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부터 9일동안 호주와 뉴질랜드에 다녀왔습니다.
여행기록문을 작성하지는 못하고 그곳 학교와 교육청 방문 소감만 간단히 올립니다.
국외연수 소감록
1. 8월 17일 아침 9시 New South Wales주 교육청을 방문하다.
교육청 청사는 시드니의 번잡한 시내의 한 빌딩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아마 건물 전체가 청사가 아니고 일부만 청사로 활용하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나라의 관공서가 공통으로 갖는 단독 건물로 된 청사와 드넓은 주차장 ,운동장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풍기는 청사였다.
New South Wales주 교육차관의 한 시간여의 브리핑을 통해 호주 교육제도의 전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하였는데 나는 호주 교원노조와 교육청과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호주의 교원노조 가입률은 약 90% 정도이며, 교육청과 교원노조 사이에 원만한 협조체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으며, 호주의 교원은 정치적으로 자유스럽게 권리를 행사한다고 하였다.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교수들처럼 피선거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저조한 교원노조 가입률이나 정당 가입은커녕 후원금만 냈다고 해서 처벌하는 풍토와는 너무나 상이하였다.
교육이 선진화하려면 제도가 뒷받침되어야하는 데, 금지와 제재 일속인 우리의 교육법이 아쉽게 느껴졌다.
2. 8월 19일 아침 9시 30분 North Ryde Public School을 방문하다.
학교의 첫 인상은 우리의 학교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 마치 몇 채의 주택을 찾아온 것 만 같이 아담하고 조용하였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중앙에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솟아있고 그 앞에 넓은 운동장이 펼쳐지고 정원 곳곳에 정성껏 전정한 향나무가 도열한 모습이 일반적인데 비해 호주의 학교는 모든 건물들이 4,50평 정도의 아담한 규모로 여기 저기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어서 ‘이게 학교 맞나?’하고 의아심이 들 정도였다.
한 건물 안에는 2-3개의 교실이 들어있고, 이러한 형태의 건물들은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으려는 듯 동과 동 사이에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내가 처음에 받은 느낌은 주 교육청에서 예산을 충분히 배정해주지 않아서 우리처럼 수백평 규모의 건물을 짓지 않았나 싶었는데 교실을 들러보면서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우리를 안내한 교장 선생님은 50대 정도의 여자 분이었는데 첫 인상부터 어떠한 권위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소탈해 보였다.
우리는 유치부 부터 4-5개 교실을 돌아보았는데 교장과 손님의 방문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수업에 전념하는 모습에 내심 놀랐다.
담임교사는 교탁이 없는 의자에 앉아서 아이들 몇과 작은 소리로 대화를 하는지 수업을 하는지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다.
우리네 수업으로 치면 모둠학습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90년대에 열풍이 불었던 바로 열린교육의 살아있는 현장이었다.
교실의 학습 준비물이나 소산물로 어지럽게 가득 차 있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벽의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게시물이 붙어 있었고, 아이들의 머리 위쪽으로는 빨랫줄에 빨래가 가득 널린 모양으로 많은 자료와 작품이 걸려있었다.
우리 방문단 대부분은 그 혼란스럽고, 번잡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렇지만 교육체제나 수업의 면에서는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틀에 박힌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교사 스스로 교과서 겸 학습장을 제작하여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그것이 유일한 교과서적인 교재라는 사실, 2-3학년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이 그룹지어서 자기들끼리 학습을 하는 데 교사가 없이도 학습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러한 학습에 여간 익숙해 있다는 것을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
교사가 아침에 제시한 여러 과목의 학습내용을 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 이행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대견해 보였다. 그것도 매용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교사의 역할은 하루의 학습내용을 제시하고 그것에 필요한 학습 자료를 준비해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학습해나간다는 점이 호주교육의 강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룹으로 이루어진 학습은 가끔은 복식학년으로 편성되어 상위학년이 하위학년에게 학습의 보조자 노릇을 해주기도 하였고, 수월성이 높은 아이들은 상위학년의 학습을 자연스럽게 익히기도 한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교장이나 방문단을 접하는 교사들의 모습도 무척 자연스러웠다.
맨바닥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수업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복장도 무척 자유스러웠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교장에게 혼날 만큼 자유로운 복장과 자세를 보이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당당함마저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외모는 상당히 느슨할지언정 학습지도만큼은 매우 치밀하고 세심한 듯 모근 어린이의 학습자에는 주서로 교사의 가필이 되어있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보여주기 위한 수업의 현장이 아니라 내실을 기하는 생생한 교육의 현장이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방문단의 한 교사가 이 학교의 교육의 캐치프레이즈를 물었는데 교장은 쓰기와 체력 등의 중점교육방향으로 대답하였다.
아마도 호주의 교육은 우리의 학교교육계획처럼 체계적이고 도식적인 교육목표나 방침, 세부계획, 주요 시책, 특색사업 등은 없는 듯 보였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교육이 요란스러운 수레라면, 호주의 교육은 리무진 자동차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