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에도 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들 땡볕에서들 안녕하셨는지요?^^
간밤의 비가 지친 산들을 되살려놓았군요.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앞 창 뒤 창을 드나들며
산중에서 무단히 늙어가는 도담처사의 어깨를 흔들어 깨웁니다.
작년 이맘 때 쯤이면 녹조를 못 이긴 호스가 펌프질을 하여 밖으로 물을 내다 버렸죠.
그렇게 한여름 얼마간 텅 비어 있던 연못이 올해는 폭포소리와 함께 나를 곧잘 밖으로 불러냅니다.
작은 인공 연못은 한여름에 물이 데워져 녹조가 생깁니다.
물론 한겨울에는 깨끗이 맑혀 언제 그랬냐는 듯 탁한 물을 맑게 되살려 놓는 것을 알지만
그 사이 물 속에서 변해버린 하얀 자갈들의 낯빛까지 되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올해는 여러 애를 써봅니다.
동네 아무개교수네 정원리모델링을 해주면서 안타까이 살려온
열 마리쯤 되는 작은 잉어들은 조금씩 자라기 시작한 돌의 이끼를 마치
닭다리 뜯는 식으로 입으로 잡아채면서 맛나게 먹습니다.
내부 순환펌프는 이 작은 것과 요 아래 큰 것을 함께 왼종일 돌립니다.
겨울에는 잠그고 여름에는 몇 방울씩 떨구던 수돗물은 조금 더 많이 흘려줍니다.
(전기는 태양광을 쓰는데 늘 남아 돌아서 에어컨에다 애를 쓰는데,
수도는 다른 때보다 3배나 더 나오게 생겼으니 어디 누수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화순군 상수도 사업소에서 연락이 왔어요. ^^ 참 착한 사업소죠?)
올 같은 가뭄에 물을 시나브로 흘리고 자빠졌으니 이것이 진짜 누수 아닙니까?
그럼에도 기왕에 시작한 일이니 배울 건 배워야겠죠. 하여
이번엔 효산리 나교감네 한옥정원리모델링을 해주고 건져온
부레옥잠을 넣어주었더랍니다. 잎자루가 부레처럼 생기고 잎이 옥잠화 같아서 생긴 이름.
수질정화를 요구하면서 될수록 언능 번식하여
이 작은 연못의 하늘을 말끔히 지워달라고 신신당부하면서!
그래서 이 잉어들의 중과부적의 게임에서 수온을 조금이라도 낮춰주는
지원군의 효과를 셈했던 것. 워디 얼음 버리는 데 있다면 언능 가서
겨울에 땔감하듯이 차에 잔뜩 실어오고 싶을 정도로 간절히...
그러면서 간간이 물소리도 앉아보고 손주 보듬고 꽃도 감상도 하면서 말이지요.
저 퉁퉁하게 부푼 '부레'는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뱃속에 부레를 품고 다니는 물고기에게 배워 물 위를 도동동 떠다니니
수련에서 못 얻은 흥이 생각보다 큽니다.
자...
이렇게 하여도 뭔가 많이 부족해보이지요?
녹조를 먹이 삼는 또 하나의 원군이 있죠. 바로 토종 우렁이.
멀리 한천의 어느 농가까지 가서 사온 만원어치의 우렁이는 제 작은 눈으로는
사라진 흔적조차 찾을 길 없습니다.
사실 그 농가의 아저씨는 맘씨 좋아보였지만 키로에 이천원한다는 우렁이를
만원에 2키로나 주었나?
받는 순간 조금 서운하였지만 차마 더 달라 말이 안 떨어지더군요.
요것들이 얼매나 잘 먹나 보려고 한 번, 녹조가 조금이나마 줄었나 보려고 또 한번
이런 식으로 자조자조 연못을 엎드려 본답니다.
엊그제 신성리 털보 아우가 느닷없이 풀어놓은 야생 자라는 몇 분만에 내 뜰채가 생포하여
분리수거하였고, 아니 분리수감하였고, ...고게 마 물고기도 먹지만서도 우렁이도 다 먹는다아입니꺼~~!
이 포식자를 처리하기 위해 털보네 닭 암수 두마리가
발가벗은 채 달려오고 내 황기며 오가피들 약재가 징병되어 찜통군막 속으로 들어갔겠죠.
나교감의 동네 막걸리가 마지막으로 가세하니 이름하여 '복달임 전쟁'!
연못의 안색은 어두워졌지만 생기는 그런 대로 견딜만 하니
곧 마지막 지원군의 붉은 깃발을 기대해볼 밖에!!
요기 요것!!
아내는 멀찌기서 연못을 가리키더니 "저 빨간 것은 무슨 꽃이에요?"
윽... "우렁이 알!"
"아니 줄기에 피어 있잖아요오~"
"옛쑤 흐흐흐..."
"에그머니 호호호..."
천남성의 열매처럼 아름답지 않습니까?^^
집을 업고 사는 우렁이
우렁이알을 업어 주는 부레옥잠.
부레옥잠을 업어 주는 연못
연못을 업고 사는 도담처사
도담처사를 업어 키우는 도담언덕...
부레옥잠의 한 줄기가 시들어 끊어주자고 잡아당기면
딸린 온 식구가 땟목을 탑니다. 그래서 '배옥잠'이라 부르겠죠.
또 혹처럼 생겨 '혹옥잠', '풍선란'이라고도 한답죠.
그러나 새로 생긴 개체에 이어진, 말하자면 탯줄 같은 줄기는
툭툭 잘도 부러져서 어미 없이도 조각배처럼 홀로 자유자재였답니다.
사람도 저 꽃처럼 노란 부분에 현혹되어
다른 것들이 잘 안 잡히는데 벌 나비라고 다르겠습니까?
꽃인가 하여 얼굴을 비비려고 다가앉는 순간 아래 암술과 수술이
이리저리 얽히고 설키는 것이려니, 색은 색!
달콤하여 꿈결 같은지고!
열대아메리카 원산의 다년생으로 관상초로 인기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월동이 되지 않아 저수지 등에서 고사한 식물체의 처리가
문제시 되고 있답니다. 우리 물옥잠화는 전형적인 1년초죠.
수술은 6개로서 그 중 3개는 길고 수술대에 털이 있으며
암술은 1개로 씨방 상위고 꽃은 하루만 피었다가 시드는 1일화입니다.
번식력이 아주 좋아서 금세 개체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렁이 농장은 열대지방보다 더 더운 비닐하우스 안이었으므로 거기서 받은 부레옥잠은
키가 커서 이영 뵈기 싫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것들은 모두 누렇게 말라버리고
새로 나오는 개체들은 다시 자그맣게 본모습을 회복하였습니다.
조금은 무셔운 감촉의 뿌리입니다.
길고 유연한 듯 넓게 차지하며 수많은 잔뿌리를 수염처럼 휘날리며
유기물을 붙여서 흡수하고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답니다.
......
칠월 중순에는 또 아들 쪽 사돈네께서 서로 친하게 사신다는 그짝 사돈네와 더불어
이 정원을 찾으신다니 마치 이 연못에 무슨 목적이라도 있으신 양 하여
도담처사의 마음은 지레 둥둥 떠서 물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답니다.
첫댓글 결국 용봉탕으로 ....ㅎㅎㅎ
왕우렁이 번식도 장난아니겄지요
그것들이 작은 사과만해지면 겁나더라고요
엊그제 연못 청소를 하면서 다 자란 애기 주먹만한^^ 토종우렁이 열 댓을 거두어 한 끼 된장찌개를 하였는데, 우렁이에겐 미안한 고백이지만 된장국의 굽굽하고 톱톱한 맛이 달콤시원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