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 마을의 축제 *
김 점 순
금산으로 가는 9시30분 고속버스를 타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식구들을 위한 아침을 준비 하는데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비가 온다. 매년 사월 넷째 주 토요일로 정해진 총 동문회지만 궂은 날씨에 가야할지 망설이는 내게 남편이 충청도는 햇볕이 쨍 할 것이니 서둘러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타고 차내에 설치한 TV에서 보여주는 영화도 보고, 눈이 피로하면 창밖으로 눈을 돌려 뒤로 달음질치는 봄 산의 수채화를 감상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달래본다. 연두빛 신록과 산 벗꽃이 거뭇한 밑그림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 빗속에 고요한 풍경이 아름답다.
봄비에 젖은 ‘금강초등학교 총 동문회 큰 잔치’ 라는 플랭카드가 교문에 걸리고, 운동장에서 축구와 족구 경기를 설명하느라 마이크 소리는 웅웅대고 친구와 함께 타고 온 차를 세울 곳이 없을 만큼 학교 입구부터 복잡한 주차장이 되어있다. 실비가 내리고 있지만 체육대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학교 건물 한켠에는 주최하는 19기수가 따뜻한 식사와 음료로 봉사하느라 마음이 바쁘다. 늦게 도착한 나를 친구들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함께 점심을 맛있게 먹고 게임 응원도 했다. 잔치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노래방 기기를 틀어놓고 연신 맛깔 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기수가 축구와 족구는 해마다 일등을 해서 종합 우승을 했는데 올해는 십년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친구들은 못내 아쉬워했지만 기우는 나이를 어찌 감당하랴! 끝나고 선물 추첨이 있다. 상품에 당첨이 되는 운은 내게 없는지라 덤덤히 서있는데 웬일인지 두 번이나 호명 되어 재미를 더했다. 올해 주최한 후배 기수는 상품도 풍성하게, 음식도 맛있고 정갈하게 준비해서 봉사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전년도에 우리 기수가 주최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얼마나 힘든지 짐작이 간다. 내년에 또 만남을 기약하고 동문회는 끝이 났다.
금강초등학교는 금강 상류 충청남도 금산군 제원면에서 1.5Km쯤 달려가면 저곡리의 중앙에 마치 의자 모양의 구릉에 열게 남짓 교실을 이어놓은 교사가 의자에 한가로이 앉아 있는듯 한 형상이다. 폐교 된지 10여년 되어 지금은 교사를 생태 박물관으로 이용하려고 말끔하게 리모델링을 해 예전의 모습을 느낄수는 없지만 깨끗하게 단장된 모습이다. 이곳에서 사십여년 전 코흘리개 개구쟁이로 우리의 유년을 보냈던 곳이다. 네 개 마을에서 모인 전교생이 육백여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용한 산골의 등굣길은 소란했다. 친구들과 재잘대며 가는 길은 멋진 풍경화가의 그림 속에 내가 있는 듯,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다. 친구들 부모님까지 알고 형제들도 모두 선후배여서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작은 학교였다.
총동창회가 끝나면 우리16기만 따로 모여 펜션에서 일박 하면서 그간 못 다한 이야기도 하고 노래방기기를 이용해 노래도 하고, 놀다가 피곤하면 모두 긴 하루를 뒤로하고 곤한 잠에 떨어진다. 마치 오랫만에 만난 형제자매처럼 스스럼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우기가 되면 종종 강 건너에 사는 친구들은 갑작스럽게 범람하는 강물 때문에 친구들 집에 가서 자기도 하고 선생님은 일찍 하교시키기도 하신다. 그래서 일까 오십 중반 친구들이 모두 형제자매처럼 편안하다. 그곳에서 인삼어죽 맛 집을 하는 친구가 간 해독에 최고라는 다슬기 국을 꿇여 놓고 데리러 오면 친구들은 밤 늦도록 마신 술 때문에 쓰린 속을 다슬기 해장국으로 푼다. 뿐만 아니라 다슬기 잡던 이야기는 우리의 아련한 추억속으로 데려다 준다.
아침을 먹고 일찍 연고지로 떠나는 친구도 있고, 더러는 강물을 따라 잘 다듬어진 도로를 자동차로 달려 추억을 더듬으며 드라이브도 해 보고, 지금은 관리를 하지 않아 홍수에 휩쓸린“상도” 촬영지가 있는 제원면 용화리 마달피에 가면, 중국과 교역하며 조선후기 최대의 거상이었던 200년 전의 인물 임상옥의 삶의 방식을 그린 드라마 중의 일부를 이곳에서 촬영을 해서 조금은 알려진 곳이 있다. 그곳 주변 자연환경은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높은 산과 넓은 강, 부리면 어제리에서 휘돌아 오는 물길로 오랜 세월동안 침식된 바위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금강은 전북 장수군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진안 금산을 경유하여 영동 옥천, 공주, 논산 대청댐에 잠시 머물다 서해로 방류된다. 진안의 용담다목적 댐이 90년에 시작하여 2001년에 완공됨에 따라 전북 서해안지역인 익산 군산 김제등의 식수원을 해결해 주고 금강하류의 홍수피해를 경감할 수 있는 효과와 연간 1억8천9백만kw 무공해 전기를 생산하여 107억원의 대체 에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용담댐이 세워진 후에는 수심이 얕어져 곳곳에 밤섬이 생겨나 예전의 아름다운 강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하다.
학교가 폐교되어 생태학습장으로 재탄생되어 옛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됐지만 ,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우리들 마음속엔 지워지지 않는 아름답고 고운 추억의 그림이 살아있다. 오랜 세월을 건너 왔어도 그림에 퍼즐 맞추듯 축제에 모인 선후배들 얼굴이 하나하나 되살아날 때면 사십년 세월을 한눈에 보는 것 같아 경이롭다. 모쪼록 이 축제가 해를 거듭 할수록좋은 모습으로 발전되고 모두 건강하게 오래 만났으면 좋겠다.
2009, 4,
첫댓글 20대의 청순을 봅니다. 고와요
Godsonys 님 고마워요 ^^ 나중에 만나면 맛있는것 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