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한글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녀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읽고 말할 줄 아느냐 일까.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의 저자 시정곤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44·사진)는 빨리 한글을 읽고 쓰게 하는 방법론에 치우치지 말고 한글 교육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교감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모가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요즘은 유치원에서 한글을 떼고 입학하는 사례가 많은데 한글을 또래보다 빨리 뗀다고 그만큼 학습능력이 앞서가는 건 아니다. 말도 마찬가지여서 말문이 트이는 시기는 아이마다 차이가 있으나 시점이 늦는다고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읽고 쓰기의 경우도 자녀의 글자 습득이 더디다 해서 낱글자 음절 방식과 통글자 방식을 빈번히 바꾸기보다 부모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녀에게 맞는 학습 방식을 찾는 느긋함과 지혜가 필요하다.
◇자녀에 적합한 맞춤식 한글교육을 찾아라
아이의 접근성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30여 초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을 꾸준히 주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교육에 접목해야 하는 이유다.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지, 읽기보다 듣기를 좋아하는지, 노래를 좋아하는지 등을 살펴 싫증 내지 않게 한글을 배우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다.
◇조기 영어·한자 교육 병행은 삼가라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많은 것을 흡수하므로 조기 영어·한자교육의 효과는 분명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유아의 받아들이는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언어는 간섭효과가 있어서 한글에 영어, 한자까지 한꺼번에 많은 것을 주입하면 어른들도 힘들어한다. 자칫 자녀가 부모의 기대감에 부응하고자 힘든 것을 억지로 참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언어는 환경이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와 언어적인 접촉을 많이 할수록 좋다. 특히 맞벌이 부부처럼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많지 않은 경우는 글자를 읽고 쓰기보다 안고서 책 읽어주기 등 자녀의 정서적인 부분을 함께 채워주는 것이 단순히 글자 하나 더 외우게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유아들은 어휘력이 떨어져 표현을 잘 못할 뿐이지 부모의 다각적인 자극에 반응을 보인다. 아이가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부모-자식 간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수월한 한글 교육의 지름길이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