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는 왜 「꽃밭의 독백」을 썼을까
9월 23일 충청도 산골집 아침 기온 15도!
이틀만에 12도 내려간 이 아침은 영락없는 가을!
그런데 뭔가 아쉽다.
나이 탓인 것 같다.
남은 세월은 뭘 할까?
문득 서정주 시인의 몸부림이 생각난다.
학교에서 서정주 시인의 시 세계를 분기별로 나누어 가르친 기억.
그 상징적 작품 - 「꽃밭의 독백」!!!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연다.
「꽃밭의 독백」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사조(思潮)』 창간호, 1958. 6)
이 시는 『삼국유사』에 실려 전하는 ‘사소 설화’(처녀로 잉태한 박혁거세의 어머니)를 변용하여 절대 세계에 대한 열망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의 한계성과 영원한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시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절망감에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망은 불멸이다. 이 시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절대적인 것에 대한 우리의 끊임없는 탐구 정신을 상기시켜 준다.
구체적으로----
0. 주제는 인간의 한계성과 절대 세계에 대한 갈망
0. 도입부에서 자기 노래(시)의 한계에 절망하고, 이어 꽃밭의 개벽을 갈망하고, 마지막에서는 각오를 드러낸다.
0 새로운 시정에 대한 시인의 고뇌와 갈망이 치열하다.
0 정치적 평가를 제한다면 서정주는 불멸의 시정신을 지닌 시인이다.
0. 학교에서 서정주 시인의 시 세계 분기별로 나누어 달라진 시정을 가르쳤다.
제1기 : 첫 시집 〈화사집 花蛇集〉(1941) 시대 - 정열적이고 관능적인 생명의식
제2기 : 2번째 시집 〈귀촉도〉(1948) 시대 - 관능적인 세계를 벗어나 동양적인 내면세계
제3기 : 시집 〈신라초 新羅抄〉(1961), 〈동천 冬天〉(1969) 시대 - 신라 정신과 동양사상 탐구
** 제3기는 「꽃밭의 독백」(1958)의 결과물이다.
이후로도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떠돌이의 시〉(1976)·〈산시 〉(1991)·〈늙은 떠돌이의 시〉(1993) 등의 시집을 냈다.
000.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도 변한다. 1933년부터 2000까지 70년 시작에 끊임없는 개척과 도전을 지향한 서정주는 왜 그랬으며 그 결과 무엇을 남긴 것일까.
문득(?) 찾아온 이 아침
나는 그 대답을 이렇게 찾아본다.
“시조 천착의 내적 외적 다양성, 그리고 문학 양식의 융합을 통한 외연 확장”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