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_연중14주간 목요일_충실한 분
‘충실하다’는 곧 ‘충직하고 성실하다’를 의미합니다. 문맥에 따라 사람의 태도나 사물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어떤 물건이 여러 부가 기능은 없지만, 한가지 기본 성능에 충실하다 말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기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습니다.
헌데, 오늘의 이 표현은 하느님께 쓰입니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에게 언제나 충실하십니다. 요컨대, 호세아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로 표현합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해도 하느님께서는 계속 충실하고, 당신 사랑으로 늘 끊임없이 돌아오는 아들을 받아들이려고 팔을 벌리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흩어진 당신의 자녀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때론 사자처럼 소리를 쳐서 원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십니다.
하느님의 충실하심이 향하는 방향을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가정방문을 다니면서, 어느 집이든 현관을 들어설 때면 우렁찬 소리로 평화를 빌어드립니다. 많은 교우들이 가정방문을 부담스러워 하셨습니다. 집을 치우고,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할지를 서로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윽고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할 때에, 이제는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초조하다고 하십니다.
신부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입맛이 제각기이듯, 가정의 분위기도 모두 달랐습니다. 집중하고, 경청해야 하는 순간들이 쉽지 않습니다. 즐겁게 한껏 웃어젖힐때도 있지만, 한껏 사무치는 슬픔을 위로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함께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충실성에 기대는 것이 최선임을 깨닫습니다.
각자의 집에서 잘 보이는 곳에 걸려있는 고상과, 성상들에 친구(입맞춤)을 하거나, 두 손으로 부여잡고 기도를 드립니다. 성모상의 손을 잡을때는 전구를 청합니다. 언제나 저버림이 없으신 성모님께 전하여 구합니다. 좋으신 하느님의 충실하심을 찬미하는 방식입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말라는 말씀을 들으면, 무전 여행이 생각납니다. 어느 수도원에서 서원을 앞두고 보내는 무전 여행은 규칙이 꽤 까다롭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먼저 밝히지 말 것. 먹을 것도, 잠을 잘 곳도 청하여 얻을 것, 필요 이상의 돈을 청하지도, 받지도 말 것, 모든 계획을 사전에 수립하고 계획에 따라 움직일 것등이 있습니다.
한번은 회계사를 준비하는 학생을 데리고 살았는데, 그 학생이 목표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회계법인에서 퇴사를 하고 수도원에 입회하여 무전여행을 하는 수도자와 만난 적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대화를 나누다 먼저 눈치를 챘지만, 일부러 모른척 했습니다. 회계사를 준비하는 학생, 회계사를 그만두고 무전여행을 다니던 수도자, 그리고 그 수도자에게 잠과 식사를 제공하는 신부, 식사를 마치고 하루를 마칠 때 비로소 자신이 무전 여행 중이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누군가 열심히 준비하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살았지만 다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수도자의 길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그 둘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준비해 줄 수 있던 기회가 있었던 저의 만남은 서로에게 하느님의 섭리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