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 회장 이정자
몇 년 전 어느 봄날 남해를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꽃으로 잘 가꿔진
원예예술촌이며 남해의 끝자락 미조항에서만이 맛볼 수 있는 바다 음식은
또다시 오고 싶은 여운을 갖기에 충분했지만 그래도 남해를 왔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보리암을 품고 있는 남해 금산입니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 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 시인의 <남해 금산>이라는 시입니다. 일찍이 이 시를 읽으면서
남해 금산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어디 나만의 생각이겠습니까.
지천명이 되어서야 보리암을 품고 있는 남해 금산을 찾았고, 그 풍광을 한
눈에 담으면서 이 시를 읊조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듯 문학 작품
이나 시 한 편이 이끄는 파장의 힘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 한 편, 이런 애송시 한 편 남길 수 있다면
더할 소망이 또 있을까요.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3년째인 임인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가운데 올해
충주문학 특집으로 한국문단의 빛나는 시인의 <나의 대표작 또는 내가 가장
아끼는 시 한 편>이라는 주제로 엮었습니다. 귀한 옥고 한 편 한 편이 누군
가에게는 꽃씨가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불꽃 같은 시심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옥고를 주신 고영, 고영섭, 김상미, 나태주, 신경림, 오탁번, 이재무, 정일근,
함민복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아낌없는 관심과 격려로 충주문학을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늘 마음으로 함께하는 우리 회원님들께 이 지면을
빌어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현시대는 컴퓨터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오락과 즐길거리가 널려 있는 시대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고 험난한 문학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이 시대 모든 문학인들에게 희망과 축복이 함께 하는 날들이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