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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작가 미상 - Werk ohne autor
: Never look away >
여기,
모든 기준이 흐릿한 세상에서,
선명해지는 아름다움을 발견한, 또 그 진실을
그렸던 예술가의 서사 < 작가미상 > 이 있습니다.
영화는 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
일명 '나치당'이 집권하던 1937년,
드레스덴의 한 현대미술 전시회장의 전경으로
그 막을 열어가지요.
화가의 꿈이 있던 6살 쿠르트 바르네르트
(카이 코흐르스 분)는,
이모 엘리자베스 메이(자스키아 로젠달 분)와
함께, 홀린 표정으로 전시된 그림을 바라봅니다.
한데, 나치당원인 도슨트(라르스 아이딩어 분)는
'현대미술' 은 노동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
'퇴폐예술' 이라고 설명하지요.
이는 현대미술 작품이 기존의 관습이나 가치,
사상을 거부하고, 개인의 자주적인 사고가 담겼기
때문입니다.
추상화의 개척자,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 앞에서
도슨트는 소년 쿠르트에게 말하지요.
"이런 예술은 너도 할 수 있어."
이 전시는 나치에 의해 퇴행적이라 치부된 작품을
모은, 이른바 ‘퇴폐미술전’이었습니다.
이어, 도슨트는 목청높여 일갈하지요.
“이 예술가들이 시력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유전병에 걸렸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상처받은 쿠르트는 화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모는 어린 조카의 꿈과 영감을 북돋아주고
또 응원해줍니다.
나치 정권은 당시 철저하게 미술뿐 아니라,
연극, 문학, 영화 등 문화예술계 전방에 걸쳐
탄압을 펼쳤지요.
'퇴폐예술'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영화는,
이윽고 나치의 '우생학 정책'을 다룹니다.
나치는 "현대미술은 사람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것이며, 이러한 정신의 오염은 육체의 오염으로
이어진다"라는 이론을 내세웠지요.
영화 속에서는 참전 병사가 부상을 당해
치료받을 곳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정신 질환자, 장애인, 여기에 성소수자를 모두
유대인처럼 '홀로코스트'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났지만, 조현병을 앓았던
쿠르트의 이모 엘리자베스는 안타깝게도
나치의 주요 청산 대상 중 하나였지요.
타인들과는 달리 여러 대의 버스에서 나오는
경적의 총주가 더 예술적이라 판단한
엘리자베스...
그녀는 정형화된 바로크 시대 음악의 대표적
작곡가였던 바흐의,
< 사냥 칸타타 > 속 아리아 '양들은 편안히 풀을
뜯고' 를 나체로 연주하며,
자신의 내면에 있던 도식적 틀에서 깨어나기
위한 퍼포먼스를 펼쳐보입니다.
유리 그릇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쳐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놀란 쿠르트에게 이모는 말하지요.
"쿠르트, 절대 눈 돌리지마!
진실한 건 모두 아름답단다...
바흐의 아름다운 'A' 음은 음악의 모든 것이야.
사람들은 일부만 바라보지.
삶은 우주 전체를 담고 있단다. 하지만 여기, 바로
여기에 있지.
이젠 알았으니 어디에서든 연주할 수 있어.
탁자에서도... 들리니? 내 머리로도..."
행위 예술처럼 보였지만, 나치에겐 당연 제거해야
할 정신병자의 비정상적 광기처럼 보였을 터,
나치에 의해 엘리자베스는 강제로 끌려가면서도
"절대 눈 돌리지마" 라고 조카 쿠르트에게 간곡히
당부합니다.
이후, 나치의 지령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 칼
시반트(세바스티안 코치 분)는 엘리자베스에게
강제 불임을 결정하고, 수용 시설로 이송 명령을
내리지요.
당시 나치 정권은 젊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제약시킴과 동시에,
여성이 해야 할 일은 '건강한 아리아인 양산'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 나치의 잔혹사는 영화 < 조조 레빗 > 속
금발의 여성 교관(레벨 윌슨 분) 을 통해서도
희화적으로 풍자됩니다만... ]
급기야 엘리자베스는 옆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던 여성 성소수자와 함께 가스실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요.
격동의 세월이 흘러가고, 삶도 사랑도
혼란스럽던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동독...
이젠 전체주의 사상이 이름을 바꿔 청년이 된
쿠르트를 억누릅니다.
파시즘의 나치체제를 넘어, 소련의 사회주의
사상이 지배한 동독에서 개인의 자유는 예술로
승화될 수 없었죠.
드레스덴 예술 학교에 입학한 쿠르트는 그곳에서
죽은 이모와 같은 이름을 가진,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뮤즈, 엘리
(폴라 비어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죠.
거칠고도 사나운 격랑 속 두 사람의 사랑은
셰익스피어 비극에서나 나올 법한 전개로
드라마를 이끕니다만...
엘리의 아버지 시반트 교수는 쿠르트를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경도된 드레스덴의
회화과 교수는 쿠르트에게 늘 강조하지요.
"인민, 노동자를 위해 그려야 돼!"
학생들 중에서도 단연 실력이 탁월한 쿠르트는
국립청사의 대벽화를 맡을 정도로 인정받지만,
진정한 예술에 대해 계속 번민합니다.
그렇게,
사랑, 정치, 예술... 모든 것이 혼란스런 가운데,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 답답함을 느끼던
쿠르트는,
베를린 장벽이 설치되기 직전 서독으로 탈출하게
되죠.
"여기서는 뭐든지 할 수 있겠어!" 라는 아내의
기대어린 말에 쿠르트는 조심스레 응답하지요.
"그게 뭔지 알 수만 있다면..."
어렵게 들어간 뒤셀도르프 예술학교에서
쿠르트는 괴짜 교수 안토니우스 판 페르턴을
만나게 됩니다.
자유를 찾은 쿠르트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애쓰지요.
그런 쿠르트에게 페르턴 교수는 조언해줍니다.
"오직 예술에서만 자유는 환상이 아니라네.
나치의 재앙 이후 오직 예술가만이 사람들에게
자유의 감각을 돌려줄수 있어!"
하여, 참된 예술작품이란 작가 자신이 예술을
향한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 가는 길이라는
명제와 맞닥뜨리게 되는 쿠르트...
페르턴 교수는 한번도 학생의 작품을 봐준 적이
없었던 원칙을 깨고,
쿠르트의 실험적 회화를 보며 처음으로 그에게
고백하지요.
"전쟁 중에 전투기 추락으로 심한 화상을 입고
죽어가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적국이었던 타타르 유목민이 문질러주던
지방과 펠트 담요의 생생한 감촉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고 말입니다.
그 때 머리에 입었던 참혹한 화상때문에 모자를
항상 벗지 않았던 페르턴....
그는 비로소 중절모를 벗어보이며, 참된 그림을
그리라고 이르지요.
"본인이 직접 체화한 경험만이 자신 안에 깊이
스며들어,
자신이 무엇으로 불리우게 되는가에 대한 문장의
빈칸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결국, '진실의 예술' 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쿠르트는 급기야 자신이 그렸던 (거짓) 그림들을
모두 불태우지요.
대신, 어린 시절 자신과 함께 한 이모와의 사진과
이모를 죽음으로 몰고간 장인의 사진을 혼합하여,
흐릿한 모사의 회화를 강렬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나치에 충성했던 장인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쿠르트...
사진을 흐릿하게 묘사한 '포토 페인팅(Photo
Painting)' 을 창조한 쿠르트에게,
기자는 '누구를 그린 그림인가' 를 질문하지요.
그는 "누구를 그리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라고
답하며,
영화의 타이틀이 왜 < 작가 미상 > 이라는 이유를
은유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이렇듯,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 진실의 아름다움,
그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전하는 쿠르트의 대사는,
'예술가란 무엇인가' 에 대한 근원적인 메시지를
건네주고 있지요.
쿠르트는 에둘러 설명합니다.
처음엔 아무 것도 아닌 의미였던 여섯 개의
숫자들이 로또 당첨번호가 된 순간부터 의미있는
미적 존재가 되는 것처럼,
어떤 것을 그리더라도 진실을 표현한다면 완전한
지고(至高)의 예술로 탄생될 수 있다는 '진리' 에
대해 말이죠.
영화의 피날레...
기자 회견을 마치고 숲길을 홀로 걷던 쿠르트는
버스들의 투티(Tutti)로 울리는 경적 하모니를
마주하며 이모의 소중한 경구를 떠올립니다.
"진실에서 절대 눈 돌리지마!"
쿠르트는 "대상을 잘 모르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데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습니다만,
관객은 어느덧 깨닫게 되지요.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그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쿠르트가 겪었던 모든 기억이 다 녹여졌기
때문이지요.
쿠르트는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관객은 영화를 통해 "역사가 준 트라우마를
기록하고, 또 기억하며, 동시에 치유함을
헌정해준다" 는 예술의 역할을 이해하게 됩니다.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 작가 미상 > 을 통해
밝혀주고 있는 게지요.
"위대한 예술 작품은 트라우마가 긍정적인
무언가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李 忠 植 -
1. 영화 <작가 미상 - Werk ohne autor> 예고편
https://youtu.be/oVRHNZv-VYw
< 타인의 삶 - Das leben der anderen > 의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그가 역사에 액자를 씌우고 한 폭의 초상화로
그려낸,
독일의 현대사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 작가 미상 > 으로 다시금 돌아왔습니다.
감옥에서 처형될 날만 기다리던 의사 칼 시반트...
운명의 장난, 아니 도움였을까요?
그는 난산으로 죽을 뻔했던, 소련 고위장교의
아내를 도와 갓난 아기를 받아낸 은공을 인정받아,
극적이게도 자유로운 몸으로 풀려납니다.
그는 가증스럽게도 나치 전력을 숨긴 채,
동독의 실력있는 산부인과 의사와 교수로
복귀해 승승장구하지요.
반면, 비자발적인 가입였음에도 나치당원였다는
이유로 교사 복직이 안된 쿠르트의 아버지
(죄없이 죽어간 엘리자베스의 형부)...
그는 예술학교 계단을 닦는 잡역 청소부로
일하지만 심한 모멸감으로 급기야 자살하고
맙니다.
과연, '진실(Wahrheit)' 이란 뭘까요?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이토록 엇갈리는
캐릭터들의 운명을 통해,
뒤틀린 역사 앞에서 인간은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으며,
또한 세상은 그다지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진실'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독일의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
시대정신)' 를 주도하는 예술가와,
이에 역행하는 엘리트의 상반된 모습을
병치시키며,
파란만장한 독일 현대사에서 느껴지는 장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권선징악의 쾌감을 체감케
하지요.
이렇듯, 섬세한 연출 속에 정교한 각본과 놀라운
스토리텔링이 정치(精緻)하게 어우러져 있는,
대서사시 같은 드라마 < 작가 미상 >.
극 중 주요 시퀀스에 고비고비 의미있게 흐르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들인,
헨델의 최초 종교합창곡 '주께서 말씀하셨다'
(Dixit Dominus)와,
퍼셀의 오페라 < 킹 아서 > 중 '겨울신
(God of Winter) 의 말그대로 차가운 아리아
'The Cold Song'...
또한 비틀즈의 'Boys', 폴 앵카의 'Ogni Giorno',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Le temps de amour'
그리고, 재즈 풍의 'The "In" Crowd' 등 당대
히트곡의 조합들은,
그토록 아름다웠지만, 또 숨막힐 정도로 처절했던
그 시절의 문화와 풍속을 엿보게 해줍니다.
하여, 화면 속 극적 변환점의 매 순간 순간을
매혹적으로 대변해주고 있지요.
여기에,
늦가을 처연히 흐느끼는 엘레지 풍의 단악장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울려오는 'November' 와,
19개 곡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함께 선사한
막스 리히터의 포스트 미니멀리즘 음악은
그야말로 애절한 비감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https://youtu.be/KfOPTDS8tg8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 > ,
또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 아이리시 맨 >....
러닝타임이 3시간에 가깝거나, 넘어가는
대서사적 걸작들은,
'어떻게 버티는지' 보다,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즐기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지요.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 작가 미상 > 또한 그러합니다.
2차 세계대전 전후 '나치의 몰락 - 동독 - 서독'
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주인공 쿠르트의 나치 하의 유년 시절과 종전
이후 동.서독에서의 성인 시절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요.
즉,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공간의 이동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크게 세 부분,
쿠르트가 나치 시절에 겪었던 유년 이야기,
동독에서 예술학교를 다니며 연인 엘리자베스를
만난 이야기,
서독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정립하는 이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세가지 서사들이 영화 전체를 정확하게
삼분할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각자의 스토리는 그만의 가치와 매력이 있고
오래 기억될 법하게 자리하지요.
< 작가 미상 > 은 예술가 쿠르트를 극의 중심에
서게 하며, 예술로 시작하여 예술로 끝을
맺습니다.
나치가 '퇴폐 미술'이라고 칭하는 작품들의
전시회를 유년 시절의 쿠르트가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된 영화는,
이어 성인이 된 쿠르트가 서독에서 자신의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마무리 되지요.
잘 짜여진 시퀀스가 수미상관적으로 촘촘히
엮어지는 연출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해서, 나치와 독일의 분열이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훌륭한 이야기가 직조됐지만,
이야기가 역사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에 이끌려가는 느낌으로 펼쳐지지요.
https://youtu.be/HrHXZpO7naM
자신의 예술세계를 찾아가는 한 화가의 일대기를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독일의 현대사와 맞물려
그린 작품 < 작가 미상 >...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부터 동.서독의 분단,
냉전시대까지 30여 년에 걸친 독일 현대사의
질곡(桎梏)을 순수한 예술가의 삶으로 치환해
보여주죠.
감독은 < 작가 미상 > 을 통해 나치 시대라는
비극적인 광기의 역사 속 세 인물과 그들의
가족사를 밀도있게 엮어내며,
궁극적으로는 "혼란한 격동의 시대에 예술가의
역할과 예술의 진정한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원천적 화두를 건네고 있습니다.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한
나치의 '우생학' 을 통렬히 비판하는 방식으로,
화가 쿠르트의 눈을 통해 본 '진실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게지요.
< 작가 미상 > 은 독일의 현대미술 거장으로,
'회화의 종말'이라 여겨진 시대에, 오히려 다양한
양식으로 회화의 본질과 가치를 찾아가고자 했던,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인생과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입니다.
감독 도너스마르크는 193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독일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흡입력 있는 전개를 통해,
'186분' 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영시간을
돌파해 나가지요.
영화는 나치 독일부터 베를린 장벽이 막 올라간
분단 독일까지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화가와 한 의사의 기구한 인연에 대한 서사와
긴 호흡을 함께 합니다.
쿠르트 바르네르트는 나치 독일부터 공산주의
동독의 체제로 인해 비극적인 가정사를 겪으며
성장하는 예술가이며,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 같은 인물이지요.
이 영화의 악한 격 인물은 칼 시반트로, 그야말로
독일판 '꺼삐딴 리'(전광용의 1962년 소설 주인공)
라고 볼 수 있는 기회주의자 엘리트입니다.
이 둘의 악연부터 대비, 그리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대립이,
시대와 공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가는 영리한
각본과 놀라운 페이스 조절 덕분에,
3시간을 꽉꽉 채우는 드라마가 탄생했지요.
< 작가 미상 >의 영어제목은 'Never look away',
곧, '절대 눈길을 돌리지 마라' 라는 뜻입니다.
200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 타인의 삶 > 은,
1980년대 통일이 이뤄지지 않은 동독을 무대로,
비밀경찰 '비즐러'(울리히 뮤흐 분)의 심경 변화를
통해,
개인의 자유가 어떻게 박탈되고 감시됐는지를
보여준 작품이었죠.
이 < 타인의 삶 > 을 연출한 폰 도너스마르크의
신작 < 작가 미상 > 은,
일련의 유사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전작보다
더 광범위한 시대를 담아냈으며,
동시에 한 화가의 '예술 속 진실의 아름다움을
향한 눈길을 결코 돌리지 않는',
참된 예술의 치열함, 그 의미를 묻는 작품으로
자리합니다.
< 타인의 삶 > 에서 그랬듯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유머와 멜로의 향연으로
사람 냄새를 섞는,
폰 도너스마르크의 절묘한 달란트가 여기
< 작가 미상 >에서도 성공하지요.
이 드라마는 한 젊은 화가의 성장담이기도
하지만, 한 늙은 의사의 타락기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은 시대와 배경의 흐름을 주도하며
비극적인 과거를 극복하며 끊임없는 배움과 노력,
그리고 든든한 자신감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예술을 향해 달려가지요.
반면에 다른 한 사람은 과거의 사고와 영광에
계속 머무르며,
서서히 쫓아오는 과거의 그림자를 계속 피하는
주제에 그럴듯하게 윤택한 삶을 사는 역겨운
기회주의자의 길을 걷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보로 봐선 두 인물 모두,
시대와 역사의 흐름을 타고 있지요
하지만 한 사람은 그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며,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그릇된 사고방식으로
주변에 피해를 입힙니다.
감독은 그렇게, 영화 속 주제를 두 상반된
인물들의 성장과 역성장을 통해 얘기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예술가로서의 성장, 즉 주인공의
예술관에 대해 좀 많이 집중케 하지요.
2. 헨델의 'De torrente in via'
- '주께서 말씀하셨다(Dixit Dominus),
HWV 232의 9악장
https://youtu.be/aXcQL2OFOIQ
* 헨델의 '주께서 말씀하셨다(Dixit Dominus)',
HWV 232의 1~9악장 전체
- 르 콩세르 다스트레의 앙상블 하임
https://youtu.be/d8RsulZdQZY
헨델의 이탈리아에서의 초기 작품이자 최초의
종교합창곡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드라마틱한
작품입니다.
다윗의 '주를 향한 외침(Ein Ruf zu Gott gegen
enbarmungslose Widersacher) 을 내용으로
하는 시편 109편을 사용했지요.
잠자고 있던 기운을 힘껏 불러내기라도 하는듯
'Dixit(말씀하셨다)' 의 강한 리토르넬로적 외침이
울려퍼집니다.
코러스와 솔로 아리아가 번갈아 나오고,
극 중 흐르는 마지막 9악장은 '영광송(Gloria)'
으로 기쁘게 찬양하며 끝나지요.
3. 바흐의 '사냥 칸타타' BWV 208 중 '양들은
편안히 풀을 뜯고'(Sheep may safely graze)
- 소프라노 한금실 /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
https://youtu.be/_nMQ4ApT-u4
- 디트로이 심포니 시빅 오케스트라
https://youtu.be/eS7zldPq6GU
4. 'Come te non c'è nessuno'
- 리타 파본
https://youtu.be/vLfDC5VWNV4
5. 'The Cold Song'
헨리 퍼셀의 오페라 < 아서 왕 - King Arthur >
3막 2장 '겨울신(God of Winter)' 의 아리아
https://youtu.be/3hGpjsgquqw
- 카운터 테너 야쿠프 요셉 오를린스키 노래
https://youtu.be/Q8K8wFk-tn8
- 가수 스팅(Sting)의 노래
http://naver.me/x2E76ySs
퍼셀의 연극적 세미 오페라 < 아서 왕 > 의 3막,
큐피트의 부름으로 깨어난 '겨울신'은 투덜대며
부릅니다.
'나를 깨우는 자 누구냐
영원한 눈을 침대삼아 자고 있는 나를,
제발 제발 나를,
다시 얼음 속에 잠들게 하라'
이 아리아 'Cold Song' 은 마틴 스콜세지의
2013년 연출작 < The Wolf of Wall Street > 속
광란의 마약파티 신에서도 쓰였지요.
6. 막스 리히터의 'November'
- < Memoryhouse > 중
https://youtu.be/2Bb0k9HgQxc
2000년대 초부터 현대 고전 및 얼터너티브
대중음악 스타일과 접촉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포스트 미니멀리즘 세계를
구축해온 막스 리히터(Max Richter)...
드니 뵐뇌브 감독의 < 컨택트 > 속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에 쓰였던 'On the nature of
daylight' 를 들어보면 실감할 수 있듯이,
그의 음악은 청자(聽者)를 심연으로 인도하는
힘을 가졌죠.
단순하지만 흡입력 있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무료함에 빠지기 쉬운 청각을 일깨우는 날카로운
전자음이 그러합니다.
마치 영화 < 작가 미상 > 의 테마 음악처럼
장 중 격정적인 처연함으로 휘몰아치는
막스 리히터의 'November'...
중독성있는 미니멀리즘의 선율로 한없이 쓸쓸히
되뇌어지는 바이올린 솔로와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은,
영화의 화두처럼 '진실의 아름다움' 이란 진정
무엇인지 사유케하지요.
- 마리 사뮤엘슨의 바이올린,
롱 유 지휘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0jinOTQ9BaU
7. 'Boys'
- 비틀즈의 앨범 < Please Please Me > 중
https://youtu.be/rN6ZZiKWZYA
8. 'Ogni Giorno'
- 폴 앵카, 1962
https://youtu.be/h_iv9AeZXzc
9. 'The "In" Crowd'
- 그레고리 포터의 뮤직 비디오
https://youtu.be/Fv4iZDkjzj8
- 람시 루이스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
: 앨범 < World of Jazz - Jazz Piano > 중
https://youtu.be/5vu2tyk8cvc
10. 'Le temps de l'amour'
- 프랑소와즈 아르디
: 앨범 < Le meilleur des yeye > 중
https://youtu.be/oYwzKjnR9dc
프랑소와즈 아르디의 밤하늘 별같은 영롱한
목소리는 프렌치 포크(French folk) 음악의
아름다운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11. 막스 리히터의 'Portraits'
- 영화 < 작가 미상 > 의 19번째 OST
https://youtu.be/RxFCIoU7gLM?list=OLAK5uy_mg5et7IEQJwi4s6XjJVBp5AFTiJrZNBV4
엔딩 크레딧에 도도(滔滔)한 선율로 휘감아오며,
'진실의 초상' 에 대하여 반추케 해주죠.
감동의 울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2. 영화 < 작가 미상 - Never look away >
OST 19곡 전체 - 막스 리히터 작곡
첫댓글 게르하르트 리히터(88)는 안젤름 키퍼(75),
게오르크 바젤리츠(82)와 함께 현대 회화를
주도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 작가입니다.
독일은 ‘퇴폐미술전’의 굴욕을 딛고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에 이어 20세기 국제 미술사의
중심지로 발돋움했지요.
여기에는 개인이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역사가
한몫을 했습니다.
리히터, 키퍼, 바젤리츠는 모두 동독 출신이죠.
나치와 전쟁의 끔찍한 역사를 유년기에
겪었던 그들은 이후 서독으로 이주했지만,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직시했던 것도
공통점입니다.
< 작가 미상 > 의 영어 제목이 ‘직시하라
(Never look away)’인 것처럼 ,
이들의 예술 역시 1차적으로는 사회를
증언했지요.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영화에서 묘사되듯,
사진을 회화로 옮겨 초점을 흐린 '포토 페인팅’
시리즈가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전쟁이나 ‘바더-마인호프 그룹’(1960, 70년대
활동한 극단적 테러 집단)도 소재가 됐지만
일상과 정물, 풍경도 그렸지요.
이를 통해 작가는 이데올로기적 메시지를 떠나
불안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조건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추상 회화, 컬러 차트 등 다양한
시리즈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친절히 보여준
것도 특징이지요.
영화에 등장하진 않지만 바젤리츠와
키퍼도 중요한 작가입니다.
바젤리츠는 위아래를 뒤집은 회화로,
키퍼는 매혹적 폐허를 회화와 설치로 보여줬지요.
‘신표현주의’로도 일컬어지는 이들 작가는
하나의 소재에 집착하지 않는 끊임없는 변주와
뛰어난 기교로 세계인을 사로잡았습니다.
개념과 설치 위주였던 미술계의 흐름을
회화로 되돌린 것도 이들이지요.
< 작가 미상 > 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캐릭터는,
중절모(섹스 중에도 안벗는다는)에
낚시 조끼를 입은,
뒤셀도르프 예술학교 안토니우스 판
페르턴 교수(올리버 마수치 분)입니다.
극 중 페르턴 교수가 쿠르트에게 털어 놓는
과거사는,
'20세기 다빈치' 로 불리는 현대 미술의
거장 요제프 보이스(1921~1986)의
실제 경험담이죠.
설치, 퍼포먼스, 사회 참여 등 예술을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며,
독일을 예술의 중심지로 바꿔 놓은
주인공이 바로 보이스입니다.
리히터는 그림 속 인물에 대해 밝히기를
늘 꺼렸지요.
“작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면서 말입니다.
그렇지만 영화 < 작가 미상 > 은 개인사를
더 극적으로 그렸지요.
이 때문에 리히터는 영화 개봉 후
슈피겔지에,
“너무 선정적이고 과장됐다” 라고
비판했습니다.
예술로 구원받는 인간과 희망을 그리며,
< 타인의 삶 > 에 이어 시대와 예술, 사랑을
아우르는 명작 < 작가 미상 >...
영화는 후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과오에 주목하면서,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 이라는
주제를 담아내고 있지요
감독 폰 도너스마르크의 이 극영화는
독일의 국민화가이자,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로도 알려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실화를 극화한
수작입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스물 일곱, 꽃다운 나이에,
나치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사망한 이모와,
나치 친위대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장인을 두었죠.
동.서독으로 분단된 후에는 전체주의에
대한 반발로 서독으로 탈출했습니다.
독일 현대사를 치열하게 온몸으로 감내했던
그는,
삶에서 조우한 인물들, 겪은 경험을
회화로 담아내며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우뚝 서지요.
영화 < 작가 미상 > 은 동독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화가 리히터가 서독으로
탈출하고,
'포토 페인팅(Photo Painting)'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하여,
화가로서 센세이셔널하게 데뷔, 주목받는
시점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쿠르트의 장인 시반트 박사는 사람을
살려야 할 의사였지만,
장애인과 정신질환자를 무가치한
열등생명이라 판단하여 죽음으로 내몰았지요.
하지만 쿠르트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트라우마였던
이모의 죽음을,
비감미의 진실이 담긴 '사진 회화
(Photo Painting)' 를 통해 극복코자 합니다.
하여, 흰 캔버스에 아무 것도 담을 수 없었던
쿠르트는,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발견과 함께
'아름다운 진실' 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게지요.
< 작가 미상 > 예고편
https://youtu.be/oVRHNZv-V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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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November'
- 마리 사뮤엘슨 바이올린
롱 유 지휘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Live from the Forbidden City, Beijing 2018)
https://youtu.be/0jinOTQ9B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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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미상 > OST 19번 'Portraits'
https://youtu.be/RxFCIoU7g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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