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교육부의 시범 원격수업, 기자가 체험해보니
교사 상당수에게도 낯선 소프트웨어… 학부모 "어떻게 해야 할지"
선생님 화면엔 학생들 얼굴만 보여 게임 등 딴짓해도 확인 못해
2일 교육부가 시범 수업으로 개최한 온라인 원격 수업에서 A고등학교의 김모 교사가 실시간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이용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노트북 화면에 학생들의 표정까지 보였다.
"누가 발표해 볼까요? 아무도 없으면 뽑기로 정해요." 김 교사는 온라인 학급 관리 프로그램인 '클래스123'을 화면에 띄워서 '뽑기'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화면에 방울토마토 모자를 쓴 캐릭터와 이름이 떴다. 프로그램이 발표자를 무작위로 선정했다. 답변하는 모습을 다른 급우들이 화면으로 지켜봤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를 알아보기 위해 수업이 끝날 때쯤 간단한 평가를 했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묻는 문제를 풀어서 '구글 폼(form)'으로 제출하거나, 종이에 적은 답을 사진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다.

◇줌·원노트 등 5가지 프로그램 사용
김 교사는 이날 수업에서 줌, 클래스123, 구글 폼 외에도 메모 프로그램 '원노트'와 카카오톡까지 5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줌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얼굴을 보면서 원노트를 띄워 칠판처럼 사용했다. 최대 1만명까지 동시 이용이 가능한 줌은 카메라와 마이크 기능을 갖춘 노트북 등 스마트 기기가 필요하다. 줌 무료 이용은 최대 40분까지만 가능한데, 코로나 사태를 감안해 제작사에서 교육 기관에 한해 제한을 풀었다. 줌 외에도 '구글 행아웃'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클래스 123은 출석 관리에서부터 디지털 알림장까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원노트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디지털 필기 프로그램으로, 노트 필기와 그림, 사진, 소리, 영상 등을 정리할 수 있다. 구글 폼은 질문을 만들어 답변을 제출받는 데 사용된다.
◇수업 중 딴짓해도 교사는 몰라
온라인 수업의 경우 화면 밖에서 딴짓을 하거나, 마이크를 꺼놓고 음악을 듣거나 해도 교사는 알 방법이 없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화면을 켜 놓아도 얼굴만 볼 수 있고, 그 학생들이 컴퓨터로 게임이나 채팅 등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수업에 학생으로 참여한 기자들이 다른 사이트를 검색하고 게임이나 채팅을 해도 김 교사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글 폼'으로 수업 내용을 묻거나 필기한 노트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리게 했지만, 수업 몰입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원격 수업은 대면 수업처럼 교사가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도 낯선 원격 수업, 제대로 될까
온라인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선 학교에 김 교사처럼 줌 등 온라인 수업용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교사들이 흔치 않다는 것이다. 한 고교 교사는 "우리 학교에는 줌을 사용할 줄 아는 교사가 전체 50여 명 중 2~3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이들 온라인 수업을 도와줘야 할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안모씨는 "전업주부들은 줌이니 구글 폼이니 처음 듣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성인인 교육부 관계자들과 기자들도 화면과 음향 설정 등 온라인 프로그램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여러 사람의 소리가 한 번에 나오면서 수업이 혼선을 빚기도 했다. 김 교사는 "처음이라 적응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정상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부모 등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맞벌이 등으로 아이를 보살피기 어려운 경우 혼자 노트북 앞에 앉은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