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11월 16일 수요일 맑음
‘아 시원하다’
모처럼 밖으로 나오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하다.
발바닥 아픔도 참을만하고,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어 차를 몰고 나왔다.
11월 17일이 트럭 정기검사 마지막 날이니 내일까지 기다릴 것 없이 차를 몰고 나왔다.
동구자동차 검사소, 21분회 남윤곤 형제님이 운영하는 1급 자동차 정비소다.
지난 번 사고가 났을 때도 차를 완벽하게 고쳐주었다.
레카차 운전수와 보험 대리점에서 다른 데로 가자고 하는데도 내가 우겨서 이 곳으로 끌고 왔었다. 안사람과 내가 심하게 다쳐서 정신이 없었을 때였지만 그 것만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사장이 퇴근 시간 후에도 남아서 맞이해 주었다. “회장님 여기는 걱정 마시고 병원부터 가셔야 겠어요. 사모님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보자마자 우리 걱정부터 해준다.
우리 형제들끼리 서로 걱정해 주고,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
오래 걸리지 않고 검사가 끝났다.
구입한 지 2년, 아직 새 차나 마찬가지니 수월했을 것이다.
흥화에 들려 전지톱 톱날과 예초기 원형 톱날을 샀다.
요즈음은 톱 자루를 빼고 톱날만 사서 쓸 수 있으니 많이 절약이 된다.
집에 돌아오자 전화가 온다.
“선생님, 상가 집에 언제 가셔요 ?” 내 제자 형중이다.
1분회 박준석 형제가 장인상을 당했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전화를 한 것이다.
“형중아 넌 운사모애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모르는 사람인데 갈 거야 ?” “그래도 같은 운사모고 또 1분회 형제인데 가 봐야죠. 상을 당하셨는데.... 그리고 선생님께서 가시면 제가 모시고 가야죠. 혼자 가시게 할 수 있어요 ? 그 바람에 선생님 한 번 더 뵙게 되면 그게 좋은 거 잖아요”
‘자식, 제대로 배웠네.’
“형중아, 나는 사무국장하고 운사모 조기를 갖고 함께 가야 하는데 너는 언제 갈 수 있겠냐 ?” “아무래도 저녁이 좋겠죠. 술도 한 잔 하시고...”
“그럼 기다려. 사무국장에게 전화 해보고 연락을 줄 게 ”
사무국장은 저녁에 시간이 없어 오전 중에 조기를 갖다 놓고 오겠단다.
나는 오전에 시간이 없다. 어째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사무국장과 내가 따로 놀기로 했다.
“형중아. 이따가 6시에 장례식장에서 만나자” “네 그때 뵙겠습니다”
오후 내내 운사모 일을 하다가 5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오전에 움직였더니 발바닥이 더 아프다.
‘내일은 정산에 가서 일을 해야 할 텐데....’
“선생님 어디쯤 오셔요. 저는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
“응 거의 다 왔다. 정문에서 만나자.
확실히 혼자보다는 둘이 들어가는 게 훨씬 나아 보였다.
덩치도 산만한 제자의 호위를 받으니 마음이 흐뭇 하더라
고인께서는 연세 70에 급성 폐암으로 두 달만에 돌아가셨단다. 애통한 일이다.
효심이 깊은 영신이는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애통해 하고 있었다.
고인의 사위 준석이와 외동딸 영신이도 모두 내 제자들이다.
형중이는 73년 제자, 준석이, 영신이는 88년 제자다. 그 차이가 15년이 된다.
“형중아, 준석아 무협지를 보면 한 스승의 제자끼리는 서로 사형, 사제라고 하잖니. 너희들도 앞으로 사형, 사제 관계가 되는 거다. 서로 다정하게 지내라”
앞에 앉아있는 두 제자를 함께 보니 마음이 흐뭇하기 짝이 없다.
형중이는 씨름으로 이름을 날렸었으나 허리 부상으로 운동을 접고 갈마동에서 피아노 대리점을 하고 있다. 갈마동 네거리 묘성피아노가 형중이네 집이다.
“선생님, 피아노가 무겁잖아요, 220kg인데요. 그래도 둘만 있으면 간단해요. 밀고 들어 갈 땐 어깨로 밀어요. 이 어깨로 밀다 보니깨, 여기가 부어 오르고, 허물이 벗어요. 몇 번을 떼어내다 보면, 딱딱하게 굳고 거기서 털이 나요.”
“뭐 ? 어깨에서 털이 나 ?” “진짜요. 보여 드릴까요 ?”
궁금했지만 초상집에서 어깨를 내 보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중에 보지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예까지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견한 놈, 국민학교 땐 속깨나 썩이더니...’ 옆에 앉은 문정 배교장님도 동의한 말이 있다 “학교 다닐 때 속 썩인 놈이 나중엔 더 잘 되고 많이 맞은 놈들이 제 선생에게 잘 해” 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요새는요. 중고 피아노를 사서 중국에 수출을 하는데 그 게 잘 돼요. 중국이 우리나라 80년 대와 같아요. 하루 다섯 대씩은 수출하고 있어요.”
“그렇겠다. 우리 집에도 30년은 된 피아노가 있는데 너 가져가라.”
집집마다 아들, 딸 가르친다고 사 놓은 피아노가 놀고 있으리라.
그 걸 사서 중국으로 수출하면, 내 집은 공간이 넓어져 좋고, 나라는 외화 획득으로 좋고 형중이는 수입이 늘어서 좋겠다. 일 석 삼 조라 좋다.
오늘은 인정있고 의리있는 형중이 생각하며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