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705 (월)
- 문주란(文珠蘭) 이야기 - 식물이야기 (32)
“문주란”이라고 하니까 나이 드신 분들은 옛날의 여자 가수를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오늘 올리려는 “문주란”은 사람이 아니라 제가 참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허스키목소리의 가수 문주란은 저도 많이 좋아했었는데 “동숙의 노래”, “공항의 이별”,
“돌지 않는 풍차“, “그리움은 가슴마다” 등등의 노래들을 히트시켰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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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항상 저는 어떤 기대감에 들뜨는데요. 그것은 우리 집의 화분 중
서열 제1호이고 또 가장 나이가 많아서 왕고참인 “문주란”이 올해도 꽃을
피울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의 화단을 책임지고 가꾸어서 역시 식물을 좋아하시던
선친께서도 매우 좋아하셨는데 제가 결혼을 하자 제가 참 좋아했고 또 그 당시에는
그리 흔치도 않고 값도 꽤나 나갔던 “문주란” 화분을 선물로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집에 있는 그 문주란은 나이가 마흔을 넘겨서 우리아이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도 해마다 어김없이 예쁜 꽃을 피우고는
또 아름답고 고상한 향기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지지난주부터 꼭 달걀모양의 하얀 꽃봉오리를 내밀더니 이제는 활짝 피어서
옆에서 벌써 피어있던 푸른 보라색의 수국과 함께 멋진 광경을 보여주고 있고
또 집 문을 열자마자 상큼한 향기를 피워주어서 기분을 좋게 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번 서울 송파에서 살다가 남양주로 이사 올 때 꽤나 많던 화분의
대부분을 처분하고 왔었는데 다시 하나둘 늘어나더니 지금은 옛날만큼 많지는
않아도 매 계절마다 꽃을 피워주는 놈들이 여럿 있어서 항상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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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란”은 한자로는 “文珠蘭”이라 쓰고 영어로는 “Poison Bulb"라고 하는데
“Poison"은 ”독(毒)이 있다“이고 ”Bulb"는 “난(蘭)”이나 “양파”등이 가지고 있는
“구근(球根)”을 의미하니까 이 식물의 성격을 금방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문주란(文珠蘭)”은 또 “문주화(文珠花)”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꽃말은 “청순(淸純)”이라고 합니다.
이름에 “란(蘭)”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난초과(蘭草科)”가 아니고
“수선화과(水仙花科)”에 속하는 “늘 푸른 여러해살이풀”로서 “유독성”이며
자연 상태에서는 주로 바닷가 언덕 등에서 자랍니다.
* 문주란과 비슷하게 생긴 “여러해살이풀”들이 소속(?)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흔히
보는 난초와 비슷한 식물들은 “수선화과”, “백합과”, “난초과”, “붓꽃과” 등으로
구분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언젠가 올릴 기회가 있겠지요.
- 그런데 재미있게도 요즘 길가에 많이 심어져있는 “칸나”는 “생강과”랍니다.
문주란의 잎이 나오는 비늘줄기는 하얗고 길이가 60~70㎝, 지름이 7㎝ 정도까지
달하여 마치 나무와 비슷하게 튼튼하고 곧습니다.
잎은 길이 30~60㎝, 너비 4~9㎝ 정도이며 조금 두껍고 광택이 납니다.
어린 문주란은 잎과 줄기가 마치 옥수수의 모습과 매우 많이 닮았는데 그래서
처음 보는 분들은 “집에서 왜 옥수수를 키우세요?”하고 묻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집에서도 많이들 기르고 또 꽃집에도 대부분 갖추고 있어서
많이 흔해졌습니다.
7~8월에 피는 하얀 꽃은 처음에 통꽃으로 피다가 다시 갈라지는데 향기가 매우
좋습니다. 장미계통의 꽃이 화려한 향기를 뽐낸다고 한다면 문주란의 향기는
매우 고급스럽게 은은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꽃이 지면 둥근 열매를 맺어서 익는데 씨를 솜처럼 생긴 흰색 씨껍질이 둘러싸고
있어서 씨가 바닷물을 따라 멀리 옮겨갈 수 있어서 여러 곳에서 번식합니다.
연평균기온이 15℃가 넘는 곳에서만 자라는 문주란은 자생지가 있는 제주도에서는
요즘 노지(露地)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데, 요즘은 육지에서도 꽃과 잎을 보기
위하여 집안이나 온실 등에서 널리 심고 있습니다.
특히 반그늘지고 물이 잘 빠지며 바람이 잘 통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며
또한 물을 자주 주어야 합니다.
민간요법에서는 비늘줄기를 거담제(祛痰劑), 해열제(解熱劑), 기관지염(氣管支炎)
등에 약으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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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토끼섬 - 문주란 자생지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굴동포구에서 5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는
표류하는 듯 떠있는 작은 섬이 보입니다.
그 섬이 바로 “토끼섬”으로 한여름 하얀 문주란 꽃이 온 섬을 뒤덮을 때 그 모양이
마치 토끼 같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 그런데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1900년대 초에 ‘윤석후’라는 분이 이 섬에서 토끼를
방목하여 토끼가 매우 많아서 토끼섬이라 불렀다”라는 설도 있습니다.
“토끼섬”은 원래 바깥쪽에 있는 작은 섬이라는 뜻으로 “난들여”로 불렸습니다.
960여 평의 면적에 이르는 백사장과 10여 미터 높이의 현무암 동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간조(干潮)때에는 걸어갈 수 있고 만조(滿潮)때에는 백사장과 동산이
분리되고 또한 육지부와도 분리됩니다.
이 섬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문주란이 자생하고 있는데, 겨울에 말랐던
잎이 봄을 맞으면 파랗게 새잎이 돋아나고 7월말쯤부터 백설 같은 꽃을 연달아
피워 9월까지 온 섬을 하얗게 물들이며 그 은은한 향기 또한 그지없이 좋습니다.
그 옛날 멀리 아프리카 남단에서 파도를 타고 온 씨앗이 정착하여 뿌리를
내렸을 것이라는 “토끼섬 문주란”은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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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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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화과 식물들 ]
"문주란"과 같은 “수선화과”로 잘 알려진 식물에는 “수선화(水仙花)”, “아마릴리스”,
“군자란(君子蘭)”, “상사화(相思花)”, “석산(石蒜 = 꽃무릇)” 등이 있는데 사진만 올립니다.
- 수선화(水仙花) :
* 꽃말 = (우리가 흔히 보는 흰색이나 노란색의 수선화) - 자존심(自尊心), 신비(神秘),
(꽃이 나팔처럼 생긴 나팔수선화) -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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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릴리스 :
* 꽃말 = 침묵(沈黙), 겁쟁이, 허영심(虛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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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란 :
* 꽃말 = 고귀(高貴), 우아(優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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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사화(相思花) :
* 꽃말 = 이룰 수 없는 사랑
- 잘 아시다시피 봄에 잎이 났다가 다 진 다음에 꽃이 피어서 잎과 꽃이 서로
따로 나오니까 볼 수가 없어 그리워해서 “상사병(相思病)”이라도 들린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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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산(石蒜 = 꽃무릇) : “상사화”의 일종입니다.
* “산(蒜)”은 “마늘” 이라는 뜻인데 한약이름으로 쓸 때에는 “석산”이라고 부르는데
요즘은 “꽃무릇”이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 가을에, 전북 고창의 “선운사”, 전남 영광의 “불갑사” 부근에 많이 피어서 화제를
모으며 꽃을 보러, 또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들 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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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