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로켓 매스 히터에 관심이 많았었다.
하지만 현재 내게 필요한 건 단순하고, 작고, 효율 좋고, 이동 가능한 난로가 필요했는데
적정 에너지 사용에 적합하고 로켓 히터 원리를 이용한 가스통 난로 정보를 접하게 되어
뚫어지게 보고 또 보고.. 다양한 난로 제작 방법론에 머리가 좀 아프기도 했지만 이건 사실 즐거움. ^_^
문제는..
이 난로의 재료가 철이다.
벽돌이야 몰탈로 쌓으면 되지만.. 철이란 넘은 고열의 난로라는 특성 때문에 무조건 용접을 해야 한다. 산이 너무 크구나... (용접을 해 본 적이 없기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웃 동생 농기구 창고에 용접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덤벼 보기로 했다. (이런.. 아름다운 저돌성 같으니라구..)
바로 험난한 도전의 시작.
우선..
적정 에너지 난로이니 재료도 적정 자재를 써야 한다. (비싼 자재로 망치면 결국 뻘짓이고 쳐다보면 속 터지는 고철로 마당을 굴러 다니게 될테니..)
구입한 재료 목록
- 20kg 가스통 : 9,000원
- 165파이 4T~5T 철관 (흑관,백관) 1m 가 약간 안되는 흑관 2개, 백관 1개 : 22,000원
- 4T 철판 가스통 외경보다 큰 것 : 7,000원
(참고로 20kg 가스통 외경은 320mm / 가스통 사이즈 링크 : http://blog.daum.net/jsborami/13414780)
- 그라인드 3M 절단석 x 3 : 9,000원
- 용접봉 : 이웃 동생이 제공.
2주 간 짬짬히 들른 고물상에서 자재를 준비하고 다짜고짜 연구소로 돌진이다.
이웃 동생과 작업에 돌입.
1일차.
빈 가스통의 밸브를 열자니 도통 풀리지를 않는다.
때마침 파이프 렌치도 없어 주고.. 풀 수 있는 도구를 찾다가.. 순서를 좀 바꾼다.
그라인더로 밸브 주변 철물을 제거하고 밸브를 망치로 때려 풀었다.
다른 난로 포스팅을 따라 잔존 가스를 제거하기 위해 밸브 구멍에 호스로 물을 가득 채우고 다음 날을 기약.
(겨울이라 물이 가스통 속에서 얼어 버리면 난감하기에 일정 시간 후 물을 빼고 거꾸로 세워 뒀다.)
흠... 첫 날 공정이 너무 빈약해..
처녀 용접 연습을 해보기로 한다.
못 쓰는 철물과 철근을 붙이는 연습.. "부와왁~!!" 거리길 몇 회. (어우 깜놀~)
다짜고짜 165파이 백관 내부에 철근 붙이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붙었다. ㅎㅎㅎㅎㅎㅎㅎ
이웃 동생 망치로 컨펌 들어가 주는데... "톡톡!"...... 철근이란 녀석.... 미련없이 파이프와 결별한다.
머릿속에서 신속히 지시를 내리는데.. 다른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 보기로 하고 오늘 작업 끝!
2일차.
이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해야 할 때다.
비록 깔끔하고 그럴듯한 숙련공의 작업은 못 될 테지만 뻘짓의 흔적이나마 공유하고자 사진을 찍는다.
설계도는 링크를 참조 : http://blog.naver.com/mickeyh21/10181788171
먼저 가스통 양쪽에 나무 투입구와 연소구 구멍을 그려 준다.
들어갈 철관을 가스통에 올리고 세로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를 맞춰 철관 둘레를 따라 가스통에 절단선을 그려 준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배연구 (연기가 나갈 자리)
마찬가지로 나무 투입구 절단선도 그려 준다.
실제는 살짝 바깥쪽으로 기울게 그렸는데 이유는 나무 투입 시 직각 투입구 보다는 약간 기울에 하면 투입이 좀 편할까 싶었기에...
요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가스통의 곡선을 따라 입체적으로 그리지 않고 대충 그려서 문제가 된다.)
이제 절단 시작.
원형 절단 시 그라인더로 원형을 따라 자르면 안된다.
흠.. 필자는.. 몰라서.. 첫 번째 구멍을 라운드 그리며 절단했지만.. 절대!! 네버!!
절단은 무조건 일자(-)로 조금씩 나눠서 팔각정 지붕선을 긋듯이 잘라야 한다.
오늘 사진 모델이 고생이 많다.
구멍 따고~
이제 가스통을 두 동강 낼 차례다.
아래 사진 보이는 가스통 오른편(밑 받침 빼고~)에서 200mm 위치에 절단선을 그어 준다.
이렇게!
불꽃놀이 시작!
덜~렁! 하고 분리된 가스통.
잘못된 그라인더질 덕분에 손이 벌써 저려오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자를 게 너무 많다.
쉽게 구할 수 없었던 4T 철판을 대신하는 녹슨 5T 철판.
이것으로 내부 열기지연판을 만들기 위해 자른 가스통을 철판 위에 엎어 철판 끝 부분과 가스통 내경사이 거리를 잰다.
설계도 간격은 50mm. 여기서는 58mm로 계산한다. (지연판 필요 공간 50mm + 가스통 두께 8mm)
두께를 계산하지 않는 이 아름다운 브레인. (몸은 아무 말 없다. 다만 힘들 뿐..)
자리 잡혔으면 가스통 둘레를 따라 절단선을 그려준다.
주의! 사진에는 가스통 바깥 쪽에 그리는데.. 이러면 어림짐작 절단을 해야한다.
도전하는 여러분은 꼭 가스통 속에 펜을 넣고 내경을 그려 두께를 고려하시길... T..T
열기지연판의 모양.
그리고 절단!
절....단.. .절.........단.......절.......................단.....................................절....................................................................단.....
절단석으로 5T 철판.... 말리고 싶다. (왠만하면 산소 용접기 있는 곳에 가서 잘라 오길 강력 추천!)
15분 자른 결과다. (초보의 시간은 더디다...)
슬슬 손에 힘도 빠지고..
해가 기울어 어둠이 찾아 올 때 쯤.. 드디어 컷팅 종료.
허나... 가스통 두께를 감안하지 않는 중생.
철판 예술 돌려 깎기 작품 작업을 30분여 더 하고서야 가스통에 입장할 수 있게 됐다. 후아....
열기지연판아...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긴 아니?
※ 안전을 위해 꼭 권하고 싶습니다.
- 컷팅(그라인드) 시 보호 안경과 분진 마스크는 꼭 착용하세요.
버프를 써도 엄청난 양의 분진을 마시게 됩니다. 코 풀면 시커멓게 나오더군요.
- 용접 시 용접면 꼭 착용. 잘 안보인다고 맨 눈으로 하시면 시력에 안 좋습니다.
용접용 장갑도 꼭 착용하세요. 가끔 튀는 큰 불똥에 화상을 입더군요.
사실 이 작업은 리허설에 불과.
이제 본 게임으로 들어 갈 시간.
용접.
이전에 실패했던 철관 내부 철근 용접.
용접 동영상의 축복인가? 한 방에 짱짱하게 붙어 버린 녀석들. ㅎㅎㅎㅎ ^^
(참고로 연소관이 가스통 내부 바닥에서 70mm 떨어지도록 철근을 붙였다.)
자신감을 얻어 열기지연판을 용접.
너무 잘 붙는 철판과 가스통. ^^
순식간에 용접을 마치고 테스트를 위해 가접을 해버려 자랑하고 싶은 내부 용접 사진은 생략됐다. (아쉽네....)
이제 불 피우기 데모를 우해 연소관을 끼우려니.. 절단된 구멍이 작다.
이웃 동생의 아버지신 키다리 아저씨까지 서포트를 해 주신다.
신문지로 연기의 흐름을 테스트 해보시는데.. 연통이 없으니 분노의 역류 상영된다.
임시로 종이관을 연소구에 꽂으니 그제서야 바른 난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3일차.
테스트 할 시간이 없다.
우선 시골 철물점에서 파는 주름관 2m를 대충 연소구에 구겨 끼우고 불을 붙여 가스통 페인트를 태우려는데.. 잘 안 탄다.
페인트 태우려고 적정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쉽고 빠르게 가스 토치로 해결하기로 하고..
가접(모재 일부분만 용접해 붙여 놓는 것) 해 놨던 가스통 몸통 이음새를 꼼꼼하게 용접했고
연소관을 조금 잘라 연료 투입구에 올려 붙이려는데..
요리조리 돌려보고 갈고 끼우고 갈고 때리고 갈고... 구멍은 갈수록 커지고..
그러다 번뜩!
너무 벌어져 용접이 불가능한 이음새를 석고 붕대로 감아서 마무리 하는 쉬운 방법을 택하기로 하고 가접.
오늘은 여기까지..
아직도 남은 작업이 많다.
다리 달고.. 바튀 달고.. 샌딩질 하고...
내열 도색 하고.. 연통 달고.. 거실문(연통) 메꿈..
마지막으로..
나무 하기.
드는 생각.
그냥 돈 주고 사는 것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과 불편함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난로 생각... ㅎㅎㅎ ^_^
4일차. (테스트)
애먼 곳에서 당한 손 부상으로 차일피일 미루던 가스통 난로.
주문한 스파이럴 덕트관이 도착.
테스트라도 해 볼 생각에 한 손으로 낑낑거리며 옮겨다 불을 붙였다.
비온 뒤, 주변에 마른 가지가 없어 초기 착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롱다리 가스 토치가 있어 쉽게 성공~!
너무 지저분한 자태.
토치로 가스통 페인트 태우기 시도했지만 역부족. 그라인더로 사포질 하는 게 더 수월하겠다.
겉만 젖고 속은 잘 마른 나무 덕분에 활활 타면서 열기지연판을 넘는 불길.
투입구와 가스통 밸브 꼭지를 다 열어두니 로켓트 소리를 내면서 타 들어 간다.
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_^
2m짜리 스파이럴 덕트관(150파이)을 꽂아 테스트 중..
이 상태에선 4m 정도 연장하면 쑥쑥 빨려 올라갈 것인데.. 실내 거실문을 거쳐야 기에 직행으로 연통이 올라갈 수 없다.
실내에서 3m 이상 옆으로 빼서 5m~6m 정도 올려야 제 역할을 할 것 같다.
참고로.. 수평 연통은 짧을 수록 좋고, 수직은 길 수록 좋다. (수평 연통은 바깥쪽을 약간 낮게 잡아 목초액이 바깥으로 흐르도록 한다)
현재는 가접 상태.
기밀 용접을 하고 이쁜 다리도 달아 주고 내열 페인트 도색하면 좀 봐줄만 하겠지..
담배를 갖다 대면 연기가 빨려 들어가는 걸 보니 아직 기밀 상태가 아님에도 성능은 나쁘지 않구나..
버뜨.. 내부 구조가 단순한 덕인지 연통으로 나가는 열이 좀 있다. (열 교환 고민이 필요한 부분)
당연한 얘기지만 젖은 나무만 들어가면 무조건 연기가 부왁~! ㅎㅎ
그 외에는 연기가 거의 없다.
나무를 땔 때, 꼭 알아둬야 할 것.
- 가능하면 잣나무, 소나무, 젖은 나무는 쓰지 않는다. (장작을 재워 오랜 시간 건조 시키는 건 필수)
- 마른나무 구별법: 끝 부분이 갈라져 있거나 장작끼리 부딪혔을 때 탕탕 맑은 소리가 나면 잘 마른 나무다.
- 착화 시 연소로와 연통을 충분히 데워주면 상승기류가 발생해 역류를 막을 수 있다.
- 한 달에 한번 정도 꼭 연통 청소를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