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하면 흑산도 홍어회를 들 수 있고, 목포와 광주 등 전남 대부분의 지역에서 잔칫상에 홍어가 빠지지 않는다. 그것도 삭힌 것, 즉 죽어있는 것을 먹는다. 이에 비해 여수는 홍어보다도 가오리를 즐겨 먹는다.
가오리와 홍어는 같은 홍어목에 속해서 일반인이 구분하기가 쉽지를 않는다. 특히 여수에서는 노랑가오리회를 더 찾는다. 아직 싱싱한 것을 껍질을 벗기고 된장에 푹 찍어 먹는 재미는 막걸리와 소주를 즐기는 애주가들의 안줏감으로 최고이다.
최근 들어서 자연산 물고기 회가 드물면서 가오리 새끼인 간재미를 바다에서 잡아 곧바로 수족관에 넣어 살려서 회를 떠서 먹는다. 서해안 쪽에서는 간재미라고 하지만 여수에서는 그냥 가오리회라고 말한다.
껍질 채로 썰어서 먹는 경우와 미끄러운 껍질은 벗기고 살만 먹는 경우가 있다. 대체적으로 연골로 된 가오리는 부드럽기 때문에 바로 먹어도 되지만, 껍질 채 먹으면 조금 질긴 편이다. 껍질이 있으면 가오리를 먹는 기분이 든다고 해서 일부러 껍질 채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횟집에서 보면 반가운 주문인 셈이다.
4년 전 쯤엔가 우리들이 우연찮게 발견한 곳이 바로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진목마을, 정확히 말하면 백초 초등학교에서 돌산 동해안 쪽, 조선소를 지나 막다른 곳에 풍성가든이라는 식당에서이다. 전주에서 시집오셨다는 맛깔스럽게 음식을 만드시는 안주인께서 군내리 어판장에서 산채로 사오셔서 요리를 만드셨다.
오동도 뒤편을 바라보면서 여수항으로 꼬리를 물고 드나드는 외항선과 조그마한 어촌 부둣가에 매어져 있는 고깃배를 보면서 회를 먹는 재미는 또 다르기 때문에 간혹 찾았다. 해가 지면 오동도 등대 불빛이 서치라이트처럼 바다를 한 바퀴 돌면서 비추는 모습에서 경계 초소같은 분위기에 빠질 수 있다. 뼈꼬시나 가오리회가 없다는 전화에 발걸음을 뚝 끊은지 1년도 넘은 지난 6월 23일에 새롭게 가오리회를 먹었다.
이곳 말고도 여수에서는 살아있는 가오리 새끼를 회로 만들어 주는 곳이 무선지구에 십장생 식당과 율촌면 봉전리 소뎅이마을 소뎅이가든식당이 있다.
가오리회는 무조건 양념 된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다. 귀한 살아있는 가오리를 기껏 초고추장에 비벼서 먹는 회 무침은 아까워서 그런지 모른다. 더 별미는 홍어애국을 연상시키는 가오리탕이다. 된장을 진하게 풀고, 회 뜨고 남은 뼈와 머리, 거기에다 산 가오리 한 마리를 더 넣어서 푹 끓이면 그 맛은 죽여준다.
썩힌 홍어회도 별미이지만 싱싱한 가오리를 즐겨먹는 여수사람들의 가오리 사랑은 남다르다. 가오리찜도 빼놓을 수 없다. |
출처: 여수앞바다 원문보기 글쓴이: 여수앞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