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글문화협회 공개질의 답변서(한장수 강원도교육감후보)
하나,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한글 창제 정신을 교육정책의 지표를 삼는 데 동의하십니까?
☞ 우리는 『훈민정음 어지(御旨)』에 담겨있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분석하여 애민정신, 자주정신, 실용정신으로 정리합니다. 우리가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로 추앙해 마지 않는 세종대왕님의 위대함의 근간이 여기에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한글 창제 정신이 교육정책의 지표에 녹아들어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가 견지해 온 ‘남과 함께하며(애민), 남과 다른(자주), 경쟁력을 갖춘(실용) 인재 육성’에는 이미 이 정신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둘,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 영어를 온전히 사용하여 수업을 전개하는 것을 영어 몰입교육이라 하는데, 그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영어 상용(常用)교육이라 번역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영어 의사 소통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족 자존 의식은 어떤 경우라도 지켜야 하겠지만, 영어 사용 능력은 국가적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어 상용교육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불가피한 현실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모국어 교육의 중요성(모국어 역량은 민족의식은 물론이고 수준 높은 사고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모국어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영어 수준을 높일 수 없음.)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적극적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셋,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에 관한 교육철학과 정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 한자교육은 문자 교육보다는 문화 교육의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한자는 외국(중국)의 문자로 인식되기보다 예부터 내려오는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자는 한글을 대체할 표기 수단이 아니라, 즉 한글과 경쟁하는 표기 수단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볼 때 그 자체로 하나의 학습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외래 문물이지만 완전히 우리 것으로 동화되고 소화된 문화 전승으로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럽에서의 라틴어처럼 우리의 방대한 한문으로 된 문화 유산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는 현실적 요인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넷, 학교교육에 우리 말글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셨습니까? 세우셨다면 그 대표적인 교육 정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 우리 말글 교육은 국어과를 중심으로 하는 정규 수업 시간, 즉 교과 교육이 그 본령이어야 함을 말씀드립니다. 즉, 국어 교육은 교육정책 이전에 교육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본격적이고 규정적인 교육 행위라는 말씀입니다. 굳이 교육 정책 측면에서 말글 교육 대책을 꼽으면 독서 교육과 쓰기 교육입니다. 독서 교육은 말하기와 쓰기 능력 개발을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아울러 단위 학교에서 “자유 발언대”와 “나의 성장록 쓰기”를 실시하여 생각을 말로 표현해 내고 자신의 삶을 글로 엮어내는 실생활 말글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최근 지방자치단체(대전 유성구)에서 외국어 행정동(관평테크노동) 명칭을 ‘행정 기구 설치 조례’로 통과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과 함께 지역 문화와 역사, 정체성 교육에 대한 신념을 말씀해 주십시오.
☞ 먼저 외국어를 행정동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오늘날 외국어를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행정동 명칭의 경우 라틴어 계통의 외국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습니다.(대전의 예는 ‘테크노’가 불필요합니다.) 그러므로 행정동 명칭으로 외국어를 사용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한편, 오늘날 우리가 지구촌 문화나 인류의 보편적인 이상을 논하는 것은 하나의 행성에 사는 “함께” 의식을 강조한 것이지, 결코 개별 조직의 개성을 무너뜨려 통일된 하나의 인류 문화만을 남기자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의 문화, 역사, 정체성은 한 구성체의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 말입니다. 인류는 서로 다른 개성이 어울리어 탄생하는 합주단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정체성을 상실한 지역은 구성원의 실체가 사라진 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역적 문화, 역사, 정체성은 지역을 존재하게 하는 뿌리입니다.
첫댓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