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학 창 시 절
심 영 희
학창시절은 두고두고 생각해도 아름다운 추억들이 쌓였던 좋은 시절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들 틈에 끼이지 못하고 학창시절을 지옥 같았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학교생활이 힘들었으면 가본 적도 없는 지옥에 비유했을까.
가끔 뉴스를 타고 유명해 지려는 사람들 발목을 잡는 일이 일어난다. 간호학과 교수로 임명되려던 간호사 간부에게 후배 간호사가 갑질을 당했다고 들고 일어난 것이다. 학교폭력이 아닌 직장폭력이다.
가수로 유명해 지려는 순간 학창시절 폭력을 당한 학생이 반기를 들어 그가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소식은 어이가 없다. 예쁘고 청순한 얼굴로 학급 친구들을 괴롭힌 짓은 흔히 말하는 얼굴값도 못했던 학생이 아니었나. 얼굴이 예쁘면 그 얼굴에 어울리는 예쁜 행동을 했어야지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것은 실화다”와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 두 드라마는 모두 학창시절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와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어른이 된 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를 시작하여 두 가정 모두 파탄이 나는 내용이다.
학창시절 같은 반이던 두 학생은 어른이 되어 같은 동네에 살게 되었다. 그것도 무슨 운명인지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은 건물 주인이고 폭력은 행사했던 학생은 그 건물 세입자였다. 우연히 배달 왔던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옛날 학창시절 일이 생각나 보복을 결심한다.
양쪽 남편 모두 이런 사실을 모르고 결혼생활을 했으나 두 가정 모두 파탄으로 끝난다. 학창시절 아무리 젊은 피가 끓어도 또 공부하기 싫어도 나름대로 다른 취미를 찾아야지 친구를 괴롭히는 재미로 학교를 다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피하자는 자퇴를 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했으니 얼마나 억울한 학창생활인가.
또 다른 가해 학생은 친한 친구들과 떼를 지어 다니며 돈도 없고 백도 없는 친구를 수시로 괴롭힌다. 지갑을 몰래 친구 가방에 넣어 놓고 친구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고 학교 창고에 친구를 가두고 그대로 가버리는 행위, 돈 많은 가해 학생 어머니에게 죄송하다고 무릎까지 꿇어야 했던 수모는 어린 학생에게 평생 잊지못할 상처로 남아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피해자가 다니는 회사에 가해자 남편이 팀장으로 오게 되면서 묵었던 복수의 칼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교폭력 가해자는 학창시절 과거가 남편은 물론 시어머니한테까지 밝혀지고 말았다. 학교폭력도 폭력이지만 더 큰 이유는 불량 학생으로 학창시절 임신을 했다가 낙태했다는 게 알려져 이혼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런 중에도 피해자였던 학생은 진심으로 사과 받기를 원했고 아무 잘못 없이 엄마가 가해자 엄마에게 무릎을 꿇었 듯이 그 엄마도 자기 엄마 앞에 와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였는데 결국 돈으로 떼어내려 하다가 딸의 인생이 쪽이 나고 말았다. 가끔은 어른들도 자기가 잘못해 놓고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사람이 있는데 물불 가리지 않던 학생들이 저질러 놓은 일은 평생의 족쇄로 남을 수 있다.
얼마전 강원도 삼척에서도 학교폭력 가해자가 졸업 후에도 계속 피해자를 괴롭히다가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피해자가 얼마나 억울 했으면 가해자를 죽이기까지 했을까. 피해자 아버지는 아들이 죄를 지었으니 벌은 받아야 하겠지만 그동안 아들이 당한 일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나는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를 즐겨보는데 지난주에는 박지후 청년이 나와서 자기 사연을 이야기하는데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가 얻어준 단칸방에서 생활하던 중 학창시절 부모가 없다는 약점으로 폭력을 당해 목숨을 끊으려고 하다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목숨을 연명했는데, 이제는 노래를 해야하는 목적이 있어 죽을 수 도 없다고 했다. 매주 수요일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에서 가족이나 친지의 응원 군도 없이 혼자 나와 노래하는 것을 처음 보고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처음 자기를 소개할 때 눈물이 흐르고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잊지 못할 때 나도 모르게 따라서 눈물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도 내 학창시절은 부모님의 덕으로 또 선생님들 사랑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절이었다. 부모님께서 정성과 사랑으로 키워주신 보답을 하기 위해 학교생활을 착실하게 했고, 선생님들이 귀여워해 주신 보답으로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다.
중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 300명을 대표해 나는 선행상을 받았다. 졸업식이 끝나고 졸업식장 인 극장에서 나오신 아버지께서는 “오늘 아비는 기분이 매우 좋다. 우등상은 여덟 명이나 받았지만 착한 학생에게 주는 선행상은 우리 딸이 혼자 받았으니까” 하시며 매우 흡족해 하셨다.
한 학년 네 반에서 한 반에 두 명씩 우등상을 주었는데 네 반 담임 선생님 만장일치로 선행상은 나에게 돌아왔으니 학창시절을 잘 보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지금도 만족해하고 있다.
약 력(심영희)
ㅇ 1995년 「수필과 비평」 지로 수필 등단
ㅇ 수필집 「아직은 마흔아홉」 출간
ㅇ 제20회 동포문학상 수상
ㅇ 한국문인협회 문단정화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