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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유곡 백삼십리를 굽이굽이 돌고 돌아 흐르는 동강은 눈이 시리도록 깨끗한 물줄기와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여름철 물놀이와 래프팅의 천국으로 통한다. 동강이 보이거나 조금이라도 접한 지역은 어디나 여름 내내 발 디딜 틈을 찾지 못할 만큼 피서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러나 동강이 여름에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봄이면 정선과 영월 지역 석회암 바위틈에서 한국특산식물인 동강할미꽃이 피어나고, 가을엔 일대에 많은 일본잎갈나무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환상적인 빛깔을 만들어 낸다. 눈 내린 동강은 한폭의 수묵화다. 붉고 검은 석회암 절벽이 흰 눈과 어우러지고, 그 사이의 얼어붙은 동강은 화가의 붓질로 흉내 내지 못할 절경을 풀어놓는다.
‘동강하늘애견캠핑장’에서 하룻밤
이처럼 사철 아름다운 동강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캠핑장이 들어섰다. 동강을 조망하기에 으뜸으로 치는 백운산의 남쪽, 백운산을 마주보고 있는 724m의 무명봉 고지대에 자리한 ‘동강전망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이 그곳이다. 지난해 정선군에서 캠핑장을 조성한 후 전문 업체에 위탁, 관리해 오던 것을 한 민간영농조합에서 인수해 올바른 캠핑과 반려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동강하늘애견캠핑장’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해발고도 600m에 들어선 캠핑장은 무엇보다 조망이 빼어나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비경이 살아 있는 동강을 백운산에서 만큼이나 멋지게 볼 수 있다. 골지천이 더해지는 아우라지와 동남천이 합수하는 가수리를 지나며 몸을 불린 동강이 그 맑고 푸른 물줄기로 백운산을 휘감고 흘러가는 모습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동강을 전망할 수 있는 고지대 캠핑장’이라는 인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도심에서 멀고 먼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정선읍 쪽에서 동강을 끼고 달리다가 만난 캠핑장 안내판. 먼 길을 달려온 터라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2.5km’ 더 오르라고 적혔다. 산비탈을 그대로 치고 오르는 길이라 숫제 꼬부랑길이다. 표고차 250m쯤을 더 높인 후에야 닿은 캠핑장, 생각보다 훌륭한 시설에 놀랐다.
“우와, 저기 보세요. 노을빛이 너무 환상적이에요.”
차에서 내린 김은자씨(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가 서쪽 하늘을 가리켰다. 해는 이미 고고산(853.6m) 너머로 사라졌지만 마루금 위 서쪽 하늘은 아직 붉은 기운으로 가득했다. 조금 일찍 도착했더라면 환상적인 해넘이를 봤을 텐데….
취재팀이 찾은 날은 월요일. 여느 캠핑장이라면 텅 비었을 때인데 이곳은 다섯 팀이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보름간의 전국투어 중 3일째라는 커플과 리빙쉘에서 음악만 흘러나오던 한 팀, ‘주디’라는 말티즈를 데려 온 30대 후반의 커플, 두 마리의 크고 작은 애완견과 동행한 중년 부부, 그리고 꼬맹이 둘과 함께 온 젊은 부부였다.
평창 봉평에 들렀다 오느라 약간 늦어진 우리도 동강이 잘 보이는 전망대 옆 잔디밭에 서둘러 네파의 4~5인용 캠핑텐트인 코지빌라를 설치했다. 저녁을 준비하다 말고 김소연씨(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까지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별이 너무 예쁘고 초롱초롱해요. 사진으로 찍을 수 없나?”
하늘 가득 펼쳐진 별빛이 샘이 났는지 남쪽 하늘 위에 반달도 나왔다.
“달빛 좋고, 별빛도 멋지네. 오늘은 최고급 호텔에서 하룻밤 호강하겠어.”
허구한 날 깊은 산 능선의 울퉁불퉁한 곳에서 이슬만 피하도록 세운 작은 텐트에서 잠들던 게 습관이 된 변 기자가 크고 튼튼한 캠핑용 텐트에서 하룻밤 묵을 생각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옆 텐트의 꼬맹이들이 재잘대는 소리, 건너편 텐트에서는 추억의 팝송이 들릴 듯 말 듯 아련하다. 가스등 불빛을 최소로 줄이고 우리도 잠자리에 들었다.
서향한 산등성이에 들어선 캠핑장이어서 일출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새벽풍경을 스케치하겠다며 나간 변 기자가 돌아와 일행을 깨웠을 때는 백운산 정상부에 막 해가 들고 있었다. 백운산 산행과 동강 트레킹으로 일정이 바쁜 우리는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했다.
캠핑장 들머리의 이정표가 선 곳에서 점재나루 쪽으로 600m 오르자 왼쪽에 전망대가 보였다. 전망대 아래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빛깔의 벽옥 빛 동강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때마침 고무보트 한 대가 지나고 있어 더없이 멋진 풍광이었다. 강 건너엔 굵은 자갈이 섞인 하얀 모래톱이 초승달처럼 깔렸고, 그 뒤로 동강의 맹주 백운산이 마주선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모두 한참 동안 넋 놓고 바라보았다.
백운산을 오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 동쪽 산자락에 자리한 정선땅 점재나루를 이용한다. 백운산 정상에 올랐다가 남서쪽 능선을 따라 칠족령전망대까지 간 후 다시 제장마을로 내려서는 것이다. 반대편의 문희마을에서도 오를 수 있지만 문희마을이 길 끝이어서 교통이 불편하다. 점재나루까지 갔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았던 우리는 제장마을에서 칠족령전망대까지만 오르기로 하고 다시 제장마을로 방향을 틀었다.
제장마을과 칠족령전망대
KBS2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에 나왔다는 커다란 안내판이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제장마을. 육지 속 섬이던 이곳이 이제는 국민관광지가 되어 여러 펜션과 민박이 운영되고 있었다. 마을 뒤쪽 사과밭 사이로 백운산 등산로가 이어졌다. 400m쯤은 완만한 산등성이를 따르다가 다시 중간 삼거리까지의 400m쯤은 가파른 사면을 올랐다. 높이를 더해갈수록 강 건너편으로 캠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암반구간 경고 안내판이 선 삼거리에서 백운산 방향을 버리고 왼쪽으로 산사면을 가로질러 칠족령으로 향했다.
백운산 산행의 백미가 정상에서 칠족령으로 내려서면서 바라보는 동강 풍경이다. 크고 작은 여섯 개의 봉우리를 넘나드는 길은 수백 m 높이로 깎아지른 기암절벽을 따라 이어지는데, 그토록 아찔한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퍼런 동강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로 유유히 흐른다.
가파르고 험한 백운산을 오르기가 여의치 않다면 제장마을에서 1km 거리인 칠족령전망대를 찾으면 된다. 칠족령 당산나무 아래에 마련된 전망대는 제장을 지나 소사나루터로 태극모양을 이루며 굽이도는 동강의 역동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강 한쪽은 기암절벽이, 다른 쪽은 너른 모래톱이 자리한 동강의 백미를 여기서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절매나루, 소사나루, 점재나루 등 동강과 남한강을 따라 한양까지 뗏목을 운반하던 떼꾼들이 쉬어갔을 나루터가 굽이도는 곳곳에 자리하고, 수백 m 넘는 ‘뼝대’ 아래로 휘돌아나가는 푸른 물살은 이곳이 선경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강 건너 정선땅에 솟은 완택산(916m)과 고고산(853.6m)이 푸른 하늘, 흰 구름 아래 멋진 산세로 하늘금을 그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도 있었네요. 세상에! 저 강물 좀 봐요~.”
가파른 산길을 오르느라 힘들어하던 김은자씨와 김소연씨는 전망대 데크에 배낭을 벗어놓더니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빴다. 몇 해 전 올랐을 때랑 바뀐 게 없이 멋진 최고의 풍광이 펼쳐져 나도 그 풍광에 빠져들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한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산을 내려선 우리는 제장마을 앞 동강길을 걸으며 동강의 푸름을 몸으로 느껴보았다. 칠족령전망대에서는 검고 아찔하게만 보이던 ‘뼝대’가 가까이 가니 더 거대하고 위압적이며 아름답게 다가왔다. 여울을 지나는 물살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수많은 돌과 어우러진 동강에서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교통 중앙고속국도 제천IC를 빠져나와 38번국도를 이용해 정선군 신동읍의 예미 교차로까지 간다. 그 후 동강로를 따라 고성리 쪽으로 가면 동강고성학교 지나 오른쪽에 ‘동강 전망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 산비탈에 지그재그로 만든 오름길을 따라 2.5km 오르면 ‘동강하늘애견동반캠핑장’이다.
캠핑장 이정표가 선 곳 건너편 샛길 입구에 ‘동강의 낙원 1.6km’라 새겨진 표석이 서 있다. 이 샛길을 따라 들어서면 동강변의 아름다운 마을 제장으로 이어진다. 캠핑장 이정표에서 동강로를 따라 600m 더 가면 왼쪽에 동강전망대가 있다.
숙박(지역번호 033) 2012년 6월에 개장한 ‘동강하늘애견캠핑장(070-4408-1604)’은 동강을 사이에 두고 백운산이 마주보이는 724m의 무명봉 정상부에 위치해 최고의 전망을 보여 준다. 18개 면의 나무데크와 전망대 옆 천연 잔디 캠프장을 갖췄고, 최고 시설의 샤워장과 화장실, 취사장이 마련되어 있다. 애견 전용 샤워장과 캠핑장도 있어 반려동물과 함께 찾기에 최적이다. 특히 원형의 전망대에 오르면 건너편 백운산을 중심으로 동강이 휘감아 도는 환상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캠핑장 입구에 ‘산성민박(378-9892)’과 ‘펜션 운치조아(010-5361-9279)’가 있고, 제장마을에 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도 나왔던 ‘정희농박(378-3838)’과 ‘별 품은 펜션(010-4064-3564)’ 등 숙박시설이 많다.
맛집(지역번호 033)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이 22개나 있는 산간고랭지 정선은 전국 제일의 곤드레 산지다.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서는 정선 5일장과 매주 토요일의 주말장을 찾으면 장터의 콧등치기 국수와 곤드레밥, 감자옹심이를 맛볼 수 있다.
정선읍내의 ‘국향(563-9967)’과 ‘동호식당(562-5204)’은 곤드레밥을 잘하고, ‘동광식당(563-3100)’에서는 콧등치기 국수를 맛볼 수 있다.