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검은 바위의 대청도 해변에서 점심을 하고 바다를 건너 횡견도에 오니 부드러운 노란 모래가 넓게 펼쳐 아늑하게 맞아줍니다. 이곳은 원처럼 둘러싸인 외연열도의 안쪽을 바라보고 있는 횡견도의 동쪽 해변입니다. 색다릅니다. 그리고 포근합니다. 오늘 일박할 오도섬은 보다 남쪽이라 여기가 나을지 아니면 그곳이 나을지 모릅니다. 이제 떠나면 외연도로 갈망정 여기에는 거리를 감안할때 오지 못합니다.
오후 해가 노란끼가 돌기 시작합니다. 횡견도 남쪽을 훝으며 해안을 탐사할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오도섬으로 직선 항로를 잡아 나아갔습니다. 한시간 동안 패들링을 하여 횡견도와 오도의 물목을 넘어 오도의 긴 돌출부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 바다는 외연열도로 둘러싸인 내해라 외연도가 눈에 잡힐 듯 가깝습니다. 패들링하며 종종 외연도를 보게 되는데, 외연도가 자주 해무에 잠기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이제 길게 늘어선 오도의 돌출부를 넘어갔습니다. 오늘 목적지는 어떠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돌아 넘어가니 아까 마주하였던 횡견도의 노란 해변과 같은 경치가 보입니다. 아주 아늑하고 더 넓습니다. 이야호!
오도의 넓은 해변에서는 외연도 항구가 보입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듭니다. 이 해변은 깊숙한 만의 형태이고 서서히 얕아지는 수심에 해변은 노란 고운 모래로 되어있습니다. 해변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곳은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는 오솔길이 나있습니다. 잡목은 없고 풀이 우거져 있습니다. 조금만 올라가면 평평한 곳으로 짐작되는 곳이 있습니다. 올라가려고 하니 가시 풀이 조금 있지만 제가 발목이 노출된지라 가는게 조심스럽다가 이내 포기합니다. 이즘이면 된 것 같습니다. 장소가 훌륭하여 외연도로 들어갈 필요는 없겠습니다. 19시 만조이므로 물이 어디까지 들어오나 보고 텐트를 쳤습니다. 물은 많이 차오르지는 않습니다만 사리 물때에는 완전히 잠길 것 같습니다.
저녁 파티를 준비합니다. 새롬님은 밥 짓기를 담당하시고, 저는 닭 백숙을 끓이고 동파육을 끓입니다. 저는 멀찍히 떨어진 곳에서 버너에 동파육을 올려 놓았습니다. 버너 소리가 요란해서 조용한 해변의 정취를 방해하였습니다. 술 안주로 육전과 야채전을 만들었습니다. 칼판은 맥스님이 담당하여 애호박과 가지를 토막내시고 불판은 황관장님과 이누님이 맡으셨습니다. 이누님은 달걀 물을 적시고 황관장님은 전을 익히셨습니다. 이 전이란 게 부치자 마자 집어 먹는게 아주 맛나지 않습니까? 전을 부치며 술을 마시며 놀아봅니다.
해울 반점은 조기 폐업하고 주막으로 업종 변경을 하였습니다. 짬뽕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이누님과 제가 위스키를 가져왔습니다. 서울사시는 이누님의 트렌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이번에 바다 카약킹이 처음이었던 맥스님의 소감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술로 헛헛한 속을 계란탕으로 달래고 10시즘 자러 갔습니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아주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외연도의 산머리는 해무에 잠겨있습니다. 오후 배인지라 느긋하게 아침을 준비하였고 시래기 된장국을 먹었습니다. 오도섬을 떠나 어제 넘어온 해안을 따라 외연도로 넘어갑니다. 오늘은 파도가 제법 있었습니다. 출렁 출렁 거리며 한 시간 정도 패들링하여 외연도의 남쪽 해안에 도착하였습니다. 여전히 파도가 출렁거립니다. 외연도의 섬의 남쪽 해안에 바짝 붙어서 호흡을 정리하였습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방파제를 돌아 들어가면 카약킹은 끝납니다. 항구 초입에서 마지막 카약킹 단체 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뒤로 외연도 간판이 보입니다.
어제 18키로 오늘 5키로 카약을 탔습니다. 중간 중간 밥먹고 종종 쉬었던 것을 제외하면 평속 4km 정도 나옵니다. 외연도에 도착하니 11시즘되었고 카약 선체포를 잘 말려 카약 배낭에 갈무리하였습니다. 해경 소장님이 지나가다가 어디서 카약 타고 왔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원거리 레져카약 신고가 들어온게 없는데 신고 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배타고 넘어왔고 외연도 한바퀴돌고 나갈 준비한다고 말씀드리니 그러면 원거리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몇년전 고형 카약팀이 외연도 오다가 체력이 고갈되어 구조했으며 그때 카약을 싣는데 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점심으로 식당에서 칼칼한 동태찌개를 먹고 배 시간이 남아 외연도 능선에 올라 어제 지나왔던 해변을 보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배 시간이 되자 사람없던 매표소에는 여러무리의 백패커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무사히 외연도 투어가 마무리 되는 것 같았지만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여객선이 해무로 인해 중간에 운항을 포기하고 대천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아까 커피를 마시며 경치를 즐기고 있었는데, 간간히 해무가 섬을 덮으며 지나갔지만 해는 맑고 섬 주변에 낚시배가 여럿 운행 중이어서 배 운항이 취소될 줄은 몰랐습니다. 매표소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은 전화 통화를 하더니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매표소에는 우리 일행만 남았습니다. 그들은 어차피 못나가는 거 다시 캠핑하러 간 것 같습니다.
해경 소장님은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외연도는 종종 이런 일이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윈디 어플을 사용하라고 하며 직접 어플의 해무 정보를 보여주면서 내일도 해무 예보가 있습니다. 내일도 어찌될지 모릅니다. 오늘은 보니끼 해무 예보가 없는데 이렇게 해무가 낍니다. 소장님은 친철하게도 카약 배낭을 사무소 CCTV 바로 앞에 놓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외연도에서 일박하게 됩니다. 다음날 아침에 소장님께서는 밤새 해무때문에 CCTV 바로 카약 배낭이 안보였다고 합니다. 근무 중간 중간 나와서 배낭이 잘 있나 보셨다고 합니다.
다음 날 오전배로 잘 나왔습니다. 외연도의 연자가 연기 연자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전 투어 조사때 외연도 카약킹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폴딩 카약은 저희 팀이 처음이 아닌 가 싶습니다. 이제부터는 서해에서 카약킹은 조류와 더불어 해무까지 고려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본의하니게 생업을 하루씩 지장을 끼치게되어 함께한 카약커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박 삼일 동안 외연도에 푹 젖어 각자 잘 즐기고 돌아가신 것 같습니다. 저도 함께해서 이런 곳도 오게되었습니다. 함께한 새롬님, 황관장님, 이누님, 맥스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외연도 투어는 여기서 마침니다.
첫댓글 ㅎㅎ 놀다보면 도끼자루도 썩기마련입니다. 그런 멋진 곳을 경험 하신분들은 마약 같은거는 절대 안할겁니다. ㅎ. 우울증. 번아웃같은 사회병도 생기지 않을거예요.
카약은 참 좋은 레저보다는 더 높은 즐거움을 주고 추억도 만들고 만병통치약 같은 것같습니다. ㅎㅎ. 멋진후기 잘 보았습니다. 👍 👍 👍
다시금 추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멋진 추억이었습니다!! 위스키 생각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