다. 비교적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비삼출성 황반변성의 불안점수가 높은 것은 시력저하 가능성(불확실한 미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삼출성 황반변성은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하지만 삼출성 황반변성(방치 시 2년내 실명)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성진 교수는 "삼출성 황반변성은 유리체강내 주사 등의 적극적 치료방법이 있는 반면 비삼출성 황반변성은 영양제 섭취나 생활습관 개선 등 소극적 치료만 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시력예후로 인한 우울정도가 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