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유체이탈
수술 후 사흘째.
수업을 마친 요한이는 집에 들러 컴 박의 ‘보안 시스템 철벽’을 살펴보고 옷을 갈아
입고 부흥전자타워에 들러 컴박을 만나려고 갔는데 본사 호출로 자리를 비워 만나지
못해 사랑 샘 병원으로 갔다. 간호사에게 물었다.
“신세계환자 회복 되었나요? 면회는 언제쯤 될까요?”
“예, 아직요.”
그때 마침 서 박사님이 나오셨다.
요한이는 갑자기 정도진 목사님의 ‘봉천동 히포크라테스’ 라는 말이 생각나
급하게 묻는다는 생각에 별칭을 부르고 말았다.
“히포크라테스, 아차 서 박사님. 세계는요.”
서강서 박사는 눈치를 채고 빙그레 아이스크림 녹이는 미소대답을 하고 말했다.
“오~학생 왔네? 신 세계친구랑은 아주 가까운 사이 같아?”
“예, 최근에 그렇게 됐어요.”
“오 그래? 세계가 처음에 왔을 때 마비가 왔었거든? 그러면 회복 속도가
느려지거나 위험 할 수도 있는데 다행이 수술은 잘 되었고 젊으니까 건강상태에
따라서는 오늘이라도 가능하니까 열심히 친구를 위해 기도해, 학생 이름이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니까 요한이 기도 소리를 듣고 깨어 날 수도 있잖아?”
“어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어요?”
“싸인 보았잖아~그래도 말이야 메뚜기와 석청만 먹으면 안 되고
음식은 소식을 해야 해~음식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거야
넘치는 음식물 섭취는 다~ 독소를 만들고 병이 생기는 거야.”
“히포크라테스 지론을 설파 하셨네요,”
“어? 요한이는 의대 진학생이야?”
“아뇨 경영학이네요.”
“아하 그렇구나. 친구를 위한 기도는 계속해? 아멘?”
크리스천 서강서 원장의 급습에 원하는 정답이 튀어 나왔다.
“아멘~”
요한이의 병문안은 빙그레 아이스크림 녹이는 미소로 시작하고 긴 시간의
지루함도 기분좋은 기다림으로 변환되었다.
석양이 노을을 만든 지 한참이나 지났다.
“앗 차 컴박을 만나기로 했지.”
시간에 쫓겨 부흥전자 타워로 갔다. 그 시각이었다.
세계의 몸이 마지막 몸의 기억을 살려냈다.
이마로 다가오던 탁자가 바닥으로 내려가고 머리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프던
기억이 찰나로 스치고, 흐린 몽롱한 의식 속에서 ‘램프거인 지니’가
구름 덩어리로 빠져 나오더니 천정까지 닿았다.
완성된 뭉게구름은 점점 작아지더니 세계의 몸 크기를 만들었다.
구름 몸은 다시 연체동물처럼 꾸물거리며 바닷가 소라껍질 속 소리를 냈다.
“스 와 아아아...”
‘어? 내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건가?’
그리고 어느 사이에 기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고체로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발끝에 앉아 누어있는 자신의 몸을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았다.
침대 바닥의 쿠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이상해서 손으로 눌러 보았다.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그래 난 내 몸과 분리된 영혼이지?’
영혼이 자신의 몸을 보며 말했다.
“이게 진짜 죽은 내 몸일까? 죽었다면 모든 것이 멈추었으니 깜깜한 암흑일 텐데?
나는 진짜 영혼이란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바라보고? 어디 한번 내 몸을
흔들어 깨워볼까?”
생각을 했을 뿐인데 떨리는 손이 스르르 다가가서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손은 만져지는 촉감도 없이 어깨를 관통하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영혼?’
갑자기 사랑과 영혼의 ost 배경음악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언체인드 멜로디’가
들려오는 듯 했다.
‘성공한 증권 사업가 '샘'처럼 내가 정말 죽은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나는 언제까지 이 몸으로 살아야 하지?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거지? 정도진 목사님께서
‘사람이죽어서 영혼이 가는 길은 천국 아니면 지옥 두 길뿐 이라고 하셨고,
죽어서 눈을 뜨면 처음 보이는 것이 천국 문 앞이기를 바랐다는데
나는 왜 여기에 앉아 있는 거지? 천국도 지옥도 아닌 세계는 없다고 하셨는데....
일어나 걸어볼까?’
세계는 일어나려고 손을 침대 바닥에 짚었다.
하지만 아무런 감각도 없이 일어나겠다는 생각에 몸이 두둥실 일어났다.
침대위에 뜬 구름 같았다.
‘뭐야, 이건....’
현실로 인정하기엔 너무나 황당했다. 병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죽은 듯 누어있는 환자들...그들을 살펴보다가 환자가 없는 한 침대 위로 눈이 갔다.
‘어? 저건 내가 고친 오르골과 닮았네? 똑 같은지 한번 볼까?’
세계의 영혼의 눈이 오르골에 다가가자 눈이 먼저 들어가고 몸이 구름처럼 안개처럼
오르골 내부로 작아지며 빨려 들어갔다.
‘맞아, 내가 고쳐준 태엽이야 근데 왜 오르골이 여기 있지? 저기 간호사한테 물어볼까?’
세계는 슬리퍼를 보고 내려가서 신으려고 했다. 그러자 생각만으로도 내려가는 발을
삼색 슬리퍼 안으로 들여 놓는가 싶었는데 삼색 끈을 통과해 지나가 버렸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이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오르골의 주인이
자신이 생각했던 사찰 집사님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싶었다. 간호사에게 물었다.
“간호사님 저 침대 환자는 어디 갔어요?”
하지만 간호사는 자신의 일에만 몰두를 할뿐이었다. 곁으로 다가갔으나 간호사는
인기척을 감지하지도 못하고 주사기를 들어 올려 한 방울의 주사액을 쏘아 올렸다.
‘그래 간호사가 모른다면 할 수 없지, 그럼 저기 바늘 끝에 내 손을 찔러 볼까?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영혼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세계의 손이 이번에는 바늘 끝으로 갔다. 살짝 손가락으로 눌러 보았다.
‘통과? 통과다. 그래 나는 영혼이다 영혼....
내가 생각만 하면 어디든지 갈수 있는 영혼이다 그럼 어디를 가지?
그래 우리 집에 컴퓨터가 온다고 했으니까 집으로 가서 정말 왔는지 확인을 해보자.
난 지금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는 타임머신을 탄 영혼이다.’
달동네 공상가의 영혼은 시간을 거스르는 의식인 듯 눈을 감고 집을 떠올리자
어느 사이에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사랑 샘 병원을 나온 달동네공상가의 영혼은 기쁜 걸음, 아니 순간 이동으로
대문 앞에 도착했다. 정낭 대문에 걸친 가로지른 막대기를 내려놓고 살짝 열린
대문을 비집고 들어서려 했다. 하지만 닿음도 열림도 회전하는 대문 돌쩌귀
축의 미동도 없이 몸이 들어갔다.
‘어? 그렇지 내가 영혼이지 깜빡했다.’
어쩐지 오랜만에 집을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에 툇마루에 앉아 마당을 둘러보니
족두리 꽃이 수국처럼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꽃향기를 맡아 볼까?’
어느 사이에 꽃 앞에 섰다. ‘시집간 누나의 분향’이라고 이름 지었던 꽃 향이
코를 파고 들었다. 아주 탐스러워 쓰다듬으려고 손이 갔다.
손이 바람을 잡으려는 듯 스쳐 지나가고 난후에 꽃들이 흔들리고 꽃 향이 전보다
더 진한 향기로 코끝을 파고들었다.
“어? 내가 꽃을 건드려 흔들렸나?”
급한 바람이 꽃을 몸통 채 흔들었다.
“맞아 내가 영혼이지? 바람이 ‘오비이락’ 한 거야 내가 자꾸만 깜박하네?
아이고 이 서투른 영혼아 하하하하...”
서투른 영혼이 또 돌아서서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컴퓨터 왔어요? 인터넷은 깔았어요?”
“응, 그래 조금 전에 하고 가셨다. 세계는 좋겠네?”
갑자기 안에서 아버지의 음성이 들렸다. 분명히 대답하는 아버지였다.
‘어 뭐지 이건? 영혼은 살아 있는 사람과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눌 수 없는데?
그래 내가 헛소리를 들은걸 거야. 아니지 내가 영혼이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는‘영적 대화’를 나눌 수도 있잖아?
꿈의 대화처럼 들을 수도 들릴 수도 있는 거다.’
방문을 열고 아버지를 확인하려고 손이 문고리로 갔다 문고리를 통과하고
몸이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없었다.
‘그래그래 나는 내 생각들이 내 영혼을 지배하는 거다.
이제 공상가의 상상으로 나를 움직이는 거다.
신은 나에게 상상으로 이동하는 선물을 주신 거다. 내 영혼아 그렇지?
요한이가 말했잖아?
‘너가 무협지 주인공이 되어 책속에서 튀어 나와 나를 구해 주었잖아’하고?
영혼은 방을 휘~이 둘러보았다.
‘저기 있다 요한이가 선물한 슈퍼 컴퓨더다. 어 그런데 그보다 더 성능이
좋은 것 같은데 그래 게헨나 라이언이 나를 주려고 업그레이드 시킨 걸 거야,
그래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내가 쓰고 싶었던 공상 소설을 쓰자.
어디 저장해둔 이메일을 열어볼까.’
세계는 3편의 시놉시스 중에 달동네 공상가를 클릭했다.
제1화가 열리고 영혼의 눈으로 스캔하자 순식간에 1화가 모두 입력이 되었다.
달동네 공상가 -배수진 작-
제1화 가택 연금
“아버지 우리는 상류층 부자야”
“상류층? 맞긴 맞다.”
‘신기루’ 씨의 아들 ‘신세계’의 고등학교 1학년 서울 살이16년은 해발300미터
구릉지 달동네 상류층에서 시작되었다.
그것도 맨 꼭대기에 무리지어 있지 못하고 부상당한 짐승처럼 떨어져 있는
외로운 집 한 채가 두 사람의 둥지이다.
낡은 대문과 담은 마치 오래전에 둥지를 버리고 떠난 까치 집 같았다.
발길도 뜸한 곳,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 달과 친구 되는 그 집에 날개 잃은
까치부자는 가택 연금된 사람처럼 살았다.
가끔 서울 하늘의 달구경 별구경을 나온 별난 감성의 사람들과 철모르는 아이들이
무리지어 ‘우 다다다’ 뛰어 오르다가 슬쩍 쳐다보고 스쳐가는 것이 전부였으며
호기심 많은 사람은 ‘여기도 사람이 사는구나.’ 하고 기이한 듯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가는 집 주소는 산88번지였다........
슈퍼컴퓨터 앞에 배수진을 치고 앉아 그동안 하고 싶었던 공상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타타타탁 타타타타타타.........”
영혼의 눈이 가는 자판기위로 손가락을 내려놓고 자판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닿지도 않았는데 자판기 글자위로 손가락이 가는 곳마다 자판기
스스로 불쑥불쑥 튀어 오르고 가라앉기를 시작하며 소리를 냈다.
“어 난 영혼인데? 자판기를 영혼의 손으로는 만지거나 움직이게 할 수는 없는데
이건 뭐지? 내 소망이 간절해서 신께서 영혼에게 주시는 또 다른 특별한 선물일까?”
“타타타탁 타타타타타타.........”
타작마당 도리깨질에 콩 튀듯
유명 피아니스트 빠른 행진곡 연주처럼
지휘자의 현란한 손놀림처럼
날치 갈치 튀어 오르듯.......
뱃머리에서 갈라지는 물살이 후미에 부서져 두 줄로 나란히 거품을 남기듯,
가마우지 포식자로 자맥질하듯, 쏟아져 나오는 기관총 탄피처럼 좌 르르르르.......
벌총새가 1초에 30번 날갯짓을 하듯 백지 모니터에 글자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목사님도 반했던 마음속에 한손 그리고 두 손은 날 때부터 컴퓨터를 치기위해
태어난 삼손이라는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며 상상속의 세계가 벼 낮 가리처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1단 2단 석단 넉 단......30단.
소설을 쓰다가 갑자기 게헨나 라이언 컴박을 떠올렸다.
세계는 어느 사이에......
첫댓글 유체이탈을 어떻게 그릴지 장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ㆍ드뎌 오늘 토요일 밤 내 보냅니다ㆍ^^
신세계ㆍ 사랑샘 병원에서 유체이탈 시 발견한 옷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