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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호윤국어방 원문보기 글쓴이: sophi
시민들도 참 답답하실 테지만 보도를 보고 있으려니 저도 너무 답답해서 적습니다.
지침이 바뀐 지가 2주가 넘어가는데 오늘도 헛소리를 하는 기사가 나오는가 하면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는 내용들이 서로 모순되기 일쑤여서 저 또한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입니다.
신종플루 상담을 위해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는 입구에서부터 열센서로 측정을 해야 하지 않느냐,
기침하는 사람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 격리 안 시키고 뭐하느냐 다짜고짜 따지는 분들도 계십니다.
심정은 이해하나 현실적으론 말도 안되는 말씀입니다.
알레르기성 비염만 있어도 기침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기침 한 번 안하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거기다 잠복기는 최장 7일이나 되지요.
애초부터 완벽한 격리란 불가능합니다.
모든 사회기능을 정지시키고 다 집에 칩거시키지 않는 이상은요.
괜히 미국에서만 1억 5천만 명이 감염된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보건소의 현재 기능을 확실히 하자면,
집단 감염이 의심될 때의 확진 검사,
역학적 상관관계가 뚜렷하거나 고위험군이면서 37.8도 이상의 고열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타미플루 제공.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고위험군이라고 해서 증상이 없는데 약을 주거나 검사를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민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신종 인플루엔자라는 병에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인플루엔자만 아니면 OK,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다는 겁니다.
일단 사람이 기본적으로 39.5도, 40도 이런 열이 나면 어떤 병을 막론하고 가벼이 여겨서는 안됩니다.
열이 나니까 타미플루를 먹어야겠다, 거기까진 좋은데 만약 인플루엔자에 의한 열이 아니라면
타미플루는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그냥 밀가루를 먹은 겁니다.
특히 호흡기 증상이 미미한 분들,
다른 감염원인이 있는지 평가를 해봐야 합니다.
소변검사와 혈액배양을 비롯해 수많은 검사들이 존재함에도 인플루엔자만 아니면 될까요.
고열이 동반된 분들이 오셨을 때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것은 환자를 떠넘기기 위함이 아닙니다.
보건소 진료실에서 해줄 수 있는 진료라는 것은 말 그대로 1차진료이고,
더군다나 진료실이 아닌 신종플루 상담테이블에서
소변채취를 하겠습니까, 혈액배양을 하겠습니까, 뇌척수액을 뽑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신종 인플루엔자만 전염병이 아닙니다.
감기도 전염병이고 인후염도 전염병입니다.
고위험군에게 감염되면 똑같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지요.
그런데 열이 없고 신종플루보다는 감기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바로 마스크를 벗고 지인과 수다를 떨거나 기침을 하는 걸 보면 난감합니다.
설령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없을지언정 감기를 유발하는 온갖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그런 분들 때문에 곳곳에 살포되고 있지 않겠습니까.
확진자 수에 대해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말씀드립니다.
정부의 확진자 통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에 3000명은 절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보단 훨씬 많겠지요.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인구비례로 일본과 한국의 감염자 증가 추이가 비슷했는데,
어느 순간 일본은 10만명을 넘어가버리고 우리는 하루에 100명, 200명...
예를 들어 특정 학교에서 집단발병이 의심되면 5명 정도 표본 조사를 하는데
그 중 2~3명이 확진되면 집단 발병으로 결론을 낼텐데, 과연 확진자 통계엔 저 2~3명만 들어가는지,
아니면 해당학교 전체로 추정했을 때 감염자수가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개인 단위로 방문하는 경우엔 의심환자는 단순 자택격리조치,
혹은 고위험군 의심환자의 경우에 항바이러스제 투약으로 바로 넘어가는데
확진자 통계라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겠죠.
그리고 확진 검사가 비교적 많이 이루어지던 8월 중순과 최근 집단발병 사례에서 보면,
신종 플루 감염자들의 증상은 크게 두 부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증상이 생각보다 미미해서 정말 음성일 줄 알았는데 확진이 나와 본인도
"에게..이게 신종플루야?" 이런 반응을 보이다 그냥 낫는 사람들...
다른 한 부류는 갑자기 열이 치솟아서 하루 사이에 39도, 40도까지 올라가다가 사흘 정도 펄펄 끓다가
열 떨어지면서 나아지는 사람들...
아마 그 중간쯤 되는 사람들도 많았겠지요.
그러다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도 열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살짝 걸렸다 나아버린 건 아닐까...
특히나 환절기라 가끔 컨디션이 나빠지거나 괜히 열이 나는 것 같고 그런 기분이 들 때가 많으니까요.
물론 현재까지 실제로 재봤을 땐 모두 정상 체온이었습니다.
건강한 성인에게 인플루엔자를 의심할만한 증상이 나타났을때,
타미플루보다도 일반적으로 감기에 걸렸을 때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먹는
약들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만에 하나 신종인플루엔자가 맞다면 치료 자체에는 항바이러스제가 효과적이겠지만
증상을 앓는 과정에서는 증상을 조절해주는 약이 고통을 줄이는 데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요.
아침저녁으로 먹는 타미플루보다 급할 때 먹는 타이레놀 한 알이 열을 식히는 데
효과적일 수 있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