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방랑시인 김삿갓'으로 불리는 蘭皐 金炳淵(1807~1863),누구인가?
그는 조선조 후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勢道大家 安東金氏 문중에서 태어났다.
TV사극 '명성황후'에 등장했던 金炳冀, 金炳學, 金炳國 등과 같은 炳자 항렬이요, 그의 아버지 金安根은 荷屋大監으로 불리는 金佐根을 비롯하여 金汶根. 金洙根과 같은 항렬이며, 할아버지 金益淳은 純祖임금의 장인으로서 안동김씨 세도를 창시했던 金祖淳과 같은 항렬이었다.
그토록 60년 세도가문의 한 허리에 태어나서 탄탄대로가 보장되었을 그가 세상을 등지고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조국산하를 누비면서 숫한 逸話와 名詩를 남기고 57세를 일기로 비운의 일생을 마친 연유는 그의 할아버지 '金益淳-正法'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병연이 겨우 다섯 살이던 純祖 11년(1811)에 평안도에서는 '關西푸대접'을 이유로 한 '洪景來의 亂'이 일어났다
"홍경래"가 지방 차별과 조정의 부페에 항거 하여 일으킨 "농민항쟁" 이었다
귀족 자제만을 爲한 과거를 포기한 "홍경래" 세상을 "向'해 붓대신 칼을 들었다.
홍경래는 책을 읽다가 왕후장상이 어찌 종자가 따로 있겠는가? 장부가 죽지 않으면 큰일를 이루고 죽으면 큰이름을 남긴다.다는 대목에서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
달이 뭇별을 거느리고 하늘에 진을 치니 바람은 나뭇잎을 몰고 가을 산에서 싸우도다 "평양 鄕詩를 통과한 홍경래"가 한양 으로 올라가서 과거 시험에 응시 한다 과거시험은 " 홍 경 래 "같은 지방 출신이 통과 할수 있는 "등용문 " 이 아니 였다.
세도가 자제들은 課場(과장)에 가지 않아도 급제 하지만 시골 선비는 한갓 노자와 다리 힘만 헛되이 할뿐 이라고 탄식하며 이들이 낸 답안지는 휴지로 사용할뿐이란 현실를 전하고 있다.
과거는 세도가 자제들의 관직 진출을 위한 통과 의례에 지나지 않았다. 서북출신이던 "홀경례"의 경우 ,평안도 사람들을 조선 초기에 "유민"(다른지방에서 흘러온 떠돌이)이라 하여 위험하게 여겨 관직에 쓰지 않았고 나중에는 賤(천)하게 여겨 쓰지 않았다.
홍경래는 금광을 한다는 명목으로 장정들을 끌어 모아 군사 훈련을 시켰다 장정들에게 땅을 파게 하여 기운을 평가 하고 새끼 줄을 쳐놓아 높이 뛰게 하여 날램을 평가했다.홍경래의 군사가 여덟 고을에서 봉기를 일으켰다
平西大元帥라고 자칭한 홍경래는 노도와 같이 일어난 민중을 조직적으로 지휘하여 擧事한지 6일 만에 청천강 이북의 嘉山, 博川, 郭山, 定州, 宣川, 泰川, 鐵山, 龍川 등 8읍을 점령하였으니 그 와중에 저항다운 저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밀려난 고을이 비단 선천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嘉山郡守 鄭蓍 같이 반도에게 포위되어 항복을 강요하는 적으로부터 양팔이 잘이면서도 인둥이(守令을 상징하는 인장)을 입으로 물고 항복을 거부하다가 끝내 목숨을 버리고 節義를 지킨 충신도 있었지만 그 외엔 다른 고을의 수령들도 거의가 선천부사와 다를 바 없었으니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항복한 것만으로 중형에 처해질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김익순이 壯金勢力의 비호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斬刑에 처해지고 만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다. 그는 저항 없이 적에게 항복하여 순순히 복종하고 협력하다가 전세가 역전되자 叛徒가 흩어지는 틈을 타서 적진을 벗어난 후에 농민이 벤 홍경래의 참모 金昌始의 목을 돈 천 양을 주기로 하고 사서 자기의 전공으로 위장하고서도 약속한 목 값을 주지 않음으로서 파렴치한 그의 죄상이 낱낱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김익순은 大逆罪人이 되어 斬首되고 家産은 籍沒되었으며 가족은 겨우 연좌형을 면하여 목숨은 부지하였으나 대역죄인의 아들이 된 아버지마저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나니 병연은 홀어머니에 이끌리어 황해도 谷山을 비롯한 여러 곳을 유랑하다가 깊은 산골 寧越에 찾아 들어 정착했었나 본다.
김삿갓 생가
그의 어머니 함평이씨는 첩첩산중, 노루꼬리만큼 해가 든다고 하여 노루목이라고 했다는 이 곳에 숨어 살면서 어린 아들에게 가문의 내력을 일체 숨긴 채 그저 글만 가르쳤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던 병연은 열 살을 전후해서는 이미 四書三經을 통독하였을 뿐 아니라 고금의 詩書를 두루 섭렵하면서 특출한 詩才를 표출하여 주위를 놀라게 하곤 했다고 한다.
더욱이 영월은 端宗의 莊陵이 있는 곳으로서 端宗哀史가 담긴 비통한 유적들이 도처에 자리하고 있으며 영월읍을 둘러싼 산봉우리들의 이름마저도 成三問峯이니 朴彭年峯이니 하고 지어 부르는 忠節의 고장에서 經書를 배우고 史書를 익히면서 그는 불의를 미워하고 節義를 흠모하는 대쪽 같은 선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
http://cafe.daum.net/dowonlis 度沅 ,Kenny ,도원
영월 향시에서 壯元及第하다
金炳淵이 白日場에 나가 응시한 것은 그의 나이 스무 살 나던 해 늦은 봄의 어느 날이었다.
백일장이란 草野의 無名儒生들에게 학업을 권장하기 위하여 각 고을 단위로 글 짖기 대회를 여는 일종의 地方科擧와 같은 것이었다.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에 영월 백일장에 나온 병연은 詩題를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于天" 열다섯 자는 氣槪 있는 선비라면 한번 筆鋒을 휘둘러 볼만한 論題였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이 나라에 벌어졌던 대역사건, 그 중의 대조적인 두 인물,
鄭嘉山의 충성스러운 죽음을 논하고 金益淳의 하늘에 이르는 죄를 탄핵하라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의 사적을 너무도 잘 아는 김병연은 붓을 들어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다.
曰爾世臣金益淳 (왈이세신김익순)
鄭公不過卿大夫 (정공불과경대부)
將軍桃李壟西落 (장군도리농서락)
烈士功名圖末高 (열사공명도말고)
대대로 신하라고 일컬어 오던 너 김익순아
정공은 문관이면서도 충성을 다하지 않았더냐.
너는 오랑캐에게 항복한 한나라의 李陵 같은 놈이요
열사 정시의 공은 죽은 뒤에 더 높았다.
* 世臣 ; 대대로 한왕조를 섬겨온 신하 鄭公 ; 홍경래난때 가산군수인 鄭蓍(정시)를 말함
역적 김익순을 탄핵하는 김병연의 붓끝은 추상같았다.
선천방어사 김익순이란 자를 진작부터 미워하여 왔기에 충신 鄭蓍와 비교하여가면서 그의 죄상을 여지없이 질타하고 생각을 가다듬어 다시 붓을 달린다.
詩人到此亦慷慨 (시인도차역강계)
撫劍悲歌秋水涘 (무검비가추수계)
宣川自古大將邑 (선천자고대장읍)
比諸嘉山先守義 (비저가산선수의)
시인은 이런 일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기에
칼을 어루만지며 물가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노라
선천은 자고로 대장이 지켜 오는 큰 고을
가산보다도 먼저 의를 지켜야 할 곳이 아니더냐.
* 撫劍 ; 칼 자르를 쥐고 칼을 빼려함
淸朝共作一王臣(청조공작일왕신)
死地寧爲二心子(사지영위이심자)
昇平日月歲辛未(승평일월세신미)
風雨西關何變有(풍우서관하변유)
너와 정공은 모두 한 임금의 신하인데
죽는 마당에는 어찌 두 마음을 품었던가.
태평성대나 다름없던 신미년 그 해에
관서에서 풍운이 일었으니 그 무슨 변괴이더냐.
* 昇平日月 ; 세상이 태평하다
尊周孰非魯仲連(존주숙비노중연)
輸漢人多諸葛亮(수한인다재갈량)
同朝舊臣鄭忠臣(동조구신정충신)
抵掌風塵立節死(저장풍진입절사)
주나라를 높인 충신이 노중련 하나가 아니요
한나라를 돕기 위해서 제갈량 같은 이가 많았듯이
우리나라에도 만고의 충신 정가산이 나와
맨손으로 풍진을 막다가 절개 세우고 죽지 않았더냐.
* 魯仲連 ; 중국 주나라의 충신 諸葛亮 ; 중국 蜀漢의 승상 자 공명 風塵 ; 세상의 兵亂
嘉陵老吏揭名旌(가릉노리양명정)
生色秋天白日下(생색추천백일하)
魂歸南畝伴岳飛(혼귀남무반악비)
埋骨西山傍伯夷(매골서산방백이
가산에 묻힌 늙은 관리의 명성은 갈수록 드높고
그 이름은 가을 하늘의 태양처럼 빛날 것이니
혼백은 남묘에 돌아가 악비와 벗할 것이요
뼈는 서산에 묻혀 백이숙제와 이웃하리로다.
* 岳飛 ; 중국 송나라의 장군
伯夷 ; 伯夷叔齊 . 상나라 孤竹君의 두 아들. 아버지가 죽을때 아우인 숙제에게 대를 잇게하려 하였으나 숙제는 형인 백이에게 대를 이어야 한다며 듣지 않았다.또한 형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 한다 하면서 도망갔다고 함. 형제 우애의 상징 인물
김병연은 鄭蓍의 장렬한 전사광경을 경건한 마음으로 찬양했다.
그러나 충절을 찬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익순 같은 비겁하고 용렬하면서도 교활하기 그지없는 역적을 철저히 규탄하는 것이 더욱 긴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西來消息慨然多(서래소식개연다)
問是誰家食祿客(문시수가식록객)
家聲壯洞甲族金(가성장동갑족김)
名字長安行列淳(명자장안항열순)
서쪽에서 들려오는 소식 서글프기 그지없기에
국록 먹은 불충한 신하 뉘 집 사람인가 물었더니
문벌은 명성이 드높은 장동김씨요,
항렬은 장안에서 소문난 순자 돌림이라네.
* 慨然 ; 분개하여 한탄하는 모양 甲族 : 문벌이 높은 집안
家門如許聖恩重(가문여허성은중)
百萬兵前義不下(백만병전의불하)
淸川江水洗兵波(청천강수세병파)
鐵甕山樹掛弓枝(철옹산수괘궁지)
가문도 훌륭하고 성은도 두터웠으니
백만대적 앞에서도 의를 굽히지 말았어야 할 것을
청천강 물에 고이 씻긴 병마는 어디다 두고
철옹산에 간직했던 궁시는 어떻게 했단 말이냐.
吾王庭下進退膝(오왕정하진퇴슬)
背向西域凶賊股(배향서역흉적고)
魂飛莫向九泉去(혼비막향구천거)
地下猶存先大王(지하유존선대왕)
임금 앞에 꿇어 드나들던 그 무릎으로
서북 흉적에게 꿇고 항복했으니
너는 죽어 황천에도 가지 말거라
저승에는 선대왕이 계실 것 아니냐.
* 九泉 : 황천과 같은말
忘君是日又忘親(망군시일우망친)
一死猶輕萬死宜(일사유경만사의)
春秋筆法爾知否(춘추필법이지부)
此事流傳東國史(차사유전동국사)
너는 임금도 배반하고 조상도 배반한 놈
한 번 죽어서는 오히려 가볍고 만 번 죽어 마땅하다.
춘추의 필법을 너는 아느냐 모르느냐
부끄러운 이 사실은 우리 역사에 길이 전하리라.
* 春秋筆法 : (공자의 역사 비판이 나타나있는 춘추 와같이) 대의명분을 밝혀세우는 史筆의 논법
실로 통렬하고 신랄한 규탄이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뭉쳐 있던 울분을 한꺼번에 토해낸 통쾌함과 이제까지 익히기만 했지 한 번도 써보지 못한 글재주를 마음껏 발휘해 본 뿌듯함이 온 몸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동헌마당에는 급제자의 방문이 나붙었고 그 첫머리에 '壯元及第 金炳淵'" 글이 크게 두드러져 보였다.
김 병연은 기뻤다.
백일장의 장원급제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기뻐하실 모습을 떠올리면서 효도를 하게 된 것을 기뻐했다.
통곡하는 어머니 / 煩悶하는 詩人
영월 백일장에서 장원급제한 金炳淵은 주변의 칭송과 축하를 듣는둥 마는둥 집으로 향했다.
장원급제라는 그 일 자체보다도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아들이 장원급제한 것을 아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우리들 삼형제(형 炳夏 아우 炳湖)를 홀로 길러 내시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신 어머니시던가.
3년이 멀다 하게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시며 밥을 굶어가면서도 자식들만은 잘 가르치려고 매질해가며 글공부를 독려하시던 어머니 함평 이씨 이시다.
걸음을 재촉하여 집에 돌아오니 예상했던 대로 어머니와 아내 황씨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병연은 두손 모아 어머니 앞에 공손히 큰 절을 올렸고 재빠르게 눈치를 알아챈 어머니와 아내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들의 글재주를 아는 어머니는 급제쯤이야 할 줄로 알았지만 장원을 했다는 말을 듣고는
"너의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기뻐하셨겠느냐" 하고 눈물까지 글썽이는 것이 아닌가.
"네가 내 바라던 대로 백일장에서 장원급제를 했으니 이제부터는 서울에 올라가 과거 볼 준비를 하여라. 네 실력이면 어렵지 않게 과거에 급제할 수 있을 것이다.
벼슬길에 나아가 반듯이 가문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말씀 속에는 그 어떤 숨은 뜻이 있는듯하니 만약 우리 가문에서 지난날에 누군가가 高官大爵을 지내다가 몰락한 일이 있다면 그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후손된 자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이 기회에 가문의 내력을 바로 알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짐짓 말머리를 돌려 오늘의 백일장 試題와 장원한 아들의 글을 듣고 싶어 했고, 병연도 기뻐하는 어머니와 아내 앞에서 신바람 나게 휘둘렀던 詩句를 떠올리면서 어깨를 으쓱하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부터 15,6년 전에 <洪景來 亂>이라고 하는 반란사건이 있었던 것을 어머님은 기억하십니까?" 홍경래라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놀라 가슴이 덜컹했지만 애써 태연한체하면서 다음 말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이를 깨닫지 못한 병연은 예사롭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 홍경래 난 때 끝까지 충절을 지켰던 가산군수 鄭蓍를 칭송하고 싸워 보지도 않고 항복한 후에도 비겁한 짓을 꾀하였던 선천부사 金益淳을 탄핵하라는 시제가 주어졌는데 그 일에 대해서는 제가 익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평소 마음속으로 是是非非를 분명히 했던 소신대로 一筆揮之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는 어머니는 눈앞이 캄캄해 왔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이냐. 그럴 줄 알았더라면 장성한 아들에게 진작 집안내력의 귀띔이라도 해 주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하랴. 아니 그 치욕스런 과거를 어떻게 입에 올릴 수 있었으랴.
그런 줄도 모르고 신명나게 낭송해 가는 아들의 詩를 듣고 있던 어머니는 "너는 죽어 황천에도 못 갈 놈, 거기에는 선대왕이 계시지 안느냐.(魂飛莫向九泉去 地下猶存先大王)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는 참지 못하고 아들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풀썩 엎드린 채 목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들도 며느리도 모두 영문을 몰라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얼마 동안을 흐느껴 울고 일어난 어머니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와 내가 함께 조상님께 큰 죄를 지었구나." 그리고는 아직도 영문을 몰라 하는 아들에게 벽장 속에 숨겨 두었던 집의 系譜와 史蹟을 적은 일종의 家族史라 할 家乘이었다. 거기에는 수십 대를 내려오는 조상들의 빛나는 계보가 기록되어 있었고, 끝판에 와서는 金益淳-金安根-金炳淵으로 이어져 김익순과 자기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
"아이구 이럴 수가" 병연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통곡했다. 역적의 후손이라니, 울어도 울어도 설움은 자꾸만 복받쳐 올랐다. 역적이든 충신이든 그 어른이 나의 조부님이신 것만은 틀림없거늘 그토록 처절하게 매도하다니 장차 어찌 얼굴을 들고 세상을 본단 말인가.
煩悶하는 詩人
백일장에서 자기가 그토록 추상 같이 매도했던 대역죄인 金益淳이 바로 자기 할아버지였음을 확인한 金炳淵은 한 순간에 천길 나락으로 떨어진 운명의 비통함과 조상에게 지은 돌이킬 수 없는 罪責感,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없는 自愧感으로 하여 자기는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라고 자처했다.
몇 번이고 죽기로 결심했지만 늙은 어머니의 만류를 거역하지 못한 그는 어디 가서 술이라도 퍼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일전의 백일장 길에 만났던 주막의 凡常치 않은 주인 영감을 머리에 떠 올렸다. 짧은 만남 속에 몇 마디 나눈 대화였지만 그는 분명 예사 노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전일보다 한결 반갑게 맞아 주는 주막집 노인은 찾아온 젊은이가 일전에 백일장에서 장원급제한 김병연이라는 시골 선비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邊應洙라는 자기 본명을 굳이 숨기고 醉翁이라고만 한다는 이 노인은 科擧를 열 번이나 보아서 모두 낙방하고 세상을 떠돌다가 우연히 젊은 주모를 만나 이곳에 숨어 산다고 했다.
그는 醉翁이라는 자기 별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태백의 시 한 수로서 설명을 대신했다.
醉後先天地
兀然就孤枕
不知有吾身
此樂爲最甚
술 취하면 세상만사를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외로운 꿈에 잠기네.
내 몸이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니
세상에 이런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병연과 술자리를 마주한 취옹은 병연의 백일장 詩를 줄줄 외우면서 참으로 놀랄 만큼 才氣 넘치는 名詩라고 칭찬해 대면서도 그 내용은 별로 찬성할 바가 못 된다고 했다.
어떤 점이 그토록 못 마땅하였느냐고 따져 묻는 병연에게 그는 이런 말을 들려준다.
"老子 道德經에 樂殺人者 不可以得志於天下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는 자는 그 뜻을 천하에 펼 수 없다."
고 했는데 그대는 산 사람도 아닌 죽은 사람을 다시 한 번, 그것도 무참히 난도질을 해 놓았으니 그것을 어찌 지각 있는 사람이 찬성할 일 이겠느냐."고 했다.
그는 "만약에 金益淳에게 후손이 있어 그대 글을 보았다면 그대를 얼마나 원망하겠느냐." 고도 했다.
이 말에 깜짝 놀란 병연은 이 노인이 자기와 조부와의 관계를 훤히 알면서 비웃는 것 같아서 화가 치밀어 거세게 항변했지만 무심중에 자기 비밀만 스스로 폭로한 꼴이 되고 말았다.
70평생을 산 사람으로서 그저 원칙론을 폈을 뿐인 취옹은 병연의 처지를 알고 보니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覆水不返盆이라고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 하겠는가. 그는 슬쩍 隱喩的인 표현과 익살로 그를 위로한다.
죽고 싶다는 병연에게 "어머니가 계신데 그 앞에서 죽는 것은 또 하나의 죄를 짓는 것이라" 하고,
죽지도 못하면 어떡하느냐는 물음에는 "自作之孼不可活이라는 말과 같이 스스로 저지른 재앙은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니 그 괴로움을 참고 견디는 것이 스스로 지은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仰不愧於天이라고 했는데 하늘을 어떻게 우러러보며 사느냐고 하니 그는 허허 웃으면서
"상제처럼 삿갓을 쓰면 되지." 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삶이라도 이야기 하는 듯, 모든 욕망을 초월한 棄世人이 되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고 했다.
"醉翁之意不在酒 在乎山水之間也"
"취옹의 뜻은 술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산수간을 마음대로 떠도는데 있다. 고 슬쩍 자기의 속내를 내비친 그는 술 한 잔을 다시 들이킨 후에 "모든 욕망을 깨끗이 버리고 한세상을 산천경개와 더불어 되는 대로 살아가는 것도 매우 운치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고.
삿갓을 눌러 쓰고 죽(竹)시를 읊는다
삿갓을 눌러 쓰고
醉翁과 醉談?
"하늘을 보기가 부끄럽거든 상제처럼 삿갓을 눌러 쓰고 '棄世人'이 되어 산천경개를 즐기면서 되는 대로 한 세상 보내는 것도 운치 있는 일일 것이라." 고 하던 말만이 세차게 머리를 때린다.
병연은 큼직한 삿갓부터 하나 샀다. 비도 안 오는 날에 삿갓을 쓰고 보니 지팡이라도 하나 짚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는 다시 주막에 들러 취옹과 석별의 정을 나눈다.
병연을 맞은 취옹은 술상을 마주하고 빙그레 웃으면서 "자네 참말로 삿갓을 썼네 그려. 그래 어떤 결심이라도 했는가?" 하고 묻는다. 병연은 묵묵히 술만 마시다가 紙筆墨을 청하여 대답대신 詩 한 수를 적어 내려간다.
此竹彼竹化去竹(차죽피죽화거죽)
風打之竹浪打竹(풍타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반반죽죽생차죽)
是是非非付彼竹(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빈객접대가세죽)
市井賣買歲月竹(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만사불여오심죽)
然然然世過然竹(연연연세과연죽)
영월 김삿갓 유적지에 있는 죽(竹)시 비
취옹노인은 머리를 갸웃 거리면서 "나는 암만해도 알 길이 없네그려.
형식으로 보아서는 七言律詩 같네마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하고 묻는다. 허허 웃으면서 병연은 대답한다.
선생께서 날보고 되는 대로 살라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詩도 되는대로 쓰는 거지요. 대죽(竹)자 아닙니까? 그러니 竹자를 <대로>라는 뜻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 대로(竹) 저 대로(竹) 되어 가는 대로(竹)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다면 옳거니 그르면 그르려니 저대로 두세.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장터에서 사고팔기는 시세 돌아가는 대로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안 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 대로 지내세.
풀이를 다한 병연은 "어떻습니까? 이것이 선생께서 저에게 가르치신 것 아닙니까?" 하고 짐짓 너스레를 떤다.
취옹은 "격에는 맞지 않아도 名詩임에는 틀림없는 破格詩라"고 칭찬한 후에 숙연한 자세로 돌아와 조용히 술잔을 건넨다.
"자네 시를 들으니 이제 작별하면 언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겠나."
하늘가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던 취옹 은 문득 시 한 수를 읊는다.
君去春山誰共遊 (군거춘산수공유) 그대 가면 이 봄 동산을 뉘와 함께 노닐고
鳥啼花落水空流 (조제화락수공유) 새 울고 꽃 덜어졌는데 물만 부질없이 흐르네.
如今送別臨淨水 (여금송별임정수) 이제 그대를 배웅하며 물가에 섰으니
他日相思來水頭 (타일상사래수두) 뒷날 내 생각나거든 냇가에 와 보게.
송별시를 듣고 난 병연은 눈시울이 뜨거워져 취옹노인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선생님 부디 오래오래 사십시오." 그저 그 말뿐,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 강이 흘러가듯이
김병연은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아내에게 세상 바람이나 쇠고 돌아오겠노라고 하직인사를 하니
그의 어머니는 장농속 깊숙히 넣어 두었던 보따리를 꺼내어 주면서 하는 말이다.
"이제는 안동김씨가 아닌 광주김씨 17대손 이다. 네 이름은 金炳淵(김병연)이 아닌 金蘭(김란)이다.
자는 而鳴(이명)이고 호는 芷裳(지상)이다. 아버지는 金宇均(김우균) 할아버지는 金容炫(김용현)
증조할아버지 金異模(김이모). 외할아버지 李一雨(이일우)이시다.
이 가짜 四祖單子(사조단자)를 만들기 위해서 관아의 호방네 집에서 찬모와 침모노릇을 10년을 하여 얻은것이다.
그러니 이 가짜 호구단자로 꼭 과거에 급제하여 폐족된 가문을 바로세워야한다 "
고 당부한다. 그리고 세로 지은 도포와 패물 몇가지를 주면서 긴요할때 노자에 보태라고 하신다,
과거볼 생각은 없지만 어머니 의 간곡한 부탁을 거역 못 하고 강 따라 한양으로 길을 떠난다
가슴 속에 쌓였던 世塵을 깨끗이 떨쳐 버리고 고요한 산 속을 걸으니 마음이 그렇게도 상쾌할 수가 없었다.
無我의 세계는 바로 나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왜 이제까지 헛된 굴레와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번뇌만 거듭하여 왔는가.
生年不滿百 백년도 다 못 사는 주제에
常懷千歲憂 천년의 근심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던 그 산아요 그 물이건만 비어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새삼스럽게 아름다워 보였다.
산과 물이 이렇게도 좋은 것을 이제까지는 왜 모르고 살아 왔던가.
문득 엣 詩 한 수가 머리에 떠오른다.
水綠山無厭 물이 푸르러 산이 좋아하고
山淸水自親 산이 푸르러 물이 좋아라네
浩然山水裡 시원스러운 산과 물 사이를
來往一閑人 한가한 나그네 홀로 걸어가네.
누군가가 자기를 노래해 준 것 같았다.
산중에는 오가는 사람조차 없이 흐르는 물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길손의 귀를 사뭇 싱그럽게 해 주고 이었다.
오늘 가다 싫으면 내일 가고, 동으로 가다 싫으면 서로 가면 그만인 無軌道의 旅路, 물가에 털썩 앉아서 목청을 돋우어
엣 시조 한 수를 읊조려 본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그 누가 읊은 시조였던가. 自由自在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깊이 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조선왕조의 개국공신이요, 藝文館 大提學을 지냈던
선비 仙庵 劉敞의 <幽興>이라는 제목의 시가 떠오른다.
步逐閒雲入翠林 한가한 구름 따라 숲속에 들어서니
松風澗水洗塵襟 솔바람 냇물소리 옷깃을 씻어주네
悠悠浮世無知己 뜬 세상에 이 흥취를 아는 사람 그 누구랴
只有山禽解我心 다만 저 산새만이 내 마음을 알아주리
앞 사람의 時調며 뒷사람의 漢詩며, 모두가 禪味에 넘치는 詩歌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산과 나무와 물 뿐이요, 들리는 것은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뿐, 좀처럼 人家는 보이지 않는다.
쉼없이 즐긴 봄날의 밤
여주에 도착하니 이미 어둠이 깔리고 날씨 마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막도 찾지 못 하고 있었는데 어떤 소녀의 도움으로 젊은 과수댁에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방안을 둘러보니 아랫목에 쳐놓은 여덟 폭 병풍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李白의 月下獨酌 알부 이었다.
이 정도의 글을 사랑채의 병풍으로 사용 하였다면 주인의 풍월을 대단함을 짐작하면서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花間一壺酒 꽃밭에서 술 한동이를
獨酌無相親 벗없이 홀로 마시네
擧杯邀明月 잔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
對影成三人 그림자와 나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저 달은 술 마실줄 모르니
影徒隨我身 그림자만 나와 함께 마시네
暫伴月將影 잠간이나마 달과 그림자 벗하여
行樂須及春 봄을 즐기리
我歌月徘回 내가 노래하면 달이 서성이고
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하는구나.
아까 잠간보았던 과수댁이 미인이지만 하지만 우수에 젖어있고 남자를 그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을 그는 알 수 있었다.
소녀가 밥상을 치우러 왔다.
이때 김삿갓은 그 소녀 편에 시 한수(某曾女)를 적어 보냈다.
某贈女
客枕條蕭夢不仁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않는데
滿天霜月照吾隣 하늘에는 차거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綠竹靑松千古節 송죽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紅桃白李片時春 붉은 복사꽃 흰 오얏꽃은 한해 봄을 즐긴다.
昭君玉骨湖地土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貴妃花容馬嵬塵 양귀비의 꽃같은 얼굴도 마와파의 티끌이 되었다
人性本非無情物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무정치는 않으니
莫惜今宵解汝裾 오늘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 하지 말게나.
"왕소군이나 양귀비같은 천하일색 미인도 죽으면 모두 한줌의 흙이 되는데 오늘밤
네 몸의 옷 벗기를 애석하게 생각 하지 말아라."
독수공방하는 과수댁에게 시로서 직선적으로 유혹 하였다.
그녀도 김삿갓을 처음보는 순간부터 훤칠한 키와 섬광의 눈 빛에 가슴이 조여 들었던
것을 생각하니 성적인 충동이 일어났다.
이 때 유혹의 시를 받았으니 그녀는 술상을 차려놓고 김삿갓을 안방으로 불러 들였다.
여인이 술상에 마주앉아 李白의 將進酒(장진주. 술을 권함) 시의 일부를 읊으면서
김삿갓이 보내온 某曾女에 대한 詩答을 한것이다.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의 물은 하늘에서 내려와서
奔流到海不復回 바다로 흘러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高堂明鏡悲白髮 고대광실 거울앞에 흰머리 슬퍼해도
朝如靑絲暮成雪 아침에는 검은머리 저녁에는 눈같이 희어지니
人生得意須盡歡 인생의 좋은 때에 마음껏 즐기어라.
莫使金樽空對月 금 술잔 빈채로 두지 말아라
天生我才必有用 하늘이 내재주 주었을 때는 꼭 쓰임이 있음이야.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은 다쓰면 다시 돌아오려니...
이렇게 하여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거나하게 취한 김삿갓이 그녀의
치마끈을 풀었을때 그녀도 김삿갓의 허리띠를 풀고 있었다.
곧 여인의 울어대는 甘昌소리가 문밖까지 새어 나갔다.
윤 부자를 욕하다
人到人家不待人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 한 마루턱에 올라서니 산골치고는 제법 어지간한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尹富者집이 아마도 저 집인가 보다. 안채는 기와를 올렸고 사랑채는 초가인 반 기와집이 마을 한가운데 덩그렇게 자리하고 있어서 그만하면 나그네의 하룻밤을 의탁할 만해 보였다.
기꺼이 내려가 하루 밤 자고 갈 것을 청하니 60쯤 되어 보이는 주인은 나와 보지도 않고 사랑문을 열고 내려다보면서 손을 휘휘 저으면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人到人家不待人
主人人事難爲人
사람이 사람 집에 왔건만 사람대접을 안 하니
주인의 인사가 사람되기 어렵겠구나
입 속으로 주인의 非人事를 중얼중얼 보지만 그것으로 잠자리가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김삿갓은 염치 불구하고 다시 한 번 간청해 본다. "영감님! 하루 밤만 자고 가게 해 주십시오.
날이 저물었는데 이 댁이 아니면 자고 갈만한 데가 없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안에서 아들인 듯싶은 두 젊은이가 나와 삼부자가 한 패가 되어 손을 내두르면서 냉큼 나가라고 호통을 친다. 어이 없이 발길을 돌려 나오는데 때마침 어디선가 두견새 우는 소리가 구슬피 들려오고 있었다.
斜陽叩立兩柴扉
三彼主人手却揮
杜宇亦知風俗薄
隔林啼送不如歸
석양 무렵 남의 집 사립문을 두드리니
주인은 거듭 손을 내 저으며 어서 가라네.
두견새도 야박한 인심 알았음인가
돌아가는 게 좋으리라고 숲에서 울어 대네.
윤 부자네 집에서 냉혹하게 쫓겨난 김삿갓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욕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남에게 악담을 해 본일 없는 김삿갓이건만 윤부자네에 대해서는 악담이 절로 나와 소리 높여 다시즉흥시를 한수 읊어 댄다.
"尹가라, 소축자(丑)에 꼬리를 느린 것이 尹자렸다.
그래서 옛날부터 윤가를 <소>라고 일러 오지 않았던가.
명절 때면 소잡아 잔치하니 수난을 당하는 것이 소인데 지난번 단오절에는 무사히 넘겼지만 돌아오는 추석은 어찌 넘기려느냐."
東山林下春草綠
大丑小丑揮長尾
五月端陽愁裡過
八月秋夕亦可畏
동림산 기슭에 봄 풀이 욱어져
큰 소 작은 소 긴 꼬리 휘두르네 (윤부자 부자를 말함)
오월단오는 근심 속에 넘겼지만
추석명절이 또한 두렵지 않느냐.
지독한 악담이었지만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그렇게 諷刺 해서라도 달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렇지만 날은 어둡고 배는 고파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20리쯤 가면 서당이 있다지만 그 말도 믿을 수가 없었다
惜別의 정 / 그대는 나를 아직도 사랑하는가?
그가 한양으로 과거보러 떠나야 한다고 하였지만 쉽사리 놓아 주지 않았다.
사실은 김삿갓도 싫지는 않았다. 떠난다 따난다 하면서 열흘을 밤낮으로 마시며 뒹굴고 농탕질을 하였다. 김삿갓은 며칠을 더 머물 것인가 생각하며 마루에 앉아 따뜻한 봄볕을 쪼이고 있는데 마당 가에 있는
팔배나무 주위를 제비들이 부산하게 날고 있었다. 이 제비들도 이봄이가면 떠났다가 내년 봄에 다시
날아 올것을 생각 하니 시상이 떠올랐다.
燕子(제비)
一任東風燕子斜 불어오는 동풍에 제비가 날아들어
棠梨樹下訪君家 팔배나무 아래 그대 집에 찾아 왔구나
君家春盡飛將去 그대 집에 봄이 다하면 멀리 날아 것이니
留待棠樹後歲花 팔배나무 꽃피는 내년을 기다리겠구나.
후일 다시 찾아 올것을 다짐하며 하직 인사를 하려는데 여인이 술상을 차려왔다.
연거푸 몇 사발을 마시고 한수 읊는다.
贈黃蘭實
抱向東窓奔未休 가는허리 껴안고 쉼없이 즐긴 밤
半含矯態半含羞 그 모습 수줍다할까, 교태롭다고 할까
低聲暗問相思否 사랑이 아직도 이냐 가만이 물었더니
手整金釵小點頭 금비녀 매만지며 고개만 끄덕이네
곧이어 그녀도 김삿갓에게 시를 읊어주었다.
妾有黃金釵 제가 지녀온 황금비녀는
嫁時爲首飾 시집올 때 머리에 장식한 것이요
今日贈君行 오늘 떠나시는 낭군께 드리옵니다
千里長相憶 천리를 가시드라도 길이 기억해 주소서!
김삿갓이 그녀의 답시에 감격하여 자기가 지은시를 그녀의 순백색인견사 속치마에 쓰주었다.
그녀는 금비녀와 두둑한 엽전 주머니를 김삿갓에 선물 하였다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
고개를 넘고 넘어 산속 길를 해매는데 험한 길을 너무 오래걸어서 배도 고프고 봄이라 하지만
더위를 못이겨 계곡에 쉬어갈려고 하는데 멀리서 고기 굽는 냄새가났다.
김삿갓 자기도 모르게 냄새 따라 내려가보니 키가 잘닥막한 포수 차림의 사내가 사냥한 토끼를
굽고 있는것이다.
얻어 먹었으면 했지만 양반의 입에 담을 말이 아니다
그래서 머뭇거리면서 구경하는척 하고 서있었다.
"소금 갖고 계서요? " 그 사내가 물어 왔다.
"없소이다."
"그러면 뭐요. 오뉴월 모기새끼처럼 입만 갖고 다니시남...? " 혼자말처럼 중얼 거린다.
"흐흠 흐흠....." 못 들은척 헛 기침을 김삿갓이 하였다.
"종도 못거느리는 양반 주제에 공짜 바라는 꼴이라.....! 키만 강냉이 대만큼 커가지고 서는 ... ㅎㅎ"
"......."
김삿갓은 양반으로서 차마 욕은 못하고 큰 소리로 시를 읊었다.
着笠先垂足 삿갓을 쓰면 발 뒤굽까지 덮히고
穿靴已沒頭 신을 신으면 머리까지 묻히겠구나
路逢牛跡水 길에서 소발자욱 괸 물을 만나면
欲渡芥爲舟 건느려고 겨자만한 작은 배를 지어야 겠구려
그사내가 바로 답시를 읊는 것이다.
蓋衾欲露脚 이불을 덮으면 다리가 들어나고
入屋先打頭 방에 들어가려면 머리부터 부디치네
斷腰能入槨 허리를 잘라야 관에 들 것이고
側足可撑舟 다리를 옆으로 접어 노를 저어야 겠구려.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라더니 영낙없는 그 꼴 이었다.
신체적인 약점을 가지고 흉을 본다는것은 금물인것을 다시 깨닿고 정중히 사과하고
토끼 나눠먹고 시우로서 한동안 같이 지내면서 그집에 며칠을 머물수가 있었다.
妓生 可憐
김삿갓이 과거 보러 한양에 입성 할때 송파 나룻터 에서 도둑(의적단)으로 오인받아 관아에 끌려가서 군졸로 부터 뭇 매질을 당하였다.
도둑의 누명은 벗었지만 하반신을 쓸수 없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은 것인데 특히 남자 구실을 못할 정도로 그 곳도 다치었다.
의원의 소개로 우연히 可憐(가련)이라는 기생 집에서 치료받으며 그집에 머물게 되었다.
가련의 오빠가 의적단 (벼슬아치 집이나 부자집의 재물를 털어 가난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단체) 이다.
오빠 때문에 봉변을 당했다고 생각한 가련은 김삿갓을 도왔다.
김삿갓은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고 치료해주는 기생 可憐(가련)에게 연정을 느끼게 하였다.
그녀의 모습과 마음까지...... 이름 처럼 가련한 생각이 들어 시를 지었다.
名妓可憐 명기가련
名之可憐色可憐 이름도 可憐이오, 얼굴도 可憐(가련)한데
명지가련색가련
可憐之心亦可憐 可憐(가련)은 마음조차 可憐(가련)하구나.
가련지심역가련
* 可憐(가련)의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무척이나 가련하게 느껴 이름 과 풍기는 외모를 같은 글로서 인용하여 지은 걸작 이다.
이별
김삿갓은 하반신을 다친 이후 可憐(가련)에게 치료받아 상처는 아물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아무 느낌이 없다. 마음과 온몸이 다 용솟음을 처도 그것이 도무지....., 남자 구실을 못하니 답답하고 자신이 처량하기까지 하여 눈물이 났다. 그러나 可憐(가련)의 집에서 오래 머무는 동안에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可憐(가련)을 사랑을 하지만 마음뿐 이었다.
지금의 자신이 자기가 아니었다. 그림자일 뿐이다.
더구나 可憐(가련)의 곁을 떠날려니 마음은 괴로웠다.
한 수 읊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을 離別(이별)이라 하고 즉흥시를 읊었다.
離別 이별
可憐門前別可憐 可憐(가련)의 문 앞에서 可憐(가련)과 離別(이별)하려니
가련문전별가련
可憐行客尤可憐 可憐(가련)한 나그네 행색이 더욱 可憐(가련)하구나.
가련행객우가련
可憐莫惜可憐去 可憐(가련)아,可憐(가련)한이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마라
가련막석가련거
可憐不忘歸可憐 可憐(가련)을 잊지 않고 可憐(가련) 에게 다시 오리라.
가련불망귀가련
김삿갓은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하고 가련 집을 떠났다.
* 김삿갓 특유의 표출 방법 문장법이다.
可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운과 뜻을 혼합하여 표현하는 것은 김삿갓만 이 할 수 있는 걸작이라고 누가 아니하겠는가!!?
嚥乳三章(연유삼장) 젖 빠는 노래
방랑시인 김삿갓이 麻浦(마포)나룻 터로 가는 배 에 올랐는데 건달패거리들 과 어울리게 되었다. 주막에서 그들과 술판이 벌어 졌다.
물론 창기들도 있었다. 건달중의 한사람이,
“선비 님 이렇게 흥겨운 자리에 詩(시)나 한 수 읊어 주시오.”
이구동성으로 모두가 바라는 것이었다.
“좋소이다!” 목청을 가다듬어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며 읊었다.
(1) 自 詠 (자영)
寒松孤店裡 쓸쓸한 소나무가 있는 외딴 집에서,
한송고점리
高臥別區人 한가로이 누워 세상 잊고 숨어 지내는 사람이네.
고와별구인
近峽雲同樂 산협에 가까이 있으니 구름과 함께 즐기고,
근협운동락
臨溪鳥與隣 냇가에 임하였으니 새와 함께 즐거운 이웃 이네.
임계조여린
錙銖寧荒志 보잘것없는 것으로 어찌 내 뜻을 거르치게 하랴.
치수녕황지
詩酒自娛身 시 짓고 술 마시며 스스로 즐기리라.
시주자오신
得月卽帶億 밝은 달이 떠오르면 곧 생각에 잠기네.
득월즉대억
悠悠甘夢頻 취한 눈을 감으면 단꿈이 유유히 왕래 하도다.
유유감몽빈
* 隣 ; 이웃 인(린) 錙 ; 저울눈 치 銖 ; 무게단위 수
錙銖 ; 얼마, 조금,
寧 ; 편할 영 여기서는 “부사”로 어찌(何也)
시를 읊고 나서 설명을 하려고 하니 불쑥,
“선비 님 제미 없소!. 詩라는 것이 그렇다면, 알아들을 수 없으니 아무 소용이 없소!, 양반 들이나 즐기소......!!”
처음 시를 감상하는 그 들인지라, 그들을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았다. 재미없다고 한 그 사내가 마누라의 유종을 치료 하느라, 아내의 젖을 빨고 있다고 아까 다른 친구들이 놀리던 것이 떠올랐다.
“이런 시는 어떤가? 한번 들어 보게”
(2) 嚥 乳 三 章 연유삼장
夫嚥其上 婦嚥其下 上下不同 其味卽同
부연기상 부연기하 상하부동 기미즉동
夫嚥其二 婦嚥其一 一二不同 其味卽同
부연기이 부연기일 일이부동 기미즉동
夫嚥其甘 婦嚥其酸 甘酸不同 其味卽同
부연기감 부연기산 감산부동 기미즉동
* 嚥 ; 삼킬 연 乳 ; 젖 유 酸 ; 식초 산
지아비는 그 위를 빨고, 계집 는 그 아래를 빠네.
위와 아래가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 일세.
지아비는 그 둘을 빨고, 계집 는 그 하나를 빠네.
하나와 둘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 일세.
지아비는 그 단 곳을 빨고, 계집 는 그 신 곳을 빠네.
달고 신 것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 일세.
“와아....하하하하 !” 모두가 한 바탕 웃고 나더니,
“거 재주가 뛰어 나시오 ! 어떻게 그토록 금방 우리 입맛에 맡게 척척 만들어 내시오?”
“빨랑빨랑 벼슬해서 나랏일을 보시오”
“그러면 우리네 인생살이가 조금 덜 고달플 것 같소!”
“자아! 저희 술 한 잔 받으시오!” 한바탕 술잔을 돌리고 난 뒤,
“한수 더 읊어 주세요.”
창기들도 야단법석 이다.
“그래 한수 더 읊을 태니 들어 보게나.”
(3) 情事 정사
爲爲不厭更爲爲 不爲不爲更爲爲
위위불염경위위 불위불위경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문장 풀이를 해주고 나니 또 한 바탕 웃음이 터지며 글로서 어떻게 그렇게 표현 할 수 있느냐? 하면서 정말 훌륭한 선비라 칭찬하며 오늘 밤 창기를 대접 하겠다고 하였다.
김삿갓도 신이 나서 이번에는 문장을 풀어놓고 한문으로 크게 읽어 보라고 하였다.
스스로 알려고 하면 늦게 알아지고
도움을 받아 알려고 하면 빨리 알아진다.
(4) 自知면 晩知고 補知이면 早知 어라
* (1) 자기의 立身(입신)처지를 안후 농사를 지으며 초야에 있을 때 지은 시인것 같다.
* (2) 김삿갓이 방랑시절에 하룻밤 신세를 지기위해 찾아간 집에 주인이 며늘이가 유종을 앓아 젖을 빨아야 되기 때문에 재워 줄 수 없다하여 즉흥시를 읊어 놀렸다는 설도 있다. 널리 알려진 걸작 이다.
* (3) 선비들과 爲(위)자를 한구에 4 자씩 넣어 시짓기 내기를 하여 이겨서 美酒佳肴(미주가효)를 대 접 받았다는 詩이다.
* (4) ???????. 웃자고 한소리 인 것 같다.
세도가 집에 문객으로 들다
북촌의 가회방에있는 도승지의 아들 안응수 집을 찾는데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김삿갓을 본 안응수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반가워 하였다.
안응수 집에는 강나루 뱃노리 할 때 보았던 장년들도 여럿 있었다
마침 오늘이 안응수의 생일 날이라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고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도승지의 아들이 거나하게 취하여 시를 읊었다.
醉鄕 취향
醉鄕日月亦佳哉 취한 세상 가보니 세월도 또한 좋아라.
취향일월역가재
依舊狂心傑且魁 언제나 미친 마음 호걸이며 으뜸 일세.
의구광심걸차괴
身世浮游微似梯 떠도는 이 세상 내 신세는 강아지풀처럼 작은데,
신세부유마사제
乾坤濩落大於盃 텅 빈 天地(천지)만큼이나 술잔이 크구나.
건곤호락대어배
二豪侍側從敎倣 두 호걸 옆에 모시고 (술)따라 올리라 하니,
이호시측종교방
千丈流胸驀地來 문득 천길 흐르는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구나
천장유흉맥지래
一斗百篇兒戱耳 한 말 술이면 백 편 시도 아이들의 장난일 뿐인데,
일두백편아희이
何人會得醉鄕恢 누구라서 취한 세상이 더 넓다 않으리오.
하인회득취향회
* 魁 ; 으뜸 괴 梯 ; 사다리 제 (나무어릴 제) 濩 ; 퍼질 호(물떨어질 확) 倣 ; 본뜰 방
驀 ; 금새 맥(말탈 맥)
梅月堂(매월당) 金時習(김시습)의 醉鄕(취향) 이었다.
친구가 읊은시를 김삿갓이 답 하면서 보탑시를 욾었다.
* 寶塔詩(보탑시)란 시의 첫 구에서 마지막 구까지 글자를 점점 늘려 피라밋 형태가 되게 써는 것을 말한다.
酒
주
酌來 飮取
작래 음취
君莫訴 時難久
군막소 시난구
編樂少年 能娛老叟
편락소년 능오노수
對月不可無 看花必須有
대월불가무 간화필수유
于髡一醉一石 柳伶解酲五斗
우곤일취일석 유령해정오두
臨行强醉三五場 酩酊更能相億否
임행강취삼오장 명정갱능상억부
* 編 ; 역을 편 娛 ; 즐거워할 오 叟 ; 늙은이 수
髡 ; 머리깍을 곤 伶 ; 영리할 령 酲 ; 숙취 정
酩 ; 술취할 명 酊 ; 술취할 정
술.
부어라, 마셔라.
그대는 하소연 말게 시국의 오랜 어지러움을
젊어서 즐겁게 놀아야지 늙으면 어찌 즐기겠나
달이 떴으니 술이 없을 수 없고 꽃이 피었으니 술이 더욱 있어야 하네.
淳于髡(순우곤)은 한 섬 술이라야 한번 취했고 柳 伶(유령)은 다섯 말 술을 해장으로 마셨다지
삼차 오차까지 가서 취해야지 취해서 다시 기억할 수 없을 때까지.........
* 이 시로 인하여 친구들이 서로 자기집으로 가서 같이 있기를 원 하였다.
김삿갓은 그중 벼슬이 제일 높은 도승지 집을 택하여 문객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靑樓(청루)에서의 風流(풍류)
세도가의 자재분들과 친구하여 靑樓(청루)에 가서 기녀들과 풍류를 즐겼다.
거나하게 취한친구가 술을 한잔씩 돌린 뒤에 큰소리로 李白(이백)의<月下獨酌二(월하독작2)>를 읊었다.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천약불애주 주성부재천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지약불애주 지응무주천
天地皆愛酒 愛酒不愧天
천지개애주 애주불괴천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이문청비성 복도탁여현
聖賢旣已飮 何必求神仙
성현기이음 하필구신선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삼배통대도 일두합자연
俱得醉中趣 勿謂醒者傳
구득취중취 물위성자전
* 醒 ; 술깰 성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는 다면
하늘에 酒星(주성)이 있었겠나?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땅에는 酒泉(주천)이 없었을 것이다.
천지가 이미 술을 사랑하니
술을 사랑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다.
청주는 성인에 비함이요.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말하지 않던가?
성현도 이미 飮酒(음주)했는데
신선을 구할 필요가 있겠는가?
석잔 술 마시면 도에 통하고
한말 술 마시면 자연과 합일한다.
이것이 술에 취하여 얻어지는 것이니
술 깬 사람은 말하지 말라.
옆에 앉은 기생의 무릅을 쳐 가면서 장단을 맞추던 김삿갓이 이어서 즉흥시를 한 수 읊는다.
難避花 난피화
靑春抱妓千金芥 今夜當樽萬事雲
청춘포기천금개 금야당준만사운
鴻飛遠天易隨水 蝶過靑山難避花
홍비원천이수수 접과청산난피화
* 芥 ; 겨자 개 樽 ; 술 통 준 蝶 ; 나비 접
靑春(청춘)에 기생을 안고 보니, 千金(천금)은 티끌 같고
이 밤에 술잔을 드니 萬事(만사)가 구름 같도다.
기러기가 먼 하늘에 나는 것이 물 따라 쉽게 가지만
나비가 靑山(청산)을 지나니 꽃을 피하기 어렵구나.
詩(시)를 다 읊은 뒤 기생을 안고 방을 한 바퀴 빙빙 돌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모두 박수를 치면서 흥을 돋우어 주었다.
* 평양기생에게 반하여 지은시라고도 하는데...... 널리 알려진 대표작이기도 하다
도승지 딸과 취구놀이
도승지 소실의 딸이 후원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 아씨, 그림 솜씨가 대단합니다.”
“그렇습니까?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聚句(취구)로 김삿갓 에게 말을 걸어 왔다.
아씨 花笑欄前聲未聽
화소난전성미청
꽃이 난간 앞에서 웃지만 소리는 듣지 못합니다.
김삿갓 鳥啼林下淚難看
조제임하누난간
새가 수풀 아래서 울지만 눈물은 볼 수 없습니다.
아씨 花不語言能引蝶
화불어언는인접
꽃은 말을 하지 못하여도 나비를 불러 모으지요.
김삿갓 雨無門戶解闕人
우무문호해궐인
비는 문이 없어도 사람의 출입을 막지요.
아씨 花色淺深先後發
화색천심선후발
꽃색이 옅고 진함은 먼저 피고 나중에 핀 까닭 이지요.
김삿갓 柳行高下古今栽
유행고하고금재
버들의 키가 크고 작음은 예전에 심고 이제 심음 이지요.
아씨 花衰必有中開日
화쇠필유중개일
꽃은 시들어도 반드시 다시 필 날이 있지요.
김삿갓 人老會無更少年
인노회무갱소년
사람은 늙으면 다시 젊을 수 없지요.
외간 남자인 김삿갓을 이렇게 붙들고 聚句(취구)놀이를 한다는 것은 詩文(시문)의 실력도 대단하지만 戀情(연정)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이제 김삿갓이 먼저 읊어 본다.
김삿갓 風驅江上群飛鴈
풍구강상군비안
바람은 강물위에서 떼지어 나는 기러기들을 몰아 보내고,
아씨 月送天涯獨去舟
월송천애독거주
달은 하늘가에 홀로 떠가는 배를 밀어 보내 네.
김삿갓 聲痛杜鵑啼落月
성통두견제락월
목소리 슬픈 두견새 지는 달보고 우는데,
아씨 態娟籬菊慰殘秋
태연리국위잔추
아름다운 울타리의 국화는 가는 가을을 위안하누나.
* 驅 ; 몰 구(앞잡이 구) 鴈 ; 기러기 안
이날 이후 아씨와 김삿갓은 사랑 하게 되었다.
아씨가 집안에 혼자 있는 날이면 자기 방으로 부르기도 하며 하인들의 눈을 피하여 후원이나 뒤 산자락으로 산보를 하면서 뜨거운 사랑을 하였다
是是非非(시시비비)
청계천 변을 따라 六曹(육조)거리를 구경하고 있는데, 사내 둘이서 싸우고 있었다. 장기를 두다가 싸운 모양인데 옆에서 곧 화해를 붙여 그것를 핑계로 막걸리 판을 벌인다.
양반들 등살에 배를 골고 등이 휘어지면서도 소박한 사람들이라 싸우다가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화해하여 더욱 친해진다.
너무나 보기가 좋고 마음이 편해진다.
권문세도가 사람들은 어떠한가?
내 권력을 키우고 재물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면 내 편이고 모든 것이 옳았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가 적 이었고 모든 것이 글렀다.
假作眞時眞亦假 無爲有處有還無
가작진시진역가 무위유청유환무
거짓이 진실이 된다면 진실이 거짓이 되고,
없던 것이 있게 된다면 있던 것이 없게 된다.
김삿갓은 시구가 떠올라 웃으면서 흥얼거린다.
是是非非詩 시시비비시
是是非非非是是 是非非是非非是
시시비비비시시 시비비시비비시
是非非是是非非 是是非非是是非
시비비시시비비 시시비비시시비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은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니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은 이것이 시비일세.
年年年去無窮去 日日日來不盡來
년년년거무궁거 일일일래부진래
年去日來來又去 天時人事此中催
년거일래래우거 천시인사차중최
해마다 해는 가되 끊임이 없이 가고
날마다 날은 오되 수가 없이 오도다.
해가 가고 날이 오되 오고 또 가서
하늘과 때와 인생의 일이 그 중간에 생겨나도다.
한 글자가 몇 가지의 문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두 가지 뜻을 가질 수 있어 詩(시)로서의 재미있는 作文(작문)을 할 수 있다.
是 ; 이 시(.....이다), 옳을 시, 바를 시, 이것 시,
非 ; 아니 비(.....아니다,.....그르다) 부정의 조사,
* 이 시는 김삿갓의 시 중에서도 대표작이며 널리 알려진 시이다.
평민들의 싸움을 보고 읊은 시이지만 양반 세도가들에게 보내는 말일 것인데 현세 의 정치인에게도
일침을 주는 시 라고도 할 수 있다
손가락 잘라 팔을 보존 한다
개인의 능력과 문장력을 평가 하여 관료를 선발하는 과거 제도는 가장 공정한 인재등용 방법이다.
그런데 현실속의 과거는 엄청난 불공정을 내포하고 있었다.
과거응시에 필요한 준비와 교육은 양반의 전유물 이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모든 부정이 난무 하였다.
이처럼 과거에 부정이 동원되는 것이 사실인 것을 알고 나니 김삿갓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과거 시험을 보지도 않고 관직을 돈으로 흥정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니 이 나라가 어찌되겠는가? 김삿갓은 이렇게 썩은 곳에서는 벼슬을 할 수 없다고 생각 하였다.
일 년을 넘게 세도가집에 문객으로 있으면서 늘 보아온 것이 벼슬 한 자리 해 보겠다고 있는 데로 싸 짊어지고 와서 이마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이고 아첨하는 것을 볼 때 이 땅의 어느 양반한테서 진실을 찾고 사실을 볼 수 있을까?
이제 과거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가야겠다고 결심 했다.
짐을 챙기면서 늘 보아온 풍경을 시로 한 수 읊는다.
盡日垂頭客 진일수두객(하루종일 아첨하는 손님)
唐鞋宋袜數介綿 踏盡靑雲赴暮煙
당헤송말수개면 답진청운부모연
淺綠周衣長曳地 眞紅唐扇半遮天
천록주의장예지 진홍당선반차선
讒讀一卷能言律 財盡千金尙用錢
참독일권능언율 재진천금상용전
朱門盡日垂頭客 若到鄕人意氣全
주문진일수두객 약도향인의기전
* 鞋 ; 신 혜(짚 신 袜 ; 버선 말 曳 ; 끌 예
遮 ; 막을 차 讒 ; 참소할 참
唐鞋 ; 앞뒤에 문양이 있는 가죽신.
淺綠 ; 엷은 록색 周衣 ; 두루마기
당 나라 신에 송나라 버선 두어 개씩 끼어 신고
아침에 입신출세 꿈을 안고 집나와 저녁연기 날 때 돌아간다.
엷은 초록 두루마기 땅에 끌리도록 길게 입고
진홍 좋은 부채는 반만 펴도 하늘을 가리겠구나.
한두 권의 책이나 읽고 詩律(시율)을 말하고
재물은 천금을 탕진 하고서도 더 쓰겠다는구나.
권세 있는 집 문전에 온 종일 머리 숙여 아첨 하면서
시골 사람 이라도 만나면 장안의 양반이라 기세 등등 하구나.
* 권세 있는 집 문전에서 종일 아첨하다가 청루에 모여서는 글자랑 돈 자랑 양반 자랑하는 자들 일수록
일반 민중을 천대하는 꼴이 아니꼽게 여겨 지은 시 이다.
김삿갓은 시를 읊은뒤
古書에 있는 한 문장이 떠올라 썼다.
이 글을 남겨놓고 집을 나섰다.
斷指以存腕 이면 利之中取大 이요 害之中取小也 니라
손가락 하나 잘라 내어 팔을 보존하는 것은
이로운 가운데서 큰 것을 취함이오.
해로운 가운데서 작은 것을 취함이라.
벼슬할 기회를 버리는 것은, 몸에서 썩은 손가락 하나 버리는 것 에 불과하다. 손가락은 하나 없으면 불편 하지만 손가락 하나 때문에 몸이 통째로 썩어가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하여 그는 과거를 포기하고 방랑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 한다,
歸何處 歸何處
김삿갓이 산길을 걸어가는데 한 밤중에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찾아가 보니 젊은 여인이 어린 아들과 함께 남편의 시신을 놓고 통곡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산골에서 갑자기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기만 하던 여인은 사람을 만나자 염치불구하고 매달려 통사정을 하였고 김삿갓은 어쩔 수 없이 팔자에 없는 남의 초상을 치러 줄 수밖에 없었다.
거적에 말아 지게로 저다 묻어 주는 초라한 장사였지만 밤새도록 넋두리하던 청상과부의 애간장을 녹이는 사연들은 그대로 글로 써서 亡人에게 전해 주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김삿갓은 붓을 들어 喪主의 치마자락에 輓詞를 쓴다.
歸何處 歸何處 어디로 가오. 어디로 가오.
三生瑟 五采衣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식들
都棄了 歸何處 모두 다 버리고 어디로 가오.
有誰知 有誰知 누가 알리오. 누가 알리오.
黑漆漆 長夜中 칠흑 같이 어둡고 긴긴 밤에
獨啾啾 有誰知 홀로 흐느끼는 이 슬픔을 누가 알리오.
.
何時來 何時來 어제나 오시려오. 언제나 오시려오.
千疊山 萬重水 수많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此一去 何時來 이 한번 가시면 언제 다시 오시려오
만장까지 써서 낫도 코도 모르는 사람의 장사를 지내 준 후에 젊은 과부와 어린 아이들을 뒤로 하고 다시 홀로 산길을 걸어오자니 인생이 너무도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佛經에 나오는 詩를 입 속으로 외우며 한 조각구름처럼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었다.
生從何處來 인생은 어디로부터 오며
死向何處去 죽어서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
生也一片浮雲起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사라지는 것
浮雲自體本無實 뜬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으니
生死去來亦如是 삶과 죽음도 또한 이와 같으리
我本天上鳥
凋落의 계절인 가을의 哀傷에 젖어 홀로 산길을 걸어가고 있던 김삿갓이 문득 개울건너를 바라보니 낙엽 쌓인 너럭바위 위에 4,5명의 선비들이 둘러 앉아 술을 마시며 詩會를 열고 있었다.
술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김삿갓이 아니었다. 염치불구하고 그들에게 다가가 술 한 잔을 청했고, 선비들은 불청객을 쫓으려고 시회하는 자리에서는 시를 짓지 않고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고 했다.
김삿갓은 시에 능하지는 못하지만 술을 서너 잔 마시면 詩想이 떠오르는 버릇이 있으니 먼저 술을 달라했고, 선비들은 먼저 시를 지어야 술을 주겠다고 옥신각신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빨리 쫓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좌중의 한 선비가 그러면 술을 먼저 줄 것이니 자신이 있거든 마시고 내 시에 화답해 보라했고, 잠시 후 그는 기발한 시상이라도 떠올랐는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써 내려가고 있었다.
石上難生草 돌 위에 풀이 나기 어렵고
房中不起雲 방안에 구름이 일 수 없거늘
山間是何鳥 산에 사는 무슨 놈의 잡새가
飛入鳳凰群 봉황의 무리 속에 날아들었는고.
국화주를 서너 잔 얻어 마신 김삿갓은 선비가 써 내려가는 시를 넌지시 내려다보면서 어이가 없어 빙그레 웃었다. 그것은 자기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시였기 때문이다.
돌 위에 풀이 날 수 없고 방안에 바람이 일 수 없다는 말은 '글을 변변히 배우지도 못했을 너 같은 촌놈이 무슨 놈의 시를 짓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이었고,
다음 구절은 자기네는 봉황으로 자처하면서 김삿갓을 잡새로 몰아 붙였으니 그 얼마나 모욕적인 시란 말인가. 그래도 김삿갓은 역겨움을 참고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지필묵을 받자마자 다음과 같이 一筆揮之 했다.
我本天上鳥 내 본디 하늘 위에 사는 새로서
常留五彩雲 항상 오색구름 속에서 노닐었거늘
今宵風雨惡 오늘따라 비바람이 몹시 사나워
誤落野鳥群 들새 무리 속에 잘못 끼어들었소
그들이 자기들은 봉황으로, 김삿갓을 잡새로 비유했으니 김삿갓은 역으로 그들을 <들새 무리>로, 자신은 <오색구름 하늘 위 새>로 자처하면서 통쾌하게 반박하였다. '이 한 首면 술값은 족히 될 것이니 소생은 이만 물러갑니다.'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시를 돌려가며 읽어 본 선비들은 모두들 노발대발하면서 김삿갓을 불러댔지만 그는 들은 체도 아니하고 유유히 걸어갔다. 좋은 국화주에 얼큰히 취한 후에 시골 선비들을 잔뜩 골려 준 김삿갓은 가슴이 후련하기까지 했다.
어느새 가을이 완연하여 소슬바람은 옷깃 사이로 차갑게 스며들고, 하늘가에서는 기러기 떼가 남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시골선비들의 같잖은 詩에 식상한 김삿갓은 '그래도 시라면 이쯤은 돼야지.' 하면서 불현듯 劉禹錫의 秋風引이라는 시를 떠올렸다.
何處秋風至 가을 바람 어디서 불어오기에
蕭蕭送雁群 기러기 떼를 쓸쓸히 날려 보낼까
朝來入庭樹 아침부터 나뭇잎 울리는 바람소리를
孤客最先聞 외로운 나그네가 먼저 듣누나.
돈화문 거리 그리고 <낙엽>
敦化門(돈화문) 앞에는 많은 사람 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오늘이 삼 년마다 열리는 科擧(과거)시험 날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 틈바구니 에 왜 김삿갓은 자리를 뜨지 않고 있는지, 더구나 벼슬의 꿈을 포기 하고 고향으로 내려 갈 결심을 굳히고 도승지 집을 나왔는데 敦化門(돈화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니......,
그런데 다산 丁若鏞(정약용)시를 읊고 있다.
燁然衣錦衣 乘馬馳雲衢
엽연의금의 승마치운구
下馬入君門 冉冉庭中趨
하마입군문 염염정중추
豈不一快意 或者有後憂
기불일괘의 혹자유후우
不如且暫退 養拙守其愚
불여차잠퇴 양졸수기우
寧靜無所營 澹泊無所須
영정무소영 담박무소수
世途雖局促 庶容一腐孺
세도수국촉 서용일부유
若復不相怒 命也亦樂夫
약부부상원 명야역락부
養拙 ; 타고난 덕을 길러 보존한다. 澹 ; 담박할 담
화려한 옷 입고
말 을 타고 육조 거리를 달리고 파라.
말 에서 내려 대궐 문으로 들어가서
성큼 성큼 궁중을 걸어가고 파라.
그 어찌 통쾌한 일이 아닐까 마는
어쩌면 후환이 있을지 모를 터.
잠시 동안 물러나 수양이나 하면서
마치 바보된 것처럼 살아가겠네.
조용히 지내면서 아무 일 하지 않고
꼭 하고픈 일도 욕심 내지 않으리.
세상살이 아무리 험하다 한들
썩은 선비 이 한 몸 이야 보아 주겠지.
그래도 용서하지 않는다면
운명이 그러려니 즐거이 기다리리.
꾸정물 세상에는 발을 딛지 않고, 맑은 세상이 오면 입신양명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敦化門(돈화문) 근방 주막은 북적 거렸다.
세찬 바람 때문에 주막집 마당의 낙엽 들이 이리저리 구르면서 소리를 냈다. 어떤 때는 나뭇가지들이 바람 속에서 한숨소리를 내면서 울기도 하는 것 같았다.
가까이 굴러 온 낙엽 들이 알 수 없는 소리를 속삭이는 것 같기도 했다.
아씨가 숨 죽여서 우는 것 같기도......, 김삿갓은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앉았다.
안주는 돌보지도 않고 병 채로 마셨다.
紙筆墨(지필묵)을 걸망 속에서 끄집어내었다.
落葉 낙엽
盡日聲乾啄啄鴉 虛庭自屯減空華
진일성건탁탁아 허정자둔감공화
如戀故査排徊下 可恨餘枝的歷斜
여련고사배회하 가한여지적역사
夜久堪聽燈外雨 朝來忽見水西家
야구감청등외우 조래홀견수서가
知君去後惟風雪 怊悵離情培落花
지군거후유풍설 초창이정배락화
* 啄 ; 쫒을 탁 屯 ; 진칠 둔 怊 ; 슬플 초 悵 ; 슬퍼할 창
종일 낙엽 구르는 소리가 까마귀가 쪼아 대는 것 같구나
빈 정원에 스스로 모여드니 화려 했던 하늘이 비었네.
고향을 그리워하듯 아래에서 배회 하는지
비껴있는 가지 들 참으로 안됐어라.
밤 깊어 등불 넘어 비 오는 소리 들리더니
아침이 되니 홀연히 강 서쪽에 집이 보이는 구나.
그대는 아는가? 낙엽 진 뒤 에는 눈보라 친다는 것을
이별 할 때 서글픈 정은 낙화 보다 갑절이나 더함을......
* 김삿갓은 앞으로의 일이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자기에 비유하여 은근히 걱정이 되어 지은 시인 것 같다.
梧桐一葉落
오두막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나온 김삿갓은 다시 산길을 걸어간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오동나무 잎이 떨어지면서부터 시작된다던가. 어떤 시인은 가을을 이렇게 노래했다.
.
梧桐一葉落 오동 나뭇잎 하나 떨어져
天下盡知秋 온 누리가 가을임을 안다
봄이 蘇生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凋落의 계절이요, 조락에는 哀傷이 따르게 마련임으로 고금을 막론하고 가을을 노래한 시는 한결같이 애달픈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秋風起兮白雲飛 가을바람 불어 흰 구름 날아가고
草木落兮雁南歸 나뭇잎 떨어져 기러기 남으로 가네.
중국의 漢武帝는 저 유명한 秋風辭라는 시를 그렇게 애달픈 말로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의 宣祖 때 시인 鄭鎔도 가을의 애달픔을 이렇게 노래하였다.
菊垂雨中花 국화꽃은 빗속에 시들어 가고
秋驚庭上梧 가을바람 뜰에 불어 오동잎 진다.
今朝倍惆悵 이아침에 슬픔이 새삼스러워
昨夜夢江湖 지난 밤 꿈속 고향 마냥 그립네.
김삿갓이 집을 나올 때는 죽어도 집 생각은 아니할 결심이었다. 그러나 밤이면 공산명월이 유난히 밝은데다가 귀뚜라미는 애간장을 녹여 내려는 듯 구슬피 울어 대니 멀리 떨어져 있는 고향생각이 저절로 간절해 왔다.
牀前看月光 베갯머리에 비친 푸른 달빛이
疑是地上霜 땅 위에 내려앉은 서릿발 같구나
擧頭望山月 눈을 들면 먼 산의 달이 바라보이고
低頭思故鄕 고개 숙이면 고향 생각이 절로 간절하구나.
이것은 가을밤에 고향 그리운 심정을 노래한 李太白의 시이거니와 객지로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의 가을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듯 中宗 때 선비 楊士彦에게도 다음과 같은 가을시가 있다.
孤烟生曠野 저녁연기 한 줄기 들판에 오르고
殘月下平蕪 달은 저물어 지평선에 지누나.
爲問南來雁 남녘에서 오는 기러기야 말 물어 보자
家書寄我無 고향 집에서 무슨 기별이 없더냐.
산속에도 가을이 깊어 바람이 차갑다. 낙엽은 바람에 휘날리는데 무심한 산새들은 애절히 울고 있어서 산길을 외로이 걸어가는 김삿갓은 오늘따라 고향생각이 유난히 간절하였다
내 사랑 가련
송파 나루에 배가 도착하자 김삿갓은 본능적으로 可憐(가련)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死生契闊 與子成悅 執子之手 與子偕老
사생계활 여자성열 집자지수 여자해로
죽든 살든 멀리 떨어져 있든
그대와 기쁨을 함께 하자고 했지.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와 함께 늙자고 했지.
김삿갓 자기도 모르게 한 숨에 섞여 나오는 詩句(시구)였다.
가련아! 가련아! 이렇게 부르고 시를 읊으면서 달려가고 있었다.
可憐妓詩 가련기시
可憐行色可憐身 可憐門前訪可憐
가련행색가련 가련문전방가련
可憐此意傳可憐 可憐能知可憐心
가련차의전가련 가련능지가련심
가련한 행색에 가련한 몸으로
가련의 문전에서 가련을 찾네.
가련한 이 뜻을 가련 에게 전하면
가련은 가련한 이 마음을 알아주리라.
그녀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는 숨이 턱에 닿도록 차올라 있었다.
언제부터 인가 자신도 모르게 달리기 시작 했던 것이다.
숨길이 좀 가라앉자 가슴이 뛰기 시작 했다.
운우의 정을 나누는 첫날 밤
기생 가련과 雲雨(운우)의 情(정)을 나누는 첫 날밤 이었다.
오랜만에 여체를 가까이 하게 된 김삿갓은 飢鷹抱雉라는 말처럼 굶주린 매가 꿩을 덮치듯 폭풍우를 몰아친 후에 제정신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그 濃艶한 무르익음으로 보아 아무래도 가련은 숫처녀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짓궂게도 이렇게 한마디 비아냥거려 보았다.
김삿갓 毛深內闊 必過他人
모심내활 필과타인
털이 깊게 나고 안이 넓으니
반드시 다른 사람이 지나간 것 아니냐.?
가련 後園黃栗不蜂折 溪邊楊柳不雨長
후원황율불봉절 계변양류불우장
후원의 누런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고
냇가 버들은 비가오지 않아도 자라는 것이다.
김삿갓은 장난 어린 시를 읊었다가 꼼짝 못하고 당하였다,
이런 聚句(취구) 문답 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不問可知(불문가지)니라.
김삿갓 이렇게 읊었다.
足舞三更月 衾翻一陣風
족무삼갱월 금번일진풍
此時無限味 惟在兩人同
차시무한미 유재양인동
다리는 야삼경 달빛아래 춤추고
이불은 한바탕 바람이이네.
이때 무한한 맛은
오직 두 사람만이 함께 알리라.
* 장난한것이 미안한 나머지 이렇게 가련을 달래며 안아주었을 것이다.
함박눈에 갈길 잊었노라
기생 가련의 집에 머물고 있는동안 어느 듯 가을이 지나고 밖에는 첫 눈이 내렸다.
가련에게 빠진 그는 지금 그녀와 함께 강 언덕으로 올라가서 눈을 맞으면서 눈에 대한 감상에 젖어있다.
雪景 설경
飛來片片三月蝶 踏去聲聲六月蛙
비래편편삼월접 답거성성유월와
寒將不去多言雪 醉或以留更進盃
한장불거다언설 취혹이유갱진배
* 蝶 ; 나비 접 蛙 ; 개구리 와
날리는 하나하나가 삼월의 흰 나비 같고
밟아 가는 소리소리는 유월의 개구리 울음 같구려.
동장군은 가지 않고 흰 눈을 핑계 되네.
술에 취해 혹 더 머물게 될까 하여 거듭 잔을 드는구나.
마지막 시구에 감동을 받은 可憐(가련)은 그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몸과 마음이 한 덩어리가 되어 행복했다.
몇 날을 계속 눈이 내렸다.
버드나무 주막에서 술을 청해 놓고 한 수 읊었다.
雪설
蕭蕭密密又霏霏 故向斜風滿襲衣
수수밀밀우비비 고향사풍만습의
澗邊獨鶴無愁語 木末寒鴉凍不飛
간변독학무수어 목말한아동불비
從見江山颺白影 誰知天地弄玄機
종견강산양백영 수지천지농현기
强近店婆因問酒 緬然醉臥却忘歸
강근점파인문주 면연취와각망기
* 蕭 ; 맑은대쑥 소 霏 ; 눈펄펄내릴 비 襲 ; 엄습할 습
颺 ; 날릴 양 弄 ; 희롱할 농 緬 ; 가는실 면
蕭蕭 ; 바람이나 빗소리의 쓸쓸 함
颺白影 ; 눈이 날림
緬然 ; 깊이 생각하는 모양
쓸쓸이 흩날리는 함박눈은
바람에 날려 옷을 함부로 적시는 구나.
물가의 한 마리 학은 수심에 겨워 울지도 않고
나무 끝에 웅크린 까마귀도 얼어 날지를 못 하네.
누구나 이 강산 자욱이 흩날리는 백설을 보련만은
어느 누가 천지의 玄妙(현묘)한 조화를 알 수 있으리오.
내 굳이 가까운 주막 노파에게 한 잔술을 청해
생각에 잠겨 취해 누우니 돌아 갈 것을 잊었노라.
일년을 可憐(가련)과 같이 시를 읊고 술을 마시며 잘 지냈지만 내일이면 고향으로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집에 한 그루 있는 홍매화가 활짝 핀 것이 보였다.
<思鄕(사향)>이란 제목을 붙이고 시를 지어 읊어본다.
思 鄕 사향
皇州古路杳如天 日下芳名動小年
황주고로묘여천 일하방명동소년
嬉笑文章蘇學士 風流詞曲柳屯田
희소문장소학사 풍류사곡유둔전
遊淸薊樹浮煙海 別語灣燈明玉盞
유청계수부연해 별어만등명옥잔
未識今宵能億我 寒梅老屋坐蕭煙
미식금소능억아 한매노옥좌소연
* 蘇學士 ; 東坡 蘇軾을 말함
柳屯田 ; 柳宗元 (773-819)당송대 8대가의 한사람 13간이나 변방 에 유배되었기
때문에 둔전이라 부른 듯 하다.
薊 :삽주 계(여러해살이풀)
灣 ;물굽이 만
皇州(황주) 옛 길이 하늘 같이 이득 한데
지난날 빛낸 이름이 내 마음을 흔드는 구나.
즐거움을 부르는 문장으로는 소동파가 으뜸 이오.
풍류를 노래함은 유종원이 으뜸 일세.
노니는 정은 안개 바다에 삽주 나무 떠 있는 듯한데
이별의 말은 나루터 등불에 옥잔에 비치는 듯 하네.
모르겠네, 이 밤에도 나를 생각하고 있는지
홍매화 핀 낡은 집에서 쓸쓸하고 외롭게.......
닭의 홰치는 소리가 잔잔한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김삿갓의 팔을 베고 옆에 누워 있었다.
이때 댓잎을 스쳐가는 바람 소리처럼, 조약돌을 건드리고 흘러가는 여울 물 소리처럼 可憐(가련)의 노래 소리가 아름답게 들려왔다.
얼음 위에 댓잎 자리 펴고
임과 함께 누워 얼어 죽을망정
정 나눈 오늘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아 ! 임이여!
평생 여읠 줄 모르고 지냅시다.
아 ! 임이시여!
* 고향으로 갈려니 가련과 헤여 져야 한다는것을 생각한 김삿갓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 김삿갓은 이제 떠나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마음뿐이었다.
可憐(가련)에 대한 미련도 떨칠 수 없지만, 더욱 고향의 어머니 생각에 괴로움이 여간 아니었다는 것
을 이 시에서 읽을 수있다.
맺은 정 어찌 변하랴
落花 吟
落花吟 낙화음
曉起翻驚滿山紅 開落都歸細雨中
효기번경만산홍 개락도귀세우중
無端作意移黏石 不忍辭枝到上風
무단작의이점석 불인사지도상풍
鵑月靑山啼忽罷 鷰泥香逕蹴金空
견월청산제홀파 연니향경축금공
繁華一度春如夢 坐嘆城南頭白翁
번화일도춘여몽 좌탄성남두백옹
* 翻驚 ; 크게 놀라다 都歸 ; 모두~ 사이에 돌아가다.
無端 ; 끝이 없는 것 不忍 ; 차마~ 하지 못함
새벽에 일어나니 깜짝 놀랄 만큼 산이 붉게 물들었으니,
피고 지는 꽃이 모두가 가랑비 속에 잠겨 드는데.
끝없는 마음으로 돌 위에 옮겨 붙이고
가지를 못 잊어서 인가? 바람 타고 돌아가기도 하네.
靑山(청산)에서 밤에 울던 두견새는 문득 울음 그치고
진흙을 차고 오른 제비, 향기 나는 길 위의 하늘을 나네.
번성하고 화려한 봄 한번 지남이 꿈만 같아서
城南(성남)의 머리 흰 노인이 앉아서 탄식을 하는구나.
곧 이별을 해야 하지만 가슴속에 가득 찬 행복감이 김삿갓은 눈으로 눈물을 밀어 내는 것 같았다.
“영월의 집이 그리십니까.?”
시를 읊던 모습을 본 가련이 말하였다.
“..........”
“그리 하셨다 해도 하는 수 없지요. 당연한 일이라 해야 하겠지요?”
그가 살짝 한숨을 내 쉬면서 말했다.
낮고 깊은 신음을 토해 내면서 울음 섞인 말을 하였다.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 언제 까지나.....,”
“물론이오. 사랑하오,! 사랑하오, 가련...!”
* 이시는 고향의 마대산 철쭉곷이 질때의 모습을 그리면서 고향 생각을 하면서 지은것 같다,
可憐(가련)은 흐느끼고 있었다.
김삿갓이 詩(시)를 읊어서 가련을 달래본다.
衆鳥同枝宿 天明各自飛
중조동지숙 천명각자비
人生亦如此 何必淚沾衣
인생역여차 하필누첨의
새들은 모여서 같은 나무 가지에 자지만
날이 밝으면 각각 스스로 날아 가 버린다.
사람도 이와 같거늘
어찌하여 그대는 눈물로 옷깃을 적시나.
김삿갓이 시를 읊는 동안 흐느끼고 있던 가련이 목을 놓고 우는가싶더니, 고개를 들어 먼 곳에 시선을 보내면서 시를 읊기 시작했다.
可憐夜鳥泣秋灰 咽流寒沙轉蕭哀
가련야조읍추회 인류한사전수애
綿綿餞別郎詩笠 疑是月仙地徘徊
면면전별랑시립 의시월선지배회
* 咽 ; 목구멍 인 綿 ; 이어질 면 餞 ; 전별할 전
가련은 가엾는 새와 함께 회색 가을밤에 우노니
목매여 흐르는 강가의 찬 모래밭이 쓸쓸하고 슬프도다.
사랑하는 임의 삿갓을 보내며 끝내 잊지 못해 하노니
달 속에 신선이 지상에 와서 헤매는가 하노라.
김삿갓 답시를 고려가요 <西京別曲(서경별곡)>을 읊으면서 가련을 달랜다
縱然岩石落珠璣 纓縷固應無斷時
종연암석락주기 영루고응무단시
與郞千載相離別 一點丹心何改移
여랑천재상이별 일점단심하개이
* 縱 ; 늘어질 종 纓 ; 끈 영 縷 ; 실 루(누)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 흩어진들
꿴 끈이야 끊어질 때가 있으랴
임과 천 년을 서로 헤어져 있더라도
한 조각 맺은 정이야 어찌 변하랴.
* 이리하여 김삿갓은 可憐(가련)과 두번째의 이별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 회고 하여 읊어본다
세상을 한바퀴돌고 돌어온 김삿갓은 영월 산골에서 농사 지으며 은거하기로 생각 하였지만, 살아온 지난 과거를 회고하니 앞으로의 일이 아득하고 아득했다.
서글픈 생각에 그는 스스로 시를 읊어본다.
自顧 遇吟 자고우음(자신을 뒤돌아보고 읊음)
笑仰蒼穹坐可迢 回思世路更迢迢
소앙창궁좌가초 회상세로갱초초
居貧每受家人謫 亂飮多逢市女嘲
거빈매수가인적 난음다봉시여조
萬事付看花散日 一生占得明月宵
만사부간화산일 일생점득명월소
也應身業斯而已 漸覺靑雲分外搖
야응신업사이이 점각청운분외요
* 謫 ; 귀양갈 적 嘲 ; 비웃을 조 遙 ; 멀 요(료)
占得 ; 점거 하여 而已 ; 한정 종결사로, ~ 일 뿐이다.
웃으며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앉으니 더욱 멀고
세상 살아온 길 회상하니 더욱 아득 하구나.
가난하게 살다보니 매일 집안사람 핀찬만 받고
어지럽게 술 마시니 여인들의 조롱도 많구나.
만사를 꽃을 보며 날을 보내는 것에 의지하고
일생을 달 밝은 밤을 바라보듯 지내 왔네.
내가 타고난 운명이란 겨우 이 정도뿐이니
점점 청운의 꿈이 멀어져 감을 깨달았노라.
자신의 험난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니 처량하기 그지없다.
희망했던 청운의 꿈은 분수 밖으로 생각하고 체념해 버렸다.
이제 대자연속으로 悠悠自適(유유자적)하여 시인으로서 살아가고 싶어 명산을
찾아 집을 나설것을 생각한다
* 이 시는 두변째 방랑의 길을 떠나기 전에 집에 있을때에 자탄하여 지은것으로 보이며 널리 알려진 대
표작이다
익균이는 아버지의 심정은 헤아리지도 못하고 그저 해설만 들으면서 뛸 듯이 좋아하는데, 마누라가 소쿠리에 참외를 따 가지고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는「네 아버지가 얼마나 잘난 양반인지는 모르겠다마는 너 만은 제발 아버지를 닮지 마라.」하고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아버지라도 남편으로서는 원망스럽기만 한 모양이었다. 마누라가 번번이 원성을 늘어놓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훌쩍 집을 나가서 수년동안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어떤 마누라가 그 남편을 원망하지 않을 것인가.
김삿갓은 죄인이라도 된 듯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담담히 참외 하나를 집어 아내에게 권한다.
오래 만에 원망스럽던 남편에게서 따뜻한 정을 느낀 아내는 눈시울을 붉히며 참외를 받아 깎는데, 익균이는 깎지도 않은 참외를 정신없이 먹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참외에 대한 시를 지어 달라고 보챈다.
外貌將軍衛 겉모양은 위장군과 흡사하고
中心太子燕 속마음은 연나라 태자를 닮았구나.
汝本地氣物 너는 본시 땅 기운을 받아 태어났는데
何事體天圓 어째서 하늘처럼 둥글게 생겼느냐.
고사를 인용하여 지은 어렵고도 익살스러운 시였기 때문에 익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꼬치꼬치 캐묻고, 김삿갓은 알아듣기 쉽도록 자세히 설명을 한다.
「그 옛날 漢나라에 衛靑이라는 유명한 장수가 있었느니라. 그러기에 나는 참외빛깔이 푸른 것을 푸르다고 직선적으로 말하지 않고, 衛將軍과 같다고 푸른 빛깔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란다. 그리고 중국춘추시대에 燕나라 太子 중에 丹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가 있었단다. 그래서 참외 속이 붉은 것을 연나라 태자 같다고 간접 표현한 것인데, 이런 것들은 시를 짓는데 있어서 하나의 멋이란다.」
익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다음은 다 알겠다는 듯이 「참외는 땅의 기운을 받아 자랐기 때문에 모양새가 땅처럼 평평하게 생겼어야 옳을 것인데, 어째서 하늘처럼 둥글둥글하게 생겼느냐는 표현은 퍽 재미있네요.」하고 웃는다.
김삿갓은 어린 아들의 시 감상력에 거듭 놀라고 감격스러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가슴 속은 미여지는 것만 같았다. 마누라는 아들이라도 장차 대과에 나가 장원급제하기를 바라는 모양이지만, 할아버지의 대죄를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세상은 허상이다.
방랑길의 동행자가 지루함을 들기 위하여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마을에 앞뒷집에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이 살았는데 어느 날 밤에 바람이 무척 세게 불었다고 하였다.
그 다음날 아침에 두 사람이 만나서 지난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앞집 사람이 바람이 어찌 세게 불었는지 우리 집 뜨락에 있는 맷돌이 날아가 없어졌다 하고 말 하였다.
뒷집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아-- 그 맷돌이 당신네 것이구먼, 우리 집 헛간 모퉁이에 있는 거미줄에 맷돌 하나가 걸려 흔들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말이야......,”
김삿갓은 속이 시원하게 크게 웃었다.
이런 이야기로써 피곤을 들어주고 지루한 시간을 넘기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하니 詩句(시구)가 떠올랐다.
虛言詩 허언시(거짖말 시)
靑山影裡鹿抱卵 白雲江邊蟹打尾
청산영리녹포란 백운강변해타미
夕陽歸僧髻三尺 樓上織女閬一斗
석양귀승계삼척 루상직녀낭일두
* 蟹 ; 게 해 閬 ; 불알 낭(높은문 랑)
푸른 산 그림자 속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는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 나 되고
베틀 위에서 베 짜는 계집은 불알이 한 말(斗)이다.
* 이 시는 역설을 통해서 당시 사회상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드러내는 시이다.
세상을 비웃고, 세상은 모두가 허상이다, 모두 헛된 말 장난이다. 이 세상 사람이 살아가는 꼴
이 허망 되고 거짓으로 만 보였다.
방랑길에 동행자가 있어 지루함을 들기 위하여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마을에 앞뒷집에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이 살았는데 어느 날 밤에 바람이 무척 세게 불었다고 하였다.
그 다음날 아침에 두 사람이 만나서 지난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앞집 사람이 바람이 어찌 세게 불었는지 우리 집 뜨락에 있는 맷돌이 날아가 없어졌다 하고 말 하였다.
뒷집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아-- 그 맷돌이 당신네 것이구먼, 우리 집 헛간 모퉁이에 있는 거미줄에 맷돌 하나가 걸려 흔들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말이야......,”
김삿갓은 속이 시원하게 크게 웃었다.
이런 이야기로써 피곤을 들어주고 지루한 시간을 넘기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하니 詩句(시구)가 떠올랐다.
虛言詩 허언시(거짖말 시)
靑山影裡鹿抱卵 白雲江邊蟹打尾
청산영리녹포란 백운강변해타미
夕陽歸僧髻三尺 樓上織女閬一斗
석양귀승계삼척 루상직녀낭일두
* 蟹 ; 게 해 閬 ; 불알 낭(높은문 랑)
푸른 산 그림자 속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는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 나 되고
베틀 위에서 베 짜는 계집은 불알이 한 말(斗)이다.
* 이 시는 역설을 통해서 당시 사회상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드러내는 시이다.
세상을 비웃고, 세상은 모두가 허상이다, 모두 헛된 말 장난이다. 이 세상 사람이 살아가는 꼴
이 허망 되고 거짓으로 만 보였다.
인심 좋은 마을에서
나무그늘의 정자 위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삿갓 양반! 이리 와서 탁주 한 잔 하시구려.”
김삿갓이 쉬어 갈려고 하는데 누가 먼저 불렀다.
“고맙소이다.”
술상 옆 자리에는 장기를 두고 있었다.
물끄러미 장기 두는 모습을 보니 詩想(시상)이 떠올라 즉흥시를 읊었다.
將棋 장기
酒老詩豪意氣同 戰場方設一堂中
주노시호의기동 전장방설일당중
飛包越處軍威壯 猛象蹲前陳勢雄
비포월처군위장 맹상준전진세웅
直走輕車先犯卒 橫行駿馬每窺宮
직주경차선범졸 횡행준마매규궁
殘兵散盡連呼將 二士難存一局空
잔병산진연호장 이사난존일국공
* 猛 ; 사나울 맹 蹲 ; 웅크릴 준 駿 ; 준마 준
駿馬(준마) ; 잘 달리는 우량한 말
술동무 글동무 의기가 투합 하더니
정자에 높직하게 싸움터 차렸구나.
包(포)가 날아가 떨어지는 곳에 군의 위엄이 장하고
사나운 象(상)웅크리고 있으니 앞의 전세 웅장 하다.
직진하는 경쾌한 차는 먼저 졸을 무찌르고
모로 달리는 날센 馬(마)는 궁궐을 노린다.
남은 군사 흩어져 죽고 연신 장 받으라 호통 치니
둘 남은 士(사)도 옆에서 호위하기 어렵다.
시를 읊고 있는데 장기 두던 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 했다.
한사람이 두 번이나 물러 주었는데 다른 한 사람은 한번도 물러주지 않아 싸우는데 서로 비난 하는 말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요런! 벙거지 조각에 콩 고물 부쳐 먹을 인간 아닌가?”
“자네 염치는? 남의 대사에 갔다가 병풍 지고 올 놈 아닌가?”
거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속담을 인용해서 서로 염치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있었다.
김 삿갓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거 아무것도 아닌 일로 뭘 그러시오? 과객이 두 분을 두고 시를 한 수 지어 볼 테니 그만 들 하시고 들어 보시겠소이까?”
“그것 좋겠구먼, 어디 한번 읊어 보시오.”
竹 詩 죽시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이 대로 저 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다, 그러면 그러다, 그대로 두고.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하고
장거리 흥정은 시세대로 하세.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하느니만 같지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 대로 그냥 지나가세.
* 此竹(차죽) ; 이 차(此)+대나무 죽(竹)=이대로
彼竹(피죽) ; 저 피(彼)+대나무 죽(竹)=저대로
竹(죽) ; 대나무 죽 한자의 훈을 빌려서 표현하였다.
싸우던 두 사람은 눈만 멀뚱하게 아무 말이 없었다.
김삿갓 에게 계속 술을 따라 주던 사람이,
“어쩐지 풍모가 범상치 않다 했소만, 그렇게 말 하듯이 시를 지을 수 있단 말이요, 우리가 주고받은 말이 그렇게 詩(시)가 되었네요, 그 <是是非非付彼竹>이란 대목은 옳으면 옳다, 그러면 그러다, 그대로 두세.”
“핫핫핫 하하하....., 그래야지요, 장기 잘 두고 싸울 일 없지요!!.”
* 싸우던 사람 화해 하였고 인심좋은 이마을에 몇 일을 묵고 잘 지냈다는 이야기며 이 竹詩(죽시)는 운과
음을 섞어 지은 대표작이며 내용 또한 걸작인 것이다.
금강산 유람
산골에서 이십여 년을 살아온 김삿갓 이지만 이런 절경은 처음 이었다.
극락의 광경을 보고 있음 이었다.
살아서도 극락에 와 있다고 생각 하였다.
밀려온 구름이 시야를 가리었다.
희푸른 구름 속에 두둥실 떠 있는 기분이었다.
그 절경에 만취되어 삿갓을 벗고 이마에 솟은 땀을 닦으면서 즉흥시를 읊어본다.
賞景 상경
一步二步三步立 山靑石白間間花
일보이보삼보립 산청석백간간화
若使畵工模此景 其於林下鳥聲何
약사화공모차경 기어림하조성하
* 模 ; 법 모(模範) 聲 ; 소리 성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 그 에게 있어 자연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었다.
방랑 의 동반자요, 거처 가 되었으니 발길이 닿는 산천경계는 모두 그의 노래가 되었다.
경치에 감탄한 나머지 入金剛(입금강)하면서 한 수 더 읊었다.
入金剛 입금강
綠靑碧路入雲中 樓使能詩客住笻
록청벽로입운중 누사능시객주공
龍造化含飛雪瀑 劍精神削三千峰
용조화함비설폭 검정신삭삼천봉
仙禽白幾千年鶴 澗樹靑三百丈松
선금백기천년학 간수청삼백장송
僧不知吾春睡腦 忽無心打日邊鐘
승부지오춘수뇌 홀무심타일변종
* 吾春睡腦 ; 봄에 취한 나의 달콤한 꿈
짙푸른 산길 따라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숲속 누각이 詩客(시객)으로 하여금 지팡이를 머물게 하도다.
눈이 날리듯 쏟아지는 폭포수는 용의 조화이고
삼천 봉우리 깎아 세움은 신의 칼 솜씨 이련가.
신선의 흰 새는 몇 천 년 된 鶴(학)이요.
냇가의 푸른 수림은 삼백 길 소나무라네.
무정타 스님은 봄에 취한 나를 알지 못 하고
무심히 鐘(종)을 쳐 正午(정오)를 알리는구나.
* 아름답게 펼쳐진 대자연의 장관을 읊은 시이다.
속세를 멀리하고 선경에 노니는 시인의 자유분방함을 엿볼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금강산 絶景(절경)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이렇게 즉흥시를 읊었다.
金剛山 금강산
萬二千峰歷歷遊 春風獨上衆樓隅
만이천봉역역유 춘풍독상중루우
照臨日月圓如鏡 覆載乾坤小似舟
조임일월원여경 복재건곤소사주
東壓大洋三島近 北撐高沃六鰲浮
동압대양삼도근 북탱고옥육오부
不知無極何年闢 太古山形白老頭
부지무극하연벽 태고산형백로두
* 隅 ; 모퉁이 우 覆 뒤집힐 복 鰲 ; 자라 오(鼇)
闢 ; 開闢의 뜻임,
歷歷遊 ; 차례 데로 유람하다.
東壓 ; 동쪽을 굽어보다
北撐 ; 북쪽에 버티어 있다.
일만 이천 봉 차례 데로 유람 하여
봄바람에 나 홀로 여러 누각 모퉁이에 올랐도다.
거울과 같은 日月(일월) 비춰주니
아득히 먼 천지가 한 척의 조각배 같구나.
동쪽을 굽어보니 바다에는 삼도가 보이고
북쪽에는 기름진 여섯 자라가 떠있는듯 준령이 버티고 있네.
어느 때 천지가 이렇게 생겨났는지 모르겠으나
태고 산의 생김새가 백발처럼 높은 산에 흰눈이 쌓였구나.
금강산의 만회암
두 칸인 법당과 寮舍寨(요사채)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萬恢庵(만회암)에 도착 하였다.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기를 청하였으나 거절하는 것이었다.
절에서 문전박대 하는 것이었다.
김 삿갓은 시 한 구절을 외치듯이 읊었다.
예의도 모르고 왜 떠들어 대느냐? 고 응수한 것이다.
溪聲激潺湲 山色聳巃聳
계성격잔원 산색용농용
雖云縱性遊 非禮卽勿動
수운종성유 비례즉물동
계곡 물소리 잔잔하게 들려오고
산 빛 우뚝우뚝 솟아있구나.
내 비록 멋대로 살아왔다지만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으리라.
닫혔던 법당 문이 벌컥 열렷다.
金時習(김시습)의 시 <放言(방언)>이었다.
百尺丹岩桂樹下 紫門久不向人開
백척단암계수하 자문구불향인개
今夕忽遇詩仙過 喚鶴看庵乞句來
금조홀우시선과 환학간암걸구래
* 桂 ; 계수나무 계 喚 ; 부를 환 鶴 : 선비로 표현 함
乞 ; 빌릴(구걸) 걸
백 척되는 신선바위 계수나무아래
찾는 이 없어 사립문 오래 닫혀 있더니.
오늘 저녘 홀연히 지나는 詩仙(시선)을 만나
신선의 선비를 암자로 불러 시를 청 하도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아주 점잖은 내용이었다.
더구나 김삿갓을 詩仙(시선)이라 추겨 세우기도 하였다.
그리고 詩(시)를 청 하였다.
김삿갓의 생각에 예를 다해 반기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또 회답 시를 읊었다.
矗矗尖尖怪怪奇 人仙神佛共堪疑
촉촉첨첨괴괴기 인선신불공감의
平生詩爲金剛惜 及到金剛不敢詩
평생시위금강석 급도금강불감시
* 矗 ; 우거질 촉 尖 ; 뾰족할 첨 堪 ; 견딜 감
우뚝우뚝 뾰족뾰족 괴상하고 기묘하여
사람도 신선도 부처도 모두 놀라네.
평생 금강산을 사랑하여 시를 지으려 했지만
막상 금강산에 이르러서니 감히 시를 지을 수 없네.
그가 법당에서 나왔다.
“나는 空虛(공허)이래요, 어서 들어갑시다. 실로 오래 만에 좋은 동무를 만난 것 같소이다. 아까는 결례를 했구만요.”
“결례라니요, 밤에 찾아 와서 생 때를 쓴 사람이 결례지요. 이 사람 金笠(김립)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이리하여 그들은 친구가 되었고 만회암에 묵으면서 금강산유람을 편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명산에 올라 시읊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해가 지기 전에 다시 萬恢庵(만회암)으로 돌아갈 작정 이었지만 끝 내 달빛에 의하여 걸어야 했다.
안내원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밤이 이슥하여 도착하니,
“나는 삿갓공이 비로봉 경관에 넋이 팔려 금강산 신선이 되고만 줄 알았소이다. 헛헛헛 허허.......”
법당의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던 공허스님이 달려 나오면서 하는 말이었다. 방으로 들어가자 곧 상을 내어 와서 술을 권 하면서,
“그래....., 구경은 잘 하였소?”
“예 잘 했습니다.”
“그럼...., 어떤 것을 보았소?”
“글쎄요 한차례 황홀한 꿈을 꾸고 난 것 같습니다.
松松栢栢岩岩廻 水水山山處處奇
송송백백암암회 수수산산처처기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 사이를 돌아서
물과 물 산과 산 곳곳마다 기묘 하더라.
금강산의 기기묘묘한 절경을 노래한 시로 같은 글자를 두 자씩 반복하여 알기 쉽게 표현한 걸작품 이다.
일단 금강산에 들었음은 仙界(선계)에 든 것이나 다를 바 없을진대 비로봉 허리에서 사흘을 지냈으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시의 제목을 달리 붙일 이유가 없었다.
矗矗金剛山 高峰萬二千
촉촉금강산 고봉만이천
遂來平地望 三夜宿靑天
수래평지망 삼야숙청천
우뚝우뚝 솟은 금강산 높은 봉우리 일 만 이 천,
평지를 향해 내려오니 사흘 밤을 하늘에서 지냈더라.
금강산 유산에는 萬恢庵(만회암)이 김삿갓 에게는 더할 수 없는 좋은 곳 이었다. 더구나 공허스님의 친절한 배려에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곧 공허스님과도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 하니 감회에 젖어 공허 선사 앞에서 즉흥시를 지었다.
묘향산을 오르는데 스님과 동행 하게 되었다.
첫댓글 휴우~ 무지하게 깁니다^^.한문공부 제대로 시키시려 올리셨네요.ㅋ
사실은 제가 중 1때 이것과 같은 내용의 김삿갓 전과 또 삼국지를 그 기개에 매료되어 경전처럼 읽고 또 읽으며 옥편을 뒤져가며 아예 외워버리다시피햇던 것이었습니다. 인상깊은 기억은 여자들과의 대목에서 아하 글이 뛰어나면 이런 일도 일어나는 멋진 시대였네 상상하며 DDR하기도 했었지요. ^ ^ 그런데 우연히 제 칼럼 닉을 치고 찾아 수십개를 몽땅 긁어 온 것인데 정말 김삿갓은 기찬 문장가입니다. 그런데 잘못 긁어 거꾸로 되어 바로잡고 '삶' 카데고리에 간결하게 수정 편집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