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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07-33일째. 비를 만난 노숙
2차 여행 33일째. 순례길 바로 옆에서 잠을 잔 달형제는 이른 새벽부터 순례자들의 발자국 소리에 잠을 깬다. 눈을 떠보니 아직 깜깜하다. 산간 지방의 쌀쌀한 기온 탓에 침낭 안이 그렇게 따뜻하지가 않아 몸을 웅크리며 최대한 체온을 유지해 본다. 그러고 있다가 날이 좀 환해지자 잠자리를 정리하고 곧 바로 순례길에 들어서며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길은 포장 도로를 따라 한참 이어져 있고 그 길을 걷는 달형제는 모처럼 가보지 않은 길이라 주위 풍경을 즐기며 걷는다. 산간 마을은 오래된 흔적들을 남기며 그 마을 안으로 생긴 순례길은 순례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숲 속에 나 있는 길도 마찬가지, 길 바닥이며 나무, 주위의 풍경이 순례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맨발의 달형제에게는 부드러움을 더해주어 기쁨 두 배다.
하나의 마을을 지나니 곧 이어 다음 마을이 나타난다. 가이드 북에 의하면 이 동네에 카페가 있다고 나와 있어서 카페콘레체 한 잔 마시고 싶은 달형제는 눈을 씻고 찾아 보나 허사다.
‘이번에도 예수님께서 허락을 안하시는군나. 뭐.. 별수 있나.. 그냥 가야지.’
이번에는 과감하게 차도의 갓길을 타고 걷는다. 지도상 좀 돌아가는 길이긴 하나 포장 도로 좋아하는 달형제이기에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홀로 걷는다. 그리고 점점 더워지는 날씨 속에 한참을 걸으니 오늘의 1차 목적지 ‘사모스’가 눈 앞에 보인다. 이곳에도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기부제 알베르게가 있다고 하기에 혹해지는 달형제는 일단 알베르게로 가본다. 아직 문을 안열었다. 가이드북을 보니 3시 반부터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관계로 옆에 있는 수도원을 방문해본다. 수도원이 유명하다는 동네라고 하더니 역시 마을 중앙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3유로를 내야하고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을 해주며 안내하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유럽에 왔으면 수도원 한 번쯤은 보고 가야지. 순례도 얼마 남지 않고 했으니 거금을 투자 해 보자.’
가이드는 6명을 데리고 안으로 데려가 영어로 안내를 한다. 반쯤 알아듣는 달형제다. 수도원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 가이드가 말하기를 이렇게 넓은 수도원에 수도사가 20명이 채 못된다고 한다.
‘이래서 유럽의 신앙이 쇠퇴했다고 하는 걸까?’
수도원을 관람하고 나왔는데도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점심 시간이라 무엇을 먹긴 먹어야 하겠다. 그 때 마침 아는 순례자 한 쌍을 만난다.
“어디 가세요?”
“점심 먹으러 바 찾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요? 그럼 같이 찾아 볼까요?”
배낭에 빵만 있는 달형제는 점심을 사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던 참에 마침 동료를 만나니 자연스럽게 바로 향하게 된다.
처음으로 자기 돈 내고 먹으면서 스스로 메뉴를 고르는 달형제는 닭고기 요리를 주문한다.그렇게 세 명이서 바깥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데 저 쪽 길 건너에 익숙한 모습의 순례자가 보인다. 순간 먹다 말고 큰 소리로 부르는 달형제다.
“루시아~~”
달형제의 오래된 패밀리 집시 여인이다. 달형제를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또 다른 여자 순례자와 함께.
“달, 여기서 다시 보네요.”
“오~ 마이 레이디.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점심은요?”
“저도 여기서 먹어야겠네요. 이분은 스위스에서 온 분. 그리고 이분은 내가 말했던 맨발로 걷는 분. 달.”
다들 자리에 앉자 서로를 소개한다. 그리고 각자 음식을 주문한다. 채식주의자인 집시 여인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주문을 한다. 고기가 들어가는지 질문하면서.
소개받은 상대방은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여성 순례자다. 이에 달형제가 과감하게 질문을 한다.
“저기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20살이에요.”
“억. 그러세요? 어려보이네요.”
“네.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요즘 스위스 환율이 세계 최고던데, 여기 스페인 물가가 엄청 싸게 느껴지겠어요.”
“네. 정말 싸요.”
“지금 스페인 경제가 엄청 안좋아서 만약 스페인이 유로화를 사용 안한다면 우리도 지금의 반값으로 여행할 텐데….”
대답을 하면서 스위스 순례자는 엽서에 잠자리 죽은 시체를 테이프로 붙이고 있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달형제다.
“참 예쁘게 엽서 만드시네요.”
“네. 길에서 죽은 곤충을 주워 잘 펴서 말리면 이렇게 활용할 수 있어요.”
‘음… 이것도 영성이라면 영성일 수 있지. 세상 만물 그 어떤 것 하나 헛되이 버리지 않는 마음… 창조주 하나님의 마음이니깐.’
식사를 다 한 일행은 다같이 순례를 이어간다. 한창 더워지는 시간임에도 다들 다음 목적지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달형제도 망설임없이 같이 길을 떠난다. 그리고 마을을 벗어날 때쯤 그들과 작별인사를 한다. 더 이상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에는 힘이 드는 맨발의 달형제이니.
혼자 동떨어진 달형제는 조금 가다가 그늘에 자리를 편다. 한 숨 자려는 것이다. 어제 밤 늦게까지 걸었고 또 밤에 그다지 잘 자지 못했더니 잠이 몰려와서다. 그다지 낮잠을 자지 않는 달형제지만 왠일인지 이날은 대낮에 순례길 옆 그늘에서 푹 잔다.
잠이 깨자 다시 한 번 가이드 북을 펴고 오늘 목적지를 계산해 본다.
‘다음 큰 마을까지 12km. 잘하면 밤 중에 도착하겠구나. 잘됐지뭐. 사람이 없는 밤이면 번화가에서도 잘 수 있으니.’
다시 길을 나선 달형제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 숲속 길을 걷게 된다. 길은 흙길이었다가 시멘트 포장 길이었다가 자갈길이었다가 하면서 가지 각색의 자태를 들어낸다. 그 중에는 가장 걷기 곤란한 길도 있다. 시멘트 길에 자갈이 물샐틈없이 깔린 길이 그것이다. 하필이면 가장 더운 시간에 한참 몸이 피곤할 때에 이런 길이 등장을 하여 갈길 바쁜 그의 걸음 속도를 줄인다.
‘가다가 어두워지면 시골 마을에서 자던지, 숲속에서 자든지 하지뭐.. 길 사정 때문에 마음 상하면 절대 안되지.’
가다가 마을이 나타나면 혹시나 잘 만한 곳이 없나 두리번 거리며 걷는 달형제는 그러나 어느새 마을들을 통과하며 오늘의 목적지 도시급 규모인 ‘사리아’의 입구에 도착을 한다.
날은 이미 어두어둑해지고 있다. 그 어두움 속에 큰 도시답게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알베르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그 길을 걸으며 배가 고파진 달형제는 음식을 사먹기 위해 적당한 바가 있는지 찾아 본다. 그러나 사먹는데 익숙하지 않은 달형제는 계속 걷기만 한다. 그러면서 날은 완전히 어두워져 헤드렌턴을 머리에 차고 도심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땅바닥을 헤드렌턴을 켜고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데 뒤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포르투갈 친구다.
“달, 지금 도착하나요? 많이 늦었네요.”
“네. 오늘은 많이 걷게 되었어요.”
“어디서 머물거에요?”
“글쎄요. 아마 노숙할 것 같은데요?”
“저녁은요?”
“슈퍼가서 뭣 좀 사야할 것 같아요.”
“그럼 제가 머물고 있는 알베르게로 가요. 마침 먹을 것이 있어요.”
“그래요? 그럼 감사하죠. 배가 엄청 고픈데.”
안내를 받아 사립 알베르게에 들어가니 마당에 여러 명의 순례자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부엌으로 들어가니 친구가 만들어 놓은 샐러드 파스타가 있어 그것을 대접 받는다.
“고마워요. 정말 당신은 나를 오늘 밤 구해주셨어요.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달,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서 주무세요.”
“아니에요. 어떻게든 노숙을 해야되요. 제 사명이거든요. 그런데 여자친구는 어딨어요?”
“저쪽 바에 있어요. 같이 있다가 당신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달려간 거에요.”
음식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워버린 달형제는 친구와 같이 바에 가서 여자친구에게 인사를 한 후 다시 길을 떠난다.
‘참 마음씨 따뜻한 친구다. 저런 순례자를 만나게 된 것 하나하나가 다 은혜로구나. 모두가 다 배워야 할 점이야. 도를 닦는다는 것(수도)이 깊은 산속에서, 혹은 고행을 한다고 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니. 세상의 모든 곳에서 배워야 할 것 투성이인데…’
도시를 관통하며 슈퍼를 찾는 달형제는 이미 닫혀진 슈퍼 앞을 지나며 생각에 잠긴다.
‘조금 전에 얻어 먹은 음식으로는 오늘 노숙하기에는 역부족인데… 지금도 이렇게 배가 고프니.. 가다가 먹을 만한 식당이 보이면 뭔가 사 먹을 수 밖에 없구나.’
도시의 밤길은 발바닥에 위험할 수가 있어 헤드렌턴을 땅바닥에 비추고 조심조심 걸어가는 달형제는 밤이라 순례길 화살표시가 보이지 않지만 이미 익숙한 길이기에 순례길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그리고 이윽고 순례길 옆에 있는 바에서 발길을 멈춘다. 바가 많은 골목의 순례길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메뉴판에 음식 그림이 있어 편안히 샐러드와 스테이크 셋트를 주문하고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는 얼굴의 순례자 분이 나타난다. 어제 산에서 내려오다 들려 물을 얻었던 알베르게에서 만난 50대 초반 정도의 순례자 분인데 달형제에게 같이 숙박하자고 권유했었다. 그리고 오늘 순례길에서 잠깐 봤었는데 그 때는 분명 혼자 걸으셨는데 지금은 옆에 여자 분을 데리고 계신다.
“달, 이제 왔어요? 오늘 어디서 머물거에요?”
“네. 아마 오늘도 어디선가 노숙 할 것 같아요.”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알베르게에서 자요.”
“시간이 늦어서 알베르게 문이 다 닫혔을 건데요? 그리고 만원일 거구요.”
“그럼 나 머물고 있는 호텔에 가서 자요. 안비싸요.”
“아니에요. 지난 번에도 말씀 드렸듯이 노숙은 제 사명이니까요.”
“네. 그럼 우리 먼저 갈께요.”
나가는 그들을 뒤에서 보며 달형제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여기 산티아고…거룩한 일만 일어나는 곳은 아니니까.
푸짐하게 나온 음식을 먹고 나니 마음이 넉넉해지는 달형제다.
‘하루 한끼는 이렇게 먹어 줘야 되는데.. 육형제, 그 동안 그대가 고생이 많았소. 그대도 알다시피 나도 먹는다고 꽤나 먹었잖소. 그러나 어쩔 것이요. 움직이는 분량이 생각보다 항상 많은 걸. 조금만 더 버티시오. 곧 좋은 세월이 올거요.’
다시 순례길로 나와 길을 따라 걸어가며 잠자리를 찾아가는 달형제다. 그러나 적당한 곳은 보이지 않고 어느새 발걸음은 마을을 벗어난다.
‘할 수 없지. 오늘도 가다가 벌판에서라도 자는 수 밖에. 바람이 없으니 어디서든 잘 수 있겠지.’
그리고는 슬리퍼를 꺼내 신는다.
‘어제 밤처럼 깔끔한 포장 도로가 아니니 아무것도 안보이는 깜깜한 밤이라 자칫하다간 발바닥에 상처 입으니.’
슬리퍼를 신으니 발걸음이 매우 빨라진다. 지난 번에 걸었던 걸이라 망설임 없이 걸어서 한참을 가는데 길이 점점 이상해진다. 이 정도 걸었으면 마을을 벗어나 좁은 길로 접어 들어야 하는데 길이 계속 넓은 포장길이다.
‘이거… 분명 길을 잘못 들었는데.. 그래도 분명히 화살 표시를 보고 걸었다고 보는데… 하기사 어느 순간부터 화살표시가 전혀 안보이긴 했는데…’
긴가민가 하면서 한참을 또 그렇게 걸어가니 이제는 완연히 알 수 있을 만큼 다른 도로가 나온다.
‘큰일났다. 온 거리가 한참인데 어떻게 다시 돌아가나? 할 수 없지. 오래 기다리더라도 지나가는 차를 잡고 다시 돌아가는 수 밖에.’
한참을 기다리니 승용차 한대가 다가 온다. 필사적으로 앞을 가로 막고 세우는 달형제다.
“저기요. 여기를 가려고 하는데 길을 잘못 들었나 봐요.”
젊은 남성 운전자에게 가이드 북 지도를 보여주며 마을 이름을 말하니 상대방은 곧 알아 듣는다.
“이 길은 이리 가는 길이라 잘못 오셨어요. 다시 돌아가야 되요. 타세요. 거기까지 태워다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어떻게 다시 돌아가나 했는데.”
걸어 올 때는 한참을 왔어도 차로 돌아가니 금방이다.
“이 길로 쭉 가면 그 마을이 나와요.”
“감사합니다. 스페인 분들 정말 친절하세요. 그래서 제가 스페인을 사랑하게 되었다니까요.”
운전자가 말해준 대로 길을 걸어가니 사방은 칠흙같이 깜깜하다. 그리고 분명 이 길은 정식 순례길이 아니다. 아마도 마을로 들어가는 다른 길인 것 같다.
‘어쨌든 다음 마을까지 가서 거기서 적당한 곳에서 자면 되니깐.’
지도상으로 보면 슬리퍼를 신고 가면 한 시간 거리이니 내일 순례를 위해서라도 오늘은 마을로 들어가서 순례길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안그러면 아침부터 순례길 찾느라 분주할 것이니.
정식 순례길이 아니어서 안내 표시도 없는 시골 포장 길을 오직 헤드렌턴에 의지해서 한참을 걸어가니 마을의 가로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군 천사님들 오늘 밤도 비상 걸렸네요~ 잘 부탁 드립니다.’
다행히 목적지 마을 ‘바르바델로’에 무사히 당도했다고 안심을 한 달형제는 이내 마을로 들어서자 곧 당황하게 된다. 마을에 아무런 표시가 없기에 어느 골목으로 가야 할 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큰일이네. 지나가는 사람도, 지나가는 차량도 없고.’
몇 번 우왕좌왕하다가 비교적 큰 길을 발견하고는 더 이상 도저히 움직이기 힘든 몸 상태이기에 길 옆에 잠자리를 펴버리고 마는 달형제다.
‘내일 날 밝아지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오늘은 이만 이동 끝. 너무 피곤해.’
자리를 깔고 막 눕는데 저 쪽에서 차량 한대가 오는 것이 보인다.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어 차를 잡고는 운전자에게 물어본다.
“안녕하세요. 까미노 길 어느쪽이에요? 까미노 데 산띠아고.”
대강 무슨 뜻인지 짐작한 운전자가 손가락으로 길을 알려준다.
‘됐다. 내일 일어나는 대로 저쪽으로 가면 되겠다. 이제 마음 편하게 자자.’
다행히 바람이 잔잔한 밤이어서 바람막이가 전혀 없는 길가에서 자도 부담이 없자 하루의 노곤한 여정 속에 지칠대로 지친 달형제는 곧 잠에 빠져든다. 그리곤 얼마를 잤을까… 자다가 갑자기 상체를 일으켜 급격히 잠에서 깨어나는 달형제다.
“수호천사님 무슨 일입니까?”
잠이 깬 달형제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수호천사님이 깨운 것으로 감지하여 여쭤본다. 그 때 하늘에서 번쩍거리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쿠과과강~~”
천둥 번개가 하늘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자기 전에 보였던 별님들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비?”
“쿠과과강~”
천둥 번개 소리가 계속 울려 퍼져 나온다.
“이거 큰일이네. 비가 와도 보통 비가 아닐 듯 싶은데..”
능숙한 솜씨로 번개같이 잠자리를 정리하고 슬리퍼를 신고 운전자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질주하기 시작하는 달형제다. 순례길에서 처음으로 달려보는 그다.
“비와 바람을 주관하는 천사님들! 꼭 붙잡고 계세요. 아직 내리면 안되요!”
계 7:1, 개정) 이 일 후에 내가 네 천사가 땅 네 모퉁이에 선 것을 보니 땅의 사방의 바람을 붙잡아 바람으로 하여금 땅에나 바다에나 각종 나무에 불지 못하게 하더라
어둠 속을 한참을 달리니 드디어 순례길에 도착을 한다. 노란 화살 표시가 보인다.
“쿠과과과~”
천둥 번개는 쉴새없이 온 천하를 울린다.
‘어딥니까? 어디에 피신처가 있는 겁니까? 수호 천사님 안내하세요.’
한시가 급한 달형제는 밝은 불이 켜져있는 건물이 보이자 그 쪽으로 뛰어간다. 입구 간판에 알베르게 라고 써져 있다. 급하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본다. 넓은 터에 건물이 몇 개가 있고 마당 한 구석에 천막이 쳐져 있다. 천막으로 다가가 안을 살펴본다. 자전거 보관소다. 바닥은 자갈로 깔려 있다.
‘됐어요. 이 정도면 비는 얼마든지 피할 수가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드디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두두두두두두…”
천막을 두드리는 비소리가 웅장하게 들려온다.
“아하하하하~ 비를 주관하시는 천사님! 감사합니다. 잘 붙잡아 주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얼마든지 쏟아 부우세요.”
참았던 오줌을 시원하게 싸듯이 비는 정말 통쾌하게 폭포수 같이 쏟아진다. 천막을 울리며 부딪히는 비소리를 들으며 속이 다 시원해지는 달형제는 자갈 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자리를 준비한다.
“천사님들 수고하세요. 저는 피곤해서 그만 자야겠어요. 수호 천사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비 한 방울 안맞았어요.”
즐겁고도 통쾌한 웃음을 지으며 잠자리에 다시 드는 달형제는 그렇게 해서 비로서 하루의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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