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교감입니다. 교감은 공감과는 차원이 다른 타인과의 감정나눔입니다. 공감은 닥친 상황에 따라 사람이 갖게되는 감정에 동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감은 꼭 가까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TV속 인물, 드라마 주인공, 특정 정치인의 반대세력에의 동조, 글로벌한 환경이슈 등등 다양하게 폭넓게 가질 수 있지만 교감은 그렇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온오프라인 모두) 접촉이 있어야하고 공유하는 시간과 장소가 겹쳐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교감이란 가족, 연인, 친구, 이웃 등 밀접한 관계에서 그 힘이 발휘되고, 막역한 지인들 중에서 교감이 잘 되는 상대와는 오래 친분을 유지하게 됩니다. 진정한 친분은 애정과 정감, 깊은 관심 등을 포함하는 말입니다.
교감이 어려운 관계는 해체가 빨리 됩니다. 교감이 어려운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마 가족관계 정도일겁니다. 서양의 국가들은 가족관계라도, 특히 부부관계, 교감이 어려우면 관계유지 자체를 중단하려고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은 교감이 안되어도 관계를 유지하려는 속성이 아주 강한 편입니다. 특히 부모와 자식관계에 관한한 우리는 도가 지나칠 정도이긴 합니다.
교감이란 감정 행동은 역시 뇌의 작동이며 특히 전두엽의 수많은 역할 중에 대표적인 멋진 기능입니다. 교감을 나눌만한 대상을 판단하고, 교감행위를 시도하며, 실제로 교감이 잘 되었을 때 느끼는 희열과 즐거움 등은 전두엽의 기능 중에서도 단연 최고입니다.
교감의 정도가 커지고 잘 통했을 때 그 교류 속에 안착되는 것이 '사랑'이고 '신뢰'입니다. 사랑은 하지만 신뢰가 따르지 않으면 파행으로 갈 수 밖에 없고, 신뢰는 있되 사랑이 포함되지 않으면 사무적이고 의무적인 관계만 남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하는 것은 교감의 뿌리는 신뢰와 사랑이라는 양면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적 수준이 전혀 맞지 않아도 교감이 가능한 것은 바로 그런 뿌리를 기본으로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물과의 진한 신뢰를 바탕으로 특별한 교감을 하는 감동실화나 스토리를 다룬 영화는 많은 이유가 교감이란 행위에는 다정함과 숭고한 감동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프리윌리'가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사실 '쥬라기공원'도 그렇고 '킹콩'도 그렇고 인간과의 교감부분은 영화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며, 아름다운 영화 '호스 위스퍼러 The Horse Wisperer'에서는 교감이란 것에 대한 극단을 그려냅니다.
저는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는데 있어 교감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태균이를 보면 인지 언어 학습면에서는 엄마가 해준 게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쉽게 여기지 않는 큰 이유는 태균이와 교감이 너무 잘 되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운다, 엄마가 웃는다, 엄마가 화나서 소리지른다, 엄마가 즐거워한다 등등의 감정에 자기 감정을 공유해 주고 자기도 비슷한 감정으로 대해주는 태도는 모자관계를 아주 돈독하게 만들어줍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태균이가 표정이나 제스츄어로 표현해주는 감정표현을 정확하게 파악하려 노력하고 가능하면 많은 감정변화를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공감은 감정이입에 대한 옳고 그른 흑백가치 판단기능 작동해야 되지만, 교감은 특정상대와의 순수 감정교류이기에 옳고 그른 판단도 필요없습니다. 그래서 교감은 더욱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면이 짙습니다.
알고보면 애착이론과 애착관계 확산이 바로 사회성의 발달을 말하게 되며 초기 사회성의 시작은 양육자와의 진한 교감입니다. 사회성이란 최초 양육자인 엄마와의 애착관계 형성을 바탕으로 가족과의 애착으로 확산되고 이어서 친척과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등으로 커지게 되어있습니다.
진정한 사회성의 발달에서 최초 양육자와의 안정된 교감이 평생에 걸쳐 다양하게 전개될 사회적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교감능력은 전전두엽의 다양한 영역을 골고루 자극하는 종합 두뇌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전두엽 성장에 어려움을 보이는 ASD, ADHD, 사이코패스 성향 등의 정신발달의 문제를 가진 경우 비록 특별한 두뇌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더 따뜻하면서도 엄격한 교감의 분위기를 상습화하고 염두에 두어야만 합니다.
자식이나 손자에게 폭력을 당하고 사는 엄마나 할머니를 다룬 다큐를 보면, 자식이나 손자들의 존속상해라는 잘못된 행위도 물론 나쁜 행위지만 애초부터 양육자들의 교감시간들이 생략된 비난과 사정조의 대화유도 방식이 많다는 것입니다. 교감에의 경험이 미천할수록 사람관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해져서 폭력적인 성향이 없다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성격으로 가고 말겠지만, 폭력적 성향까지 가지고 있다면 상대를 가리지 않게 됩니다.
대부분의 존속상해의 현장을 보면 나쁜 행동을 한 것은 자식이나 손자들인데, 피해자들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폭력을 감수하는 현장들입니다. 이런 태도는 나쁜 행동을 더욱 강화시키고 반복하게 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는데도 '자식의 잘못된 행동은 부모탓'이라는 잠재적 인식이 일을 더욱 키우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교감능력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면 이 점을 눈여겨보아야하며 교감에의 경험들이 쌓이도록 부모들이 더욱 신경을 써야합니다. 아이가 눈만 뜨면 학습이나 경쟁구도 속 과제만을 강조하고 그것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만 난무할수록 전두엽의 올바른 성장은 당연히 큰 지장을 받게 됩니다.
신뢰는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가 시키거나 권하는대로 했더니 늘 즐겁고 뭔가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 생기더라 라는 경험치에서 굳어지게 됩니다. 부모가 시키거나 권하는대로 했더니 스트레스는 더욱 커지고 재미있는 것은 별로 없더라 라는 쪽으로 계속 반복된 심리적 거부감이 들게되면 이런 부정적 누적은 반드시 터지게 되어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분위기는 더욱 극단적인 감각추구 행동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정 상대를 향한 부정적 감정이 쌓이게 되면 관계속성상 반항할 힘이 부족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 같지만 사춘기 가까와오면서 신체적 힘겨루기에 역전이 생기면 당연히 대상이 누구가 되었던 폭력대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폭력적 대응은 일부의 행동이라고 해도, 더 큰 문제는 교감이 되지않는 상대를 괴롭히는 방법을 동원하거나 대면 자체를 회피하는 몇 가지 문제행동을 개발한다는 것입니다. 물건던지기, 동생이나 약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대리폭력쓰기, 집나가버리기, 문걸어잠그기, 자해하기 등등 이런 행동들은 사실 교감에의 회피를 위한 생활 속 강화행동들입니다.
제가 완이를 돌볼 때도 이 녀석 간헐적으로 폭발하는 대성통곡 행동을 폭발적으로 합니다.
이런 행동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않았던 이유는 행동의 이면에 대세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전환하려는 교묘하고도 강화된 기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함께 지낼 때 가끔 이런 행동을 함으로써, 하지말아야 하는 행동임에도 자기가 원하는대로 하는 결과를 얻었기에 강화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저라도 그 강화의 악순환을 끊어야 했습니다.
전두엽 성장이 잘 되지 않기에 교감이 쉽지않고, 교감되는 관계형성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서로 부정적 포기단계로 가버리고, 어색한 교감의 기회를 회피하려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게 되고, 극단적 문제행동 속에서 신뢰와 사랑의 교감이란 만들어지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태균이와는 교감이 아주 잘되는데 왜 준이와는 이런 관계가 이토록 어려울까요? 많은 아이들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지켜보니 부모와의 교감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절대 관계 확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이코패스는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길러지는 것도 많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게 됩니다. 준이가 제게 왔던 때가 열살이니, 중요한 것은 연령이 아니라 이미 엄마 아빠 이름을 정확히 알고 가족과 타인을 정확히 구분하는 인지정도는 충분히 형성된 상태였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사실 늘 준이 양육이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 점입니다. 오로지 자기만 존재하고, 자기 필요한 것만 보이며, 자기의 반경에 누군가 손만 뻗어도 거부하고, 조금의 간섭에도 발끈하며, 잘못된 행동에의 지적이 있으면 몇 배의 반발 반응을 보이고... 그저 조용히 모셔야 되는 이 상황이 달가울리 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회피하면 왜 나를 사랑하지 않냐는 화난 감정을 더욱 크게 드러내는 것 같아, 준이같이 애초 양육자와의 교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첫번째 단계의 실패는 결국 연속적 교감관계 확대의 어려움으로 갑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진정한 교감의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전두엽은 크게 자극받게 되어있습니다. 내자식이기에 사랑한다는 것을 무기로 아이와의 교감보다는 가르쳐야하고 머리에 넣어주어야 하는 의도된 학습자극들만 제공함으로써 아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교감을 통한 오랫동안 구축된 신뢰와 사랑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행동수정 방법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교감 능력, 정말 넘 중용합니다. 새겨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